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 제21대 국회 본회의가 처음으로 열렸습니다. 본회의장 2층에서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앞다퉈 본회의장 의석 배치도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21대 국회가 새롭게 시작하면서 의원들의 자리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코로나 사태로 대부분 마스크를 쓴 상태라 가뜩이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어, 국회의원 누가 어느 자리에 있는지 배치도를 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5일 본회의장 좌석 배치도는 20대 국회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선 의원들이 지역구별로 배치가 됐고, 이낙연 의원처럼 다선 의원이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이날 본회의장 좌석배치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권역별 순서로 본회의장 출입문 기준 우측부터 앉게 되어 있었습니다. 서울의 경우 종로가 가장 앞이고 이후 중구, 성동구, 동대문, 용산 지역구 순서로 배치됐습니다.

당선 횟수와 상관없이 서울 종로구가 가장 앞이라 이낙연 의원이 앉게 된 겁니다. 원래 이 자리는 야당 초선 의원에게 배당되는 자리라 처음에는 기자들 모두가 의아해했습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미래통합당 지성호  의원 같은 초선 의원들은 당 대표나 중진 의원들이 앉는 맨 뒷자리로 배치돼 마치 다선 의원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맨 앞에서 제일 뒷자리로 바뀐 이낙연 의원

▲6월 10일 바뀐 국회 본회의장 좌석 배치도. 다선 의원과 중진들은 뒷자리에 초선 의원들은 맨 앞자리에 자리했다.
▲6월 10일 바뀐 국회 본회의장 좌석 배치도. 다선 의원과 중진들은 뒷자리에 초선 의원들은 맨 앞자리에 자리했다.


국회 본회의장 자리 배치는 6월 10일 다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지역구가 아닌 당선 횟수, 당직 여부 등 기존의 관행에 맞춰 배치됐습니다.

6월 10일 본회의장 의석배치도를 보면,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국회의장석을 기준으로 중앙과 좌측에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우측에 자리했습니다. 좌측 끝부분에는 의석수 순서대로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등 군소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배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5선), 송영길(5선), 우원식(4선), 홍영표(4선) 의원 등이 미래통합당은  정진석(5선), 조경태(5선), 권영세(4선), 홍문표(4선) 의원 등 다선 의원들이 맨 뒷자리에 배치됐습니다. 특이한 점은 통합당은 4선 의원이  9명에 불과해 유의동(3선), 하태경(3선), 이달곤(재선) 의원까지도 맨 뒤에 배치됐습니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 옆자리는 명당으로 꼽힙니다. 그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옆에는 당직을 맡은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앉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이라 안내견 '조이'와 함께 하는 통합당 김예지 의원과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민주당 최혜영은 편의성을 고려해 맨 뒷자리에 배치됐습니다. 통합당 배현진 의원과 민주당 김남국 의원처럼 초선 의원들은 대부분 맨 앞자리에 자리했습니다.

통합당 배현진 의원의 경우 처음에는 민주당 진선미, 남인순 의원 옆이었습니다. 민주당에서 가장 센 (?)여성 의원들 옆이라 긴장했겠지만, 다행히(?) 맨 앞으로 바뀌었습니다.

권력 지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본회의장 좌석 배치

▲정당 원내대표와 다선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맨 뒷자리에 앉는다. 뒷자리는 표결이나 회의 진행 도중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정당 원내대표와 다선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맨 뒷자리에 앉는다. 뒷자리는 표결이나 회의 진행 도중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본회의장 자리 배치는 '국회의원의 의석은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해 이를 정한다. 다만, 협의가 이뤄지지 아니할 때에는 의장이 잠정적으로 이를 정한다'라는 국회법 제3조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나 교섭단체대표들이 모여 결정하니 권위적인 형태로 자리가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실제로 영국 의회는 따로 자리를 정하지 않고 회의장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자리에 앉기도 하고 스웨덴에서는 선거구별로 본회의장 좌석을 배치합니다. 특이하게도 영국과 북유럽 국가에서는 다선 의원이 앞줄에 앉는 게 관행입니다.

우리나라 국회는 의장석을 점거하기 위해 초선 의원을 앞자리에 배치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이후에 의장석 점거는 사라졌다고 믿었지만, 20대 국회부터 의장석 점거가 다시 등장하면서 비슷한 양상이 재연됐습니다.

국회 본회의장 자리 배치를 기자들이 눈여겨보는 이유는 좌석에 따라 권력 지형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선 의원들이 맨 뒷자리에 앉는 관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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