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송현정 KBS 기자와 특집 대담을 했습니다. 1시간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집 대담을 보는 내내 송 기자의 표정이 경직돼 있고, 질문이 편협하고 공격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실제로 대담이 끝난 뒤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송 기자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송현정 KBS 기자가 보여준 질문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① 북한 질문만 무려 24개, 북한 특집인가?
-조금 전 생긴 현안부터 여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4시 30분쯤 북한이 발사체 두 발을 쏘아 올렸다. 오늘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 보고 받으셨나.
-4일보다 1.5배 정도 사거리가 늘어난 것이고 한미 양국의 공조를 통해 이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규정 내렸다는 것인가?
-지난 발사체 발사 때는 전략적 해석도 나왔지만 한미 양국이 미사일 표현을 주저했다.
-궤적이나 북한이 추가로 영상 또는 사진 화면을 공개할 수 있으니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으면 문제가 유엔의 결의안 위반이라는 해석이 될 수 있다.
-추가적 분석 있어야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한미 양국 모두 그렇게 판단하나?
-북한이 4일 하고 오늘 닷새 만에 두 차례 도발을 했다. 수위는 올라갔다. 현 국면에서 좋은 시그널은 분명히 아닌 것이고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도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할지 그 의도를 분석하는 게 현재로서는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다.
-시위성 성격이 있다는 규정을 하는 건가?
-4일 단거리 발사체가 발사됐을 때 한미 양국이 북한의 의도를 판을 깨려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기류였다. 그런데 이러한 도발에 대해 단호한 규정을 하지 않아서 북한이 추가 도발성 행위를 한 것이다 이런 시각도 있을 것 같다.
-허세를 부리고 과시하는 행동이라고 하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
-오늘 추가발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측을 못하신 건가?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있을 가능성은 우리가 배제할 수 없을 테고, 그렇다고 한다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면 안 된다. 상황관리 차원에서라도 우리가 특사를 보낼 필요성이 있다 이런 판단을 안 하고 계신 건가.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얘기는 대북식량지원 문제다. 한미 정상 간 회담 통화 때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하셨나?
-신경 쓰지 않는다?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 대북식량문제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인 1명이 1년에 달걀 2, 3개 정도를 섭취할 정도라는 이런 보고서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선도하는 차원이라는 말씀인지?
-그러면 구체적으로 방법과 규모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텐데 정부 직접 지원 방식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나?
-그런데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 이런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같은 국면에서 식량지원 문제는 혼란스럽거나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를 가지고 예를 들어서 꽉 막힌 국회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에게 회담을 하자 제의를 한 건가?
-큰 틀에서 질문을 드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미 간 지난 하노이 회담을 보면 일반적으로 표현할 때 북한은 영변이면 충분하지 않냐, 미국은 전체가 다 해결되어야 한다, 이런 간극을 서로 좁히지 못했던 것 같다. 이 간극을 지금 좁힐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이 되어있나?
-지금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 했는데 지금 지지부진한 상태다. 언제쯤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작년 4.27 정상회담 때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30분을 얘기했다.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좀 풀어주실 수 있나.
-조금 전에 대북 현안들 그리고 식량 지원 문제를 화두로 한번 만나보자 이런 제안을 공식적으로 하신 거라고 봐도 되겠나?

송현정 KBS 기자는 2년 동안의 소회를 묻고 곧바로 북한 단거리 미사일 관련 질문을 합니다. 주요 이슈 중의 하나이기에 북한 미사일을 시작으로 대북 관련 질문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대담 시간 중에서 북한 질문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한국일보>가 정리한 ‘대통령에게 묻는다’ 전문을 통해 확인한 북한 관련 질문만 무려 24개였습니다. 시간상으로도 20분이 넘게 북한 이야기만 한 셈입니다.

