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맡자 사퇴하겠다며 국회를 나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어디 있는가 했더니 전국의 사찰을 돌면서 '잠행'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페이스북에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속리산 법주사에서 만난 사진을 올렸습니다. 김 부대표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얼굴이 마음고생 탓에 조금 상해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대표는 김 비대위원장과 주 원내대표가 만나 대한민국 정국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위기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 여야가 힘을 합쳐 협치하고 상생해야 할 때"라며 "민주당은 소탐대실의 자세가 아니라 더 큰 대의를 위해 비우고 채우는 순리의 정치를 할 때"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일부 언론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번 주에 국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아직 내가 어떻게 (복귀)하겠다고 정한 것은 없다"면서도 "(국회 복귀 가능성에 대해) 그럴 확률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상임위 협상에 대해서는 "안 하려고 한다. 그런 협상은 없다"며 "18개 다 가져가라"고 말했습니다.

종합해보면 국회는 복귀하겠지만, 상임위 협상은 하지 않고 당무(통합당 업무)만 전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옥새런의 재연인가? 잠행하는 통합당 원내대표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직인 날인 거부 사태를 '무성이 옥새들고 나르샤'라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직인 날인 거부 사태를 '무성이 옥새들고 나르샤'라는 영상을 제작하는 등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주호영 원내대표가 사퇴하겠다며 국회를 떠나 전국 사찰을 돌아다닌 모습을 보면 마치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김무성 당 대표가 선거구 공천장에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을 간 일명 '옥새런' 사태가 오버랩됩니다.

여당과 야당, 정당 내부의 문제라는 차이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사건을 회피하고 도망치면서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나타낸 모습은 비슷합니다. 김무성 대표의 '옥새런'이나 주호영 원내대표의 '잠행'이라는 단어에는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보면 자신이 없으면 협상이 되지 않으니 주도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모양새입니다. 아마 이런 식으로 자신이 억울하다고 보여주면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의 뜻대로 될지는 의문입니다.

18개 상임위를 차지하면 누가 더 이익일까?

▲6월 15일 상임위원장 선출 본회의 모습. 야당인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좌석이 비어있다.
▲6월 15일 상임위원장 선출 본회의 모습. 야당인 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좌석이 비어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잠행'을 하고 '18개 상임위 다 가져라'며 저리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민주당에게 정치적 압박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만약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모두 차지할 경우 '독재 민주당'이라는 말이 당연히 나옵니다. 여기에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21대 국회 연설을 야당이 보이콧하고 나오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감으로 남게 됩니다. 통합당은 이를 노리고 배수진을 쳤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런 정치적 부담감만 넘긴다면 21대 국회에서 통합당은 유명무실한 종이호랑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언론은 민주당의 이런 태도를 비난하며 난리를 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힘든 상황이니 3차 추경을 반대하는 통합당에 대한 거부감이 더 깊어질 것입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상임위원장을 야당이 맡거나 여당이 하거나 그리 큰 관심이 없습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거나 국민에게 불리한 법안을 마음대로 진행할 때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마저도 언론이 자꾸 보도하니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만약, 6월 말까지 3차 추경안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본 국민들이 더욱 강하게 통합당과 야당을 비판하며 민주당만이라도 국회를 끌고 가라고 주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정치보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언론이 만든 여론에 귀를 기울일 것인지, 국민의 여론을 따른 것인지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합당도 다시 돌이킬 수 없다면, 지금이라도 실리를 찾는 편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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