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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가 문제? ‘이것’만 지켜도 21대 국회는 확 변한다.

2020년 6월 10일

‘법사위’가 문제? ‘이것’만 지켜도 21대 국회는 확 변한다.

21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제대로 출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일을 하려면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를 구성하는 등 원 구성을 해야 합니다.

국회 의장단은 지난 5일 본회의에서 표결로 선출했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부의장은 선출됐지만, 야당 몫의 부의장은 아직도 공석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반쪽 개원’, ‘민주당 단독 강행’이라고도 하지만 표결에는 300명 국회의원 중 193명이 참여했습니다. 통합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이 참여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3분의 2 개원이라고 봐야 합니다.

‘국회의장 선출에 통합당만 투표 거부’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마치 민주당이 법을 어기고 강행했다는 식의 반쪽 개원은 맞지 않습니다.

법사위가 뭐길래

▲6월 8일 여야는 원 구성 대신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 특위 구성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4시가 넘었지만 통합당 의원들의 자리는 비어있다.

통합당이 국회의장 표결에 퇴장을 하고 상임위원장 선출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법사위 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도대체 법사위가 뭐길래 국회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법사위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준말입니다. 법사위는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의 기관을 감시하는 역할과 법안이 다른 법안과 충돌하는지 법안의 문구가 정확한지 심사하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가집니다.

핵심은 ‘체계·자구 심사권’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법안이라도 여기에 걸리면 본회의도 가지 못하고 법사위에 몇 년씩 묶여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각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 3217건 가운데 91건은 법사위를 끝내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2016년에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특별법’은 2년 넘게 법사위에 있었고, 이력서에 사진부착을 금지하는 ‘채용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년 4개월 만에 겨우 통과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법사위가 상임위 중의 상임위로 군림하면서 고의로 법안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문제는 이런 법사위의 폐단을 여야가 모두 알면서도 바꾸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야당이 법사위원장이 되면 여당의 법안을 막는 방식으로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바뀔 때마다 입장이 매번 달라집니다.

21대 국회도 야당인 통합당은 법사위를 여당에 넘겨주면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로 통과시킬 수 있다며 자신들이 위원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당인 민주당은 만약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이 되면 법안을 법사위에 계속 잡아둬 아예 본회의로 가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으니 꼭 차지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법사위원장을 놓고 여야가 서로 위원장을 하겠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 쉽게 합의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통합당의 요구로 ‘상임위 정수(위원회에 몇 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하는지 정함) 조정 특위’가 만들어졌고 합의에 따라 10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본회의 표결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시간과 기한을 지키지 않는 국회

통합당은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하자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은 체계 자구 심사를 법사위가 아닌 국회의장 직속이나 별도의 기관으로 이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모두가 체계 자구 핑계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는 문제를 개선할 필요성은 인지합니다.

법안의 체계 자구 심사는 필요합니다. 위헌적인 요소나 다른 법안과의 충돌은 제대로 살펴야 법이 발효됐을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핵심은 심사가 아니라 기한이라고 봅니다.

법사위에 법안들이 2년 넘게 묶여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특히 법안 충돌이나 위헌적인 요소는 법사위 전문위원들이 별도로 있어 충분히 기한 내에 가능합니다. 만약 인원이 부족하면 더 충원하면 됩니다.

 ①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심사에서 제안자의 취지 설명과 토론을 생략할 수 있다.

② 의장은 제1항의 심사에 대하여 제85조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으며, 법제사법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바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이 경우 제85조제1항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해당 호와 관련된 안건에 대하여만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③ 법제사법위원회가 제1항에 따라 회부된 법률안에 대하여 이유 없이 회부된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심사대상 법률안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은 간사와 협의하여 이의가 없는 경우에는 의장에게 그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서면으로 요구한다. 다만,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해당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④ 의장은 제3항에 따른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해당 법률안을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합의하여 바로 본회의에 부의한다. 다만, 제3항에 따른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었던 날부터 30일 이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그 기간이 지난 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서 해당 법률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국회법 제86조에 따르면 체계·자구 심사기간을 지정하는 것은 제85조 1항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또는 ‘교섭단체 협의’외에는 없습니다. 물론 3항 회부된 날로 120일 이내라는 조항은 있지만, 다양한 이유가 있으니 큰 의미는 없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정무위원장 당시 모든 회의를 정시에 시작했다.’라며 회의에 늦은 통합당 의원들의 행태를 에둘러 지적했다.

여야가 협상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핑계로 법적 시한을 어깁니다. 아무리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법이 정한 시한을  한결같이 어기는 행태는 분명 잘못됐습니다.

단순히 법적 시한뿐 아니라 본회의 시간마저도 지킨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오죽하면 박병석 의장은 6월 8일 ‘상임위원회 정수 조정 특위’ 표결 본회의에서 “정무위원장을 했는데 모든 회의를 정시에 시작했다.”며 4시가 넘어 들어온 통합당 의원들의 행태를 에둘러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법적 시한을 왜 규정해놨을까요? 그 시한을 넘길 경우 국정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눈에는 법적 시한을 늘 넘기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국회가 매일 싸우는 것처럼 비칩니다. 여야의 입장을 내세우며 정치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져 있는 시간만은 지켜야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정시 회의 시작, 법적 시한 준수가 얼마나 지켜질 지 벌써부터 의문이 듭니다. 이번 국회가 법으로 정한 기한만 지켜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회라는 평가를 받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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