▲5월 10일 조선일보 1면
▲5월 10일 조선일보 1면


8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다양한 사안을 묻기 위해서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송 기자는 북한 관련 이야기를 계속해서 꺼냈고, 마치 2주년 특집 대담이 아니라 북한 특집처럼 보였습니다.

특집 대담 다음 날인 5월 10일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 2주년에 쏜 미사일'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배치했습니다.  대통령의 얘기보다 북한 미사일이 더 중요하다고 헤드라인으로 뽑은 것입니다.

북한을 빌미로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 세력의 정치적 프레임이 송현정 기자의 질문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② 독재자? 자유한국당 대변인처럼 보인 질문 



특별 대담에서 가장 논란이 된 질문이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독재자'라고 표현했던 부분입니다. 송현정 기자 입장에서는 자유한국당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질문이었겠지만, 질문 내용을 보면 완전히 자유한국당 대변인처럼 보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의 판단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질문을 하는 행위는 기계적 중립이라고 해도 너무 과한 표현이었습니다. 만약 아이엠피터라면 아래처럼 질문을 했을 겁니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의견을 청와대와 여당이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으로 해야 할 입법 활동을 팽개치고  장외투쟁을 하면서 '독재자'라는 표현까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질문에도 품격이 있습니다.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질문이라도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듣고 보는 국민들은 다르게 느낍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겠지만, '왜 문재인 대통령에게만 저런 식으로 질문을 하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③ 일베인가? 5.18 유가족과 경제가 무슨 상관? 
“이 얘기를 한 번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대통령 행보 중에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을 꼽으라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장에서 유족을 위로해주신 장면이 하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같이 눈물을 흘렸던 것은 대통령에게서 공감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경제가 심리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수치는 괜찮고 괜찮아질 거다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만, 이런 것들이 사실 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답답한데 대통령께서는 괜찮다고 할까, 이런 인식의 괴리 문제를 요즘 많이들 얘기를 하시거든요.” (송현정 KBS 기자)

송현정 기자는 일자리와 경제 관련 질문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5.18 유가족을 위로해줬던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들 간의 인식의 괴리 문제를 말하기 위해서 꺼낸 겁니다.

그런데 인식의 괴리를 말하면서 굳이 5.18 유가족 이야기를 했어야만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5.18 관련 이야기는 일베에서 사안을 대입시킬 때 자주 사용하는 어법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과 국민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다른 사례를 들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시민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만 했어도 충분했습니다.

④ 박근혜 사면이 왜 거기서 나오나? 


"좀 예민한 질문일 수 있는데 보수진영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요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합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법률가이시기 때문에 어떤 법적 판단은 있으시리라고 봅니다. 아직 대법원 판결 전이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쓰겠다고 하셨지만 대통령으로서의 판단은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송현정 KBS 기자)

송현정 기자는 대담 도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관련 질문을 했습니다. 보수 진영의 궁금증이니 물어봐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송 기자는 단순히 특정 언론사가 아닌 공영 방송 기자이자 기자들을 대표해서 2주년 특별 대담에 나온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질문이 가져올 파장과 그 질문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언론사 내부에서 검증했어야 옳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대법원 판결이 끝나지도 않은 범죄자의 사면을 운운하는 자체가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일이자, 철저하게 극우 보수의 입장에서 질문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송 기자의 질문이 날카롭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는 감히 할 수 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의 의도와 방식을 보면 철저하게 극우 보수와 자유한국당의 사고방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기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기계적 중립과도 거리가 멉니다.

일자리 상황판 얘기를 꺼내 놓고 답변을 하는 대통령에게 '상황판 설명까지는 길게 할 필요가 없고요'라고 말하는 송 기자의 모습을 보면,  대담이 아니라 마치 취조를 하는 것처럼 예, 아니오라는 답변만 하라는 식으로 보였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시민들은 언론과 기자들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송현정 KBS 기자의 질문 수준을 보면 수준 이하의 질문이 여러 개 보였습니다. 송 기자를 과연 정치 전문 기자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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