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국회 본회의장, '유아교육법 일부법률안 수정안이 가결됐습니다.'라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이 나오는 순간 민주당 박용진 의원을 향해 카메라를 돌렸습니다.

박용진 의원 옆에 있던 동료 의원은 박 의원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이어서 박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한 사람씩 안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동료 의원들은 박 의원을 감싸며 등을 토탁 거려 주었습니다.

본회의장 밖에서 로텐더홀에서 박 의원을 기다렸지만, 동료 의원들의 축하를 받느라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소감을 부탁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박 의원은 "어제는 잠을 못 잤는데, 오늘은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유치원 3법 통과를 마음 졸이며 애타게 기다렸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 의원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 같은 기분이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어렵게 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 아이들 유치원비를 대는 엄마 아빠들에게, 또 딸과 아들을 대신해 (손자·손녀를) 돌보면서 대한민국 미래를 키워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20대 국회가 오늘 늦게나마 예의를 갖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018년 10월 5일이 기억난다. 사립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 관련 국회 토론회를 열었던 날이다. 그날로부터 1년하고도 3개월이 더 지났는데, 그 사이 참 힘들었다. 그런데 정말 힘들 때,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 개학연기투쟁을 하겠다며 교육당국·학부모를 협박할 때 한유총 규탄 집회를 연 동탄·용인 학부모들이 있었다. 그때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모였던 수백 명 학부모께 감사하다. 이분들 덕에, 국민들 응원 덕에 버틸 수 있었다."

정론관을 내려오는 내내 생각했다가 막상 잊었다는 박 의원이 기자회견 말미에 꺼낸 말입니다. 준비했던 기자 회견문보다 박 의원이 하고 싶었던 말의 핵심 같았습니다.

거대한 한유총에 맞섰던 박용진과 엄마들

 

박용진 의원이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수면 위로 끄집어 내자 거대 조직 한유총은 개학연기라는 초강수로 맞섰습니다. 사립유치원의 개학이 늦어지면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고, 한유총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치하는 엄마들'을 중심으로 뭉친 엄마들은 한유총의 개학연기에 단호하게 대처했습니다. 학부모 수백 명이 모여 한유총 규탄 집회를 열었고, 직접 한유총 사무실 앞에 가서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엄마들의 노력과 박용진 의원의 계속되는 토론회와 기자회견이 여론에 반영됐고, 이 과정에서 유치원3법은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상정됐습니다.

당연한 법이 이토록 오래 걸리다니...

▲유치원3법이 통과된 후 동료의원을 안으며 축하하는 박용진 의원
▲유치원3법이 통과된 후 동료의원을 안으며 축하하는 박용진 의원


유치원3법이 패스트랙법안으로 지정됐지만, 본회의 통과까지는 무려 384일이 걸렸습니다.

'유치원 3법'에는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교육에 필요한 개선안이 담겨 있습니다.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당연한 법안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법안 통과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막판까지도 자유한국당이 유치원3법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 13일 본회의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박 의원은 최악의 경우까지도 생각했다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고백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오히려 법안이 1년 넘게 관심을 받고, 7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는 자체에 의의를 두었습니다. 박 의원은 의원들이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구나하며 고민했을 것이다"라며 "법안 통과가 국회의원 한 명, 정당이 기여를 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 응원 때문이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유치원3법 국회 통과 순간...동료의원 얼싸안고 울컥하는 박용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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