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에 임명됐지만 지난 17일 출범식에 참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날 제주는 전날부터 내린 폭설로 교통이 통제되고 항공기와 여객선의 운항이 지연되거나 결항되는 등 도민들의 피해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 산지에는 대설경보가, 북부·남부·서부·동부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됐었습니다. 대설경보가 내려지면서 한라산은 이틀째 입산이 전면 통제됐고, 제주시-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는 운행이 통제됐습니다. 또한 강풍과 날씨 문제까지 겹친 제주공항은 60여 편의 비행기가 지연 운항했습니다. 제주 해상에도 풍랑경보가 발효돼 7개 항로 10척의 여객선이 운항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원희룡 지사는 제주의 나쁜 기상상황을 뚫고 17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맨 앞자리에 최고위원으로 당당하게 섰습니다.

도민만 바라보겠다던 원희룡의 약속 
"도민들께 선거운동 중 약속한 것처럼 눈을 돌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겠다. 도민과 약속한 제주를 발전시키고, 제주도민들에게 정말 맛있는 밥상을 차려서, 완수하기까지는 다른데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원희룡 민선7기 도지사 취임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선한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했지만, 바른정당 합류하는 등 중앙정치에서 발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자 당선되면 또다시 중앙정치를 위해 떠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원 지사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민선7기 취임사에서 중앙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또한 무소속 도지사 신분을 변경할 때 도민의 의견을 구한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 지사가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되면서 '당적 변경시 도민의 의견을 구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부글부글' 제주 지역사회... "원희룡 지사직 사퇴하라"



제주도 내외 1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는 17일 논평을 내냈습니다. 이들은 원 지사를 향해 "최고위원직과 지사직은 병행할 수 없다"라며 "'투잡 도지사' 대신 깔끔한 '지사직 사퇴'가 도민에 대한 도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의당 제주도당도 "일반 당원이 되는 것과 공당의 지도부격인 최고위원을 맡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일상적인 회의 참석 때문에 도정에 소홀하지 않도록 대표님께는 이미 도정이 긴급한 일하고 부딪힐 때는 못 올 수 있다 말씀드렸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직 도지사가 최고위원을 겸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 도민들은 의구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가 사퇴를 하지 않은 한 앞으로 남은 임기 내내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투잡 도지사'를 볼 것으로 예측됩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폭설로 난리 난 제주도민 팽개치고 '원희룡 지사'가 달려간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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