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3일 <전국언론노조KBS본부>는 '‘망언’을 ‘망언’이라 말하지 못하는 KBS뉴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5월 11일 대구 장외집회에서 ‘문빠’와 ‘달창’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주요 언론이 발언내용을 보도했지만, KBS는 5월 13일까지 9시 뉴스에서 다루지 않고 침묵했다는 내부 비판의 목소리였습니다.

<전국언론노조KBS본부>에 따르면 KBS 주요 보도 책임자는 '정치인 막말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비판하거나 두 가지 보도방식이 있는데, 해당 건은 무시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KBS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무시했다고 밝혔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국언론노조KBS본부> 성명서 발표 다음날인 5월 14일 KBS 9시뉴스 '[뉴스줌인] 홍준표가 나경원에게, 유시민이 홍준표에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KBS가 정치인 막말을 무시하고 보도하지 않았다? 



KBS 보도 책임자는 정치인의 막말을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두 가지 보도 방식을 선택한다고 했지만, 대부분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발언에 대해 '이해찬 ‘장애인 폄하’ 발언 논란…“폄하 의도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KBS가 정치인의 발언을 빠짐없이 보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무시했다는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나경원 재빠른 사과?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낸 이유



나경원 원내대표의 '문빠', '달창' 발언이 나온 시간은 5월 11일 오후 4시 30분쯤이었습니다. 지상파에서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처음으로 보도한 것은 SBS 8시 뉴스였습니다.

SBS 뉴스는 '보수 텃밭 보란 듯 '일베 비속어' 언사…회담 형식 기싸움'이라며 '달창'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일베 비속어'라고 지칭했습니다.
"저는 오늘 문재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쓴 바 있습니다. 저는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11일(토) 밤 8시 40분쯤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문자)

SBS 뉴스가 나가고 20분 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이후 연합뉴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나경원 사과.. 의미 유래 몰랐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합니다.

직접 나경원 원내대표로부터 사과를 들은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사과를 하는지 주어조차 없는 문자 하나에 언론사들이 사과를 했다고 보도한 것입니다.

만약 SBS 가 8시 뉴스에서 보도하지 않았다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과는 더 늦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상파, 특히 공영방송의 보도가 누락된 부분이 석연치 않은 것입니다.

 KBS 특별대담 때문에 침묵했나? 

 

<전국언론노조KBS본부>는 "일부에서는 KBS 9시뉴스의 외면을 두고 KBS가 진행한 특별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와 연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며 "특별대담에서 불거진 문제를 더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KBS 내부에서 이런 주장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속에 'KBS 기자가 문빠, 달창에게 공격받고 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KBS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막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대담을 진행했던 송현정 기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비판도 충분히 나올 수 있게 됐습니다.

정치인의 막말을 언론이 보도하거나 무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선택의 기준을 어디에 둘지도 의문입니다. 언론의 신뢰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내부의 판단을 마냥 믿기도 힘듭니다.

정치인의 막말 보도 때문에 정치 혐오가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이 정치인의 막말을 보도할 때는 단순히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막말을 하지 않도록 제대로 비판해야 합니다.

앞으로 KBS가 정치인의 막말을 어떻게 보도할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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