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된 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사흘'이라는 단어가  1위를 차지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이 토요일이라 '관공서의 임시공휴일 지정안'에 따라 8월 17일까지 3일 동안 휴일이 결정됐고, 언론사들은  '사흘 연휴'라고 보도했습니다.

공휴일에 큰 관심을 나타낸 시민들이 기사를 읽고, 댓글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3일 연휴인데 왜 사흘인가"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흘'이 3일이라는 순우리말인지 잘 모르거나 한자어로 4를  뜻하는 '사'(四) 오해한 것입니다.

▲날짜를 세는 순우리말
▲날짜를 세는 순우리말


'사흘'이 헷갈리거나 정확한 뜻을 알기 위해 사람들은 앞다퉈 검색했고, 급기야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언론사들은 상식적인 단어나 우리말을 잘  몰라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발 빠르게 이를 지적하는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기사에 나온 4흘은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인가?

▲일부 언론과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사흘을 '4흘' 나흘을 '4흘' 등으로 잘못 표기했다.
▲일부 언론과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하면서 사흘을 '4흘' 나흘을 '4흘' 등으로 잘못 표기했다.


일반 시민들이 사흘을 4일로 착각하거나 모를 수는 있습니다. 엄청난 큰 잘못은 아닙니다.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4흘'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기자들이  버젓이 기사를 작성하며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장성택, 숙청후 4흘만에 속전속결 사형집행 - 국가전복음모 죄목 (헤럴드경제 신대원 기자)
연평해전 13주년 맞아 영화도 '흥행'…개봉 4흘만에 누적 관객수 143만 돌파! (MBN 바이라인(기자이름) X)
'암살', 개봉 4흘 만에 300만 코앞… 무서운 흥행 질주 (경일일보 정진미 기자)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개통 취소는 4%, 교환 국내 이용자는 4흘만에 무려… (중부일보 홍지예 기자)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백맨 감독, 4흘만에 해임 (MBC스포츠 이창래 기자)

4흘이라는 말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기사를 하나씩 읽어봤습니다. 자세히 보면 기자들이 사용한 4흘은 3일을 의미했습니다.

"개봉 4흘만에 누적 관객수 143만 돌파!"라는 제목을 사용한  'MBN'의 기사를 보면 "'연평해전'은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흘'로 표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부일보> 홍지예 기자는 제목과 본문 첫 문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개통 취소는 4%, 교환 국내 이용자는 4흘만에 무려…"라고 적어 놓고, 그다음 문장에는 "국내 이용자가 사흘 만에 1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3일을 뜻하는 '사흘'을 '4흘'로 표기한 뉴스 기사는 날짜를 세는 우리말에도 맞지 않고, 읽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나흘을 왜 4흘로 표기했을까?

▲헤럴드경제는 제목은 '4흘 만에'라고 쓰고 본문에는 '나흘 만에'라고 표기했다.
▲헤럴드경제는 제목은 '4흘 만에'라고 쓰고 본문에는 '나흘 만에'라고 표기했다.


더 이상한 기자도 있습니다. 바로 '나흘'을 숫자 4를 넣어 '4흘'로 표기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입니다.

2013년 12월 13일 <헤럴드경제> 신대원 기자가 작성한 "장성택, 숙청후 4흘만에 속전속결 사형집행 - 국가전복음모 죄목"이라는 기사 제목을 보면 '4흘'이라고 나옵니다. 그런데 본문을 보면 "끌려나간 지 나흘 만에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고 되어 있습니다. '나흘'을 '4흘'로 적은 것입니다.

<경인일보> 정진미 기자의 "'암살', 개봉 4흘 만에 300만 코앞… 무서운 흥행 질주"라는 기사를 보면 "영화 '암살'은 개봉 나흘째인"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도 '나흘'을 '4흘'로 표기했습니다.

두 기사를 보면 기자가 제목에 '4흘'이라고 쓰지 않고, 편집기자가 임의로 제목에 사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은 날수를 세는 우리말에 대해서 정확히 '사흘', '나흘'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말을 쓰기 싫었다면, '4일 만에'라고 썼으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사흘'을 모르는 세대는 가능하겠지만, 기사를 쓰는 기자가 우리말에도 없는 '4흘'이라고 쓰는 것은 자질과 언론사 수준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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