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의회에 출석해서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을 맡았던 것은 당시 도지사 역할 수행에 지장 없도록 한다는 전제하에 수락했다"며 "제가 도민들과 약속한 도정 수행에 전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원 지사가 '도정에 전념하겠다'는 말을 한 이유는 통합당 최고위원을 맡으면서 도정을 팽개치고 본인의 정치 활동에만 힘을 쏟는 거 아니냐는 비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만에 원 지사는 자신이 했던 약속을 어기고 여전히 자신의 정치 욕심을 위해 제주를 자주 비웠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 이틀에 한 번꼴 육지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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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제주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파악한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도외 출장 내역을 보면 4.15총선 이후부터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임연희 기자가 취재 보도한 기사를 보면 4월 20일부터 5월 28일까지 원희룡 지사의 도외 출장일은 17일이었습니다. 평일 기준으로 이틀에 한 번꼴로 출장을 다녀온 셈입니다.

제주도지사가 업무상 도외 출장을 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원 지사의 모습은 유독 통합당 행사에서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KBS제주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가 열렸던 4월 28일 휴가도 내지 않고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전국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평일 낮에 현직 제주도지사가 비행기를 타고 육지까지 가서 정당 행사에 참석한 것입니다.

원 지사는 전날인 4월 27일 출장 중 오전 시간 일부를 '외출'처리하기도 했는데, 같은 시각 통합당에서는 당선인 모임이 있었습니다.

한 달 뒤인 5월 27일 원희룡 지사는 '한겨레 1만호 기념식' 참석을 이유로 도외 출장을 신청했는데, 같은 날 열린 통합당 전국위원회에서 원 지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 여행 자제 호소 '원희룡' 정작 본인은 서울 통합당 행사 참석 

▲4월 28일 오전에 라디오에서 제주여행 자제를 호소했던 원희룡 지사는 오후에는 서울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4월 28일 오전에 라디오에서 제주여행 자제를 호소했던 원희룡 지사는 오후에는 서울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했다.


4월 2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원 지사는 전화 연결을 통해 "황금연휴 기간 18만 명 정도가 제주 관광을 예약해 걱정이 많다"라며 "제주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제주는 황금연휴를 이틀 앞두고 육지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유입될 수도 있어 공무원과 방역 담당자들은 출장을 자제하고 사실상 비상근무 중이었습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에 참석했습니다.

오전에 라디오에서는 '저부터도 특별 집중 근무를 하겠다'고 말한 제주도지사가 정작 오후에는 서울에서 열린 통합당 행사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도민과 여행객,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황당해 보일 수 있습니다.

제주지사와 중앙정치, 두 마리 토끼는 욕심이라며 반성해놓고 

▲채널A와 인터뷰에서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더풀TV 화면캡처
▲채널A와 인터뷰에서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더풀TV 화면캡처

"제주도지사와 중앙정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으려는 욕심을 냈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문제이고 저의 책임입니다. 저는 제주 도지사의 일에 전념할 것입니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십시오." (2018년 6.13지방선거 재선 출마 당시 원희룡 지사)

4.15총선에서 통합당이 패배로 끝난 뒤 원희룡 지사는 대권도전을 선언하며, 중앙언론과 앞다퉈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원희룡 지사 입장에서는 보수가 무너진 지금이 대권에 도전할 적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원지사의 대권도전은 불과 2년 전 지방선거 출마 당시 제주도지사와 중앙정치,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고 욕심을 냈다고 반성한 사람의 행보로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제주 지역 여론은 원 지사가 도민과의 약속을 어겼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앞으로도 통합당 일정에 맞춰 도외 출장을 갈 것인지에 대해 "제주도 현안 협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방선거에서 도민과 했던  약속도 지키지 않은 정치인이 앞으로 대권에 도전하면서 국민에게 어떤 약속을 한 들 믿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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