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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문재인 대통령 향한 ‘구두 테러’ 현장 목격기

2020년 7월 17일

[취재수첩] 문재인 대통령 향한 ‘구두 테러’ 현장 목격기

어제(7월 16일) 국회는 다른 날과 달리 검문검색이 철저했습니다. 21대 국회 개원식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예정됐기 때문입니다.

국회 본청 주변에는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과 경호 차량이 자리를 잡았고, 입구에는 국회 방호직원과 청와대 경호원들이 이중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엑스레이 장비를 통과하고 난 뒤에도 경호원의 몸수색과 가방 검사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국회 본회의장과 본청 입구 계단, 로텐더홀은 사전에 취재 허가를 받은 비표를 착용한 기자들만 갈 수 있을 정도로 삼엄했습니다.

기자는 원래 국회에서 촬영도 하고 있지만, 국회 영상 기자단 소속이 아니라 카메라를 휴대하지 못하고 취재 비표만 받고 겨우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후 2시 20분에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약 30여분 동안 연설을 했습니다. 2시 52분쯤 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 등을 만나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길 기다렸던 50대 남성

▲기자와 구두 던진 남성이 서 있던 자리. 빨간 카페트 주변에만 경호원들이 있었고, 장애인 통로 주변에 바로 옆에는 경호원이 없었다.

본회의장에서 취재를 한 뒤 본청 입구로 내려왔습니다. 경호 차량과 문재인 대통령 전용차가 입구에 대기하고 있어, 가시는 모습을 보고 소통관(국회 미디어센터)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본청 입구에는 구역 비표를 받은 취재진만 있을 수 있어, 야외기단 옆 장애인 통로 쪽에 서 있었습니다. 기자 옆에는 50대 남성이 스마트폰을 들고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남성의 목에는 국회 출입증도 없고, 행사 참석이 가능한 비표도 없었습니다. 국회 직원이나 보좌관, 취재진, 방문객은 모두들 출입증을 착용하고 있는데 남성은 없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구두에 맞을 뻔한 문재인 대통령

 

15분 정도 기다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시는지 경호원들과 취재진들이 분주해졌습니다. 이윽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오시고 차량에 탑승하려는 순간 갑자기 옆에 있는 50대 남성이 “빨갱이 문재인”이라는 소리와 함께 신고 있던 구두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던졌습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구두에 맞지 않았고, 그저 이쪽을 한 번 쳐다보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차량에 탑승하고 국회를 떠났습니다.

남성이 구두를 던지고 소리를 치자 즉시 경호원들이 움직였습니다. 갑자기 저에게 달려드는 줄 알고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스마트폰을 놓칠 뻔했습니다. 다행히 경호원들과 방호직원들은 제가 아닌 그 남성을 제압했습니다.

“빨갱이 문재인을 자유대한민국에서 당장 끌어내라”고 소리쳤던 남성은 급히 달려온 청와대 경호원과 국회 방호직원에 의해 제압당했지만, 계속해서 “가짜평화주의자, 가짜 인권주의자 문재인이 어떻게 평화와 인권을 운운하냐”며 소릴 질렀습니다.

이 남성은 방호직원들이 제압을 한 상태에서 ‘잡지 말라’며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에게 구두를 던져 놓고 잡지 말라고 하는 소리를 옆에서 듣고 황당했습니다.

덧붙여 이 남성은 “신발을 문재인을 향해 던졌으니, 그 사람 보고 고소하라고 하라”면서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잘 모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구멍 뚫린 대통령 경호, 만약 폭탄이었다면?

▲기자와 구두 던진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서 촬영한 사진. 대통령 전용차 탑승 통로와 불과 10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다.

어제 구두 테러 사건을 목격하면서 만약 구두가 아니라 폭탄이었다면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청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방 검사를 했지만, 이 남성은 야외기단 쪽에 있었기 때문에 별도의 검사를 받지 않은 듯했습니다.

사진은 저와 구두를 던진 남성이 위치한 곳에서 촬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전용차 탑승 위치와 약 10미터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총을 들었다고 해도 경호원들 때문에 저격할 수는 없었겠지만, 수류탄이나 사제 폭탄이라면 충분히 살상 반경 범위 내였습니다.

남성이 구두를 던진 직후 경호원들과 방호직원이 뛰어왔지만, 그 시간이 약 3초 이상이었습니다. 충분히 두 번째로 뭔가를 던질 시간적 여유가 됐습니다.

사실 경호원들이 남성을 바로 제압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통로라서 경호원들이 돌아서 올라와야 했고, 제가 좁은 통로에 서 있어 저를 밀치지 않고서는 바로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호원들이 제 쪽으로 뛰어 오길래 저도 놀랐습니다.

극우 세력 중심으로 유사 사건이 벌어질 수도

▲경찰에 인계되기 전까지 방호직원에게 둘러싸인 구두 던진 남성. 이 남성은 자신은 일반 시민이며 국민이 받는 치욕을 느껴보라고 구두를 던졌다고 말했다.

아마 청와대 경호실은 이날 난리가 났을 겁니다. 비록 구두였지만 대통령 바로 곁에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경호상의 허점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날 경호원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설마 하는 마음 때문이었지 모릅니다. 저 또한 국회에서 대통령을 향해 구두가 날아올지 생각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런식의 테러는 계속 생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극우 유튜버들은 마치 정씨를 애국지사나 의사로 지칭하며 오죽하면 구두를 던졌겠느냐며 옹호하고 있는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갖은 막말과 욕설을 하는 극우 세력 중에 또다시 비슷한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청와대 경호실은 극우 세력들을 주시하며 지금보다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문재인 대통령에게 구두 던진 남자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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