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을 선출하는 후보자들의 합동연설회가 25일 제주에서 처음 열렸습니다. 당대표에 출마하는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후보가 먼저 찾은 곳은 제주4‧3평화공원이었습니다.

세 후보는 30분씩 시간차를 두고 9시 이낙연 후보,  9시 30분 김부겸 후보,  10시 박주민 후보가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았습니다. 이날 후보자들은 제주4‧3희생자들을 추모한 뒤 방명록에 4.3특별법 개정을 약속하는 글 등을 남겼습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낙연 후보)
“제주4‧3희생자 영령들이시여, 여러분들의 희생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책무, 4‧3특별법 개정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김부겸 후보)
“잊지 않겠습니다.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겠습니다” (박주민 후보)

이낙연, 김부겸 후보가 방명록에 글을 쓸 때마다 옆에서 오늘은 25일이라고 알려줬습니다. 박주민 후보는 옆에서 알려주지 않아서인지 날짜를 27일로 적었습니다. 박 후보는 날짜를 정정하면서 방명록에 실수하면 화제가 되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멋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의 기념사진을 보면 판세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민주당 제주도당 관계자들과 제주4‧3평화재단, 유족회 등 시민단체 등이 세 후보를 맞이했는데 이낙연 후보가 왔을 때 가장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날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는 김종민, 염태영 후보도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았습니다. 특이하게도 김종민 후보는 먼저 왔지만, 이낙연, 김부겸 후보와도 함께 참배 행사에 동행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주민 후보가 오자 제주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이 "제주4‧3배지를 가장 많이 달고 다니는 국회의원이 온다고. 우리는 박 의원이 배지만 달아도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하자 박 후보는 "2년 전 최고위원 선거 때문에 제주에 왔을 때 달아주셨다. 2년 동안 한 번도 떼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당대표 후보들의 제주4‧3평화공원 방문은 제주 언론사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4.3특별법 개정이 21대 국회에서 이루어질지에 대한 관심과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합동연설회, 전당대회 흥행은 미지수

 

전국을 돌며 진행되는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나 대선 경선 등은 대부분 제주에서 처음 열립니다. 그래서 제주 분위기를 알면 전반적인 결과까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사태로 합동연설회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제주 합동연설회에서는 대의원도 못 들어가고 오로지 상무위원만 입장이 가능했습니다. 당원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온라인으로 후보들의 연설을 시청할 수밖에 없어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합동연설회가 시작되기 30분 전 제주 퍼시픽 호텔 로비는 후보자들이 속속 모여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김종민 후보는 로비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했고, 양향자 후보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에 반해 박주민 후보는 일반 시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가장 늦게 이낙연 후보가 도착하면서 모든 후보들이 로비에 서서 상무위원과 대의원, 당원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이낙연, 김부겸 후보와 다르게 박주민 후보의 어깨띠만 흰색 바탕이라 이 부분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일부 최고위원들도 하얀색 어깨띠라 현장에서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박 후보는 다음날 치러진 강원 합동연설회에서는 다른 후보와 동일하게 파란색 바탕의 어깨띠로 바꾸었습니다.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회의장은 행사 진행 요원, 후보자, 상무위원, 취재진들만 입장이 가능해서 일부 제주도민들과 당원들은 끝날 때까지 로비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당은 8.29전당대회가 세계 최초 ‘온택트(온라인 언택트)’임을 강조했지만, 축소된 현장 합동연설회와 온라인만으로 흥행이 될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이낙연 '위기관리', 김부겸 '책임 대표', 박주민 '시대 교체'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데 아유 선장이 나 여기서 그만 좀 내릴래 이럴 수는 없다고 봅니다.(중략)대선주자의 당 대표가 임기 7개월에 그치게 되면 자기 지지율 관리도 해야 하니까 재보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부겸 후보)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대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그뿐인 것입니까? 아니면 새로운 시대를 맞이 하기 위해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여 국민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전환의 시대를 준비해야 합니까?"(박주민 후보)

"왜 7개월 당대표를 하려 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말합니다. 너무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에는 위기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제가 책임을 맡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낙연 후보)

가장 먼저 연설에 나선 김부겸 후보는 대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내년 3월에 사퇴해야 하는 이낙연 후보의 약점을 지적했습니다. 김 후보는 서울, 부산 재보선을 책임지고 이끌 적임자는 자신이라며 성공적인 정권 재창출을 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박주민 후보는 "시대 전환"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섰습니다. 박 후보는 안정적인 당의 관리나 차기 대선 준비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며 젊은 세대답게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후보는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마이크가 꺼졌지만, 2년 동안 한 번도 떼지 않았던 제주4‧3배지를 끝까지 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국가적 재난을 극복한 경험을 많이 가졌다며 '위기에는 위기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기 7개월이라는 공격에 대한 해답으로 풀이됩니다.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양향자 후보는 제주 양씨를 강조했습니다. 양 후보는 “자력으로 최고위원이 되지 못하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인 여성들에 할 말이 없다”면서 “우리당이 여성 최고위원 30%도 거절한 상황에서 유일 여성 후보인 저까지 5위 안에 들지 못하면 민주당이 여성을 위한 정당이라 말할 수 있냐”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재정 후보가 예비경선에서 탈락하면서 양 후보는 선출 최고위원 중 한 명 이상을 여성최고위원으로 둬야 하는 규정으로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최고위원이 확정된 상황입니다.
제주는 고씨, 양씨, 부씨가  시조이며  삼성혈은 삼성(三姓)이 탄생한 곳을 가리킨다. 제주에는 고씨,양씨, 부씨가 가장 많으며 종친회의 힘과 영향력이 크다.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재정 후보의 탈락을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와 외부 민심은 별개라는 사실이 단적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8.29전당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오히려 당내 조직력이 당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이와 별개로 박주민 의원과 함께 하는 김용민, 김남국, 최혜영  의원 등 젊은 세대 등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박 의원을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그룹으로 계속 영향력을 넓힐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이석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의원 1만 6천명에 45% 지분인데 권리당원 82만명에 40% 반영"이라며 "대의원 한명이 권리당원 58명분 투표를 갖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1대 58은 지나치다며 대의원의 투표권 비중을 낮춰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순회합동연설회는 25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강원, 경남, 부산, 경북, 충남, 경기, 인천 등에서 진행되고 서울은 8월 22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됩니다. 전당대회는 8월 29일 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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