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그동안 쏟아진 의혹에 대해 답을 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9월 2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 기자회견은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직후보자가 무려 11시간 가까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기자 회견을 지켜본 시민들 시간이 갈수록 조 후보자보다 기자들에게 집중됐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밤 10시, 남성 기자 2명이 딸 오피스텔 문을 두드렸다

조국 후보자는 공직후보자에 관한 언론의 검증은 필요하지만, 유난히 허위 보도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대표적인 허위사실로 '여배우의 스폰서'와 '딸이 포르셰를 타고 다닌다'는 보도를 예로 들었습니다.

조 후보자는 "부분적으로 허위가 있다 하더라도 공직자 공인에 대해서는 언론이 비판할 수 있고 검증해야 된다"며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완벽한 자료를 취합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 기사 안에 부분으로 허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명백한 허위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런 비판을 하고 공격을 하는 것은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도를 넘었다"고 말했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딸과  관련된 언론의 취재와 보도 때문에 힘들다면서 "밤 10시 심야에 혼자 사는 딸 오피스텔 앞에 남성 기자 둘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딸이 안에서 벌벌 떨고 있다'며 '언론이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야밤에는 딸의 집에 가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기자들이 조국 후보자의 집이 아닌 딸의 오피스텔에 그것도 밤에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기자들의 과잉 취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의 무한 반복 질문, 보는 시민들도 짜증 났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조 후보자 딸의 논문과 인턴, 장학금, 사모펀드 등에 집중됐습니다.

11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기자회견을 보는 시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났습니다. 그 이유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한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조국 딸의 논문 제1저자 선정 과정과 인턴, 장학금에 관해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10번 이상 같은 대답을 했다'라며 같은 질문임을 강조했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다시 했습니다.

조 후보자가 기자들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자들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보면 앞에 조 후보자의 답변을 듣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질문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치 남이 써준 얘기를 읽는 듯한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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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들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것이 질문을 해야 할 때 제대로 질문을 못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박근혜 퇴임 전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나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아 중국 기자가 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수만 건이 넘는 조국 후보자 의혹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지만, 정작 기자회견에서는 국민들이 날카롭다고 느낄만한 질문이 없다는 사실은 한국 언론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명만 있었다는 조국 기자회견, 과연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9월 3일 경향신문 1면. 조국 후보자가 '없었다', '몰랐다'로 일관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PDF
▲9월 3일 경향신문 1면. 조국 후보자가 '없었다', '몰랐다'로 일관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 PDF


경향신문은 9월 3일 1면에 <"없었다" "몰랐다"... 조국의 '해명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한밤까지 50차례 "나는 몰랐다">라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자회견을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언론과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기자회견을 통해 더는 의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댓글로 나왔습니다.

만약 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의혹을 제대로 검증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똑같은 질문만 반복했고, 조 후보자도 같은 답변만 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조국 후보자는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은 이유가 국회였고,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 것도 기자의 능력 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회견을 지켜 보는 내내, 검찰이 아니라 언론 개혁이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보기: 기자회견 도중 울먹인 조국 "남성기자들, 밤 10시 딸 오피스텔 문 두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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