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18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합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월 3일 광주광역시 송정역 광장에서 장외집회를 벌이다가 광주 시민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기에 이번에도 반발이 예상됩니다.

황 대표의 광주 방문을 시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난 2월에 국회에서 열렸던 5.18 공청회에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이 5.18을 폭동이라며 폄훼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종명 의원은 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김진태와 김순례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이유로 징계가 유예됐고, 지금까지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치적인 제스처다. 광주에 와서 시민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켜 정치적 득실을 노리는 거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오지 말아야 한다. 분란의 씨앗이 될 뿐이다." (최형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

최형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황교안 대표가 광주에 오면 '본의 아니게 불상사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황교안 대표는 굳이 5.18기념식에 참석하려고 할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1987년으로 다시 돌아가 봐야 합니다.

1987년 광주를 방문한 노태우, 왜? 

▲1987년 11월 15일 평민당 김대중 총재의 대구 집회와 11월 29일 민정당 노태우 후보 광주 유세. 노태우 후보는 돌이 날아올 것을 알고 미리 방탄유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1987년 11월 15일 평민당 김대중 총재의 대구 집회와 11월 29일 민정당 노태우 후보 광주 유세. 노태우 후보는 돌이 날아올 것을 알고 미리 방탄유리를 준비하기도 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로 치러지는 13대 대통령 선거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어느 후보가 어느 지역에서 유세를 하느냐에 따라 계란과 돌이 날아오던 시기였습니다.

1987년 11월 15일 평민당 김대중 총재는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대학생 주최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대구집회에서 김영삼 총재를 지지하는 청년들은 김대중 총재가 있는 연단을 향해 돌을 던졌습니다. 김대중 총재는 날아오는 돌을 피켓으로 막으면서 30분 동안 연설을 했습니다.

김대중 총재의 대구집회 이후 11월 29일, 노태우 민정당 후보는 광주에서 유세를 합니다. 노태우 후보가 유세차를 타고 광주역 광장에 들어서자 나무와 막대기, 돌 등이 날아왔고, 노 후보 경호원들은 방탄유리를 들고 막아냈습니다.

노태우 후보는 전두환과 함께 광주 학살의 주범이기에 광주 시민들의 반감을  뻔히 알면서도 왜 광주를 방문했을까요? 지역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노태우 후보는 대구집회에서 광주 유세에서 벌어진 폭력성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부추겼습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타올랐던 민주화의 열망은 지역감정을 내세운 선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사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인들이 만든 선거 전략에 정치를 외면하고 혐오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지역감정 자극해 내년 총선을 노리는 자유한국당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동대구역에서 열린 장외집회를 마치고 나서자 많은 지지자들이 뒤를 따르며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조정훈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동대구역에서 열린 장외집회를 마치고 나서자 많은 지지자들이 뒤를 따르며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조정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월 3일 광주를 방문하기 전날 찾은 곳은 대구였습니다. 이날 동대구역 광장에 황교안 대표 일행이 들어서자 자유한국당 지지자 2천여 명은 '황교안'을 외쳤습니다.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장외집회를 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지도부의 모습을 보면, 마치 1987년 당시 지역감정을 자극하던 노태우와 비슷합니다.

만약 황 대표가 5.18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면,  영호남 지역에 따라 벌어지는 반문재인, 반자유한국당의 정서는 그대로 고착될 수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 입장에서는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유한국당의 반문재인 정서를 유지해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대선까지도 이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구타유발자 황교안, 어떻게 대해야 하나 

▲광주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5.18기념식에 대해 말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화면 캡처
▲광주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5.18기념식에 대해 말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화면 캡처


황교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에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5월 12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인구가 많은 영남의 지역감정을 조장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면 건전한 상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태”라고 밝혔습니다.

유시민 이사장은 “첫째 절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둘째 절대 말을 붙이지 않는다, 셋째 절대 악수를 하지 않는다”라며 황교안 대표 대응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이 탄핵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지역감정을 자극해 극우 세력을 결집하는 자유한국당의 낡은 정치 전략으로 한국 사회는 또다시 후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가리켜 폭동이라 부르는 자들을 징계도 사과도 하지 않는  황교안 대표는 5.18 기념식에 참석할 이유도 자격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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