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日 '크루즈 봉쇄' 극찬한 중앙일보 사설 '성지글' 등극.jpg>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은 2월 7일 중앙일보의 <사설:정부의 우왕좌왕·뒷북·눈치보기가 신종 코로나 사태 키워>와 댓글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이러니까 개콘이 망하지. 웃고 갑니다."
"이 기사 쓰신 분 저라면 한강 뛰어들었습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이 글 쓴 분 저 크루즈선에 여행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꼭 가셔서 그렇게 부럽다던 선진 방역 일본 체험하시죠"

일본의 크루즈선 봉쇄를 극찬(?)한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이 성지글(인터넷에서 '훗날 터질 사건을 미리 예고해 사건이 터진 후 다시 주목받는 글')이 되고 댓글로 비판받는 이유는 현재 일본에 격리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때문입니다.

▲2월 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PDF
▲2월 7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PDF


2월 7일 자 중앙일보 사설은 처음부터 문재인 정부의 신종코로나 감염 대응이 안일했다며 비판했습니다. 중앙일보 사설은 마지막에 "6일 오전 일본은 요코하마항에 들어온 크루즈선 전체를 봉쇄했다."라며 일본이 3700여 명의 탑승객 전원을 해상 격리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사설은 끝까지 "“예방조치는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이럴 때나 쓰는 것이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크루즈선 해상 격리 조치는 오히려 더 많은 확진자를 양성하는 악수였습니다. 5일 10명이었던 감염자는 13일 기준 모두 247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크루즈선 봉쇄를 예로 들었지만, 철저히 실패한 대응책이었습니다.

인터뷰와 전혀 다른 왜곡된 기사 제목 

▲2월 14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크루즈 탑승 한국인 승선자 인터뷰 기사 ⓒ중앙일보 기사 캡처
▲2월 14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크루즈 탑승 한국인 승선자 인터뷰 기사 ⓒ중앙일보 기사 캡처


2월 14일 중앙일보는 <日크루즈 갇힌 한인 "확진자 불안, 우한처럼 우리 데려가 달라">는 제목으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격리된 한인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일본의 크루즈 봉쇄 조치를 좋은 사례로 보도했던 중앙일보였기에 '우한처럼 우리 데려가 달라'는 제목이 이상해 인터뷰 기사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Q:빨리 나오고 싶겠다.
A:“그렇다. 남편이 나보고 만약 한국에서 한국인들만 데려간다고 하면 가라고 하더라. 중국 우한의 경우 한국 국적을 가진 분들은 전세기로 데리러 오지 않았느냐면서 검사받은 후 집으로 가라고 하더라. 아직 영사관 등에 그런 요청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들만 데려간다고 하면 가고 싶다.”

인터뷰를 보면 60대 한인 여성은 기자의 질문에 "남편이 한국에서 한국인들만 데려간다고 하면 가라고 했다"며 "아직 영사관 등에 그런 요청을 하진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한국인들만 데려간다고 하면 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지, 마치 요청했는데 우한은 데려가고 왜 우리는 안 데리고 가느냐는 식의 불만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인터뷰 "국가가 신경 써주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

▲2월 13일 MBC가 보도한 크루즈선 한국인 승선자 인터뷰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2월 13일 MBC가 보도한 크루즈선 한국인 승선자 인터뷰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중앙일보가 보도했던 동일한 여성의 소식이 13일MBC 뉴스데스크에도 보도됐습니다. 기사 제목은 <큰 태극기 내건 할머니…"김치 넣어줘 제대로 식사">였습니다.

60대 한인 여성은 한국인 영사관에 연락해 김치와 라면과 별도로 태극기를 요청해 전달받았습니다.

한인 여성은 태극기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나 단 한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신경 써주고 있다고 국가가 신경 써주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 가지고요… 내가 태극기를 걸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인 승선자의 남편은 "유감스럽게도 일본 정부에서는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도 안 넣어주고 있다"라며 "한국에서 김치를 넣어주셔서 정말 기쁘다"라고 말하며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중앙일보와 MBC는 같은 인터뷰이지만 기사 제목을 어떻게 하고 어떤 방향으로 보도하느냐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났습니다.

위기 상황이라도 언론은 정부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을 성공 사례로 들거나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하는 일은 저널리즘 원칙에도 맞지 않거나 언론을 신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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