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내년 4월 한국 총선 전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방위금 분담금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만났습니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가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총선 전에 열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방미에서 이야기한 적 없다"라며 "일부 의원들의 발언은 거짓말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과연 나 원내대표의 주장이 맞는지 팩트체크를 해보겠습니다.

여야 3당 대표가 함께 있는 자리, 가능성은 극히 적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자제 요청 발언을 했다고 알려진 것은 지난 11월 20일 미국 방문 때입니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함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를 만났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함께 만난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가 총선 전에 북미회담 자제 요청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공개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오히려 자유한국당 내부가 아닌 오신환, 이인영 원내대표가 먼저 밝혔을 겁니다.

스티브 비건과 만난 이후에 이인영, 나경원, 오신환 대표는 특파원들과 만나 비건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밝혔습니다. 당시 북미정상회담 시기와 총선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볼턴 보좌관과 비공개 만남



11월 20일 미국 방문 때 그런 사실이 없었으니, 나경원 원내대표의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자제 요청 발언은 없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지난 7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한국을 방문했고, 나경원 원내대표와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30분 동안 비공개 회동을 가졌습니다.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전 8시 정도에 미국 대사관저에서 볼턴 보좌관을 만났다"라며 "안보와 관련된 한국당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선 전 북미정상회담 자제 요청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볼턴 전 보좌관 방한 때 우려를 전달했다'며 '이번 방미 때는 이야기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은 11월 미국 방문 때는 말하지 않았지만, 7월에는 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기와 만난 사람이 달라진다고 해도 대한민국 제1야당 원내대표가 미국 측에 총선을 위해 북미회담을 열지 말라고 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경악할 일이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보다 당리당략이 우선할 수 있는가"라며 "자유한국당은 그저 선거 승리라는 목표만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가.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당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일이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소속인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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