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민생 대장정을 시작했습니다. 백팩을 메고 다니는 황 대표를 보면 마치 2년 전 안철수 대선 후보가 떠오른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안철수 후보가 백팩을 메고 지하철을 타고 다닌 모습과 황 대표를 비교한 사진도 올라왔습니다.

두 사람의 사진만 보면 대통령 선거 운동과 흡사합니다. 실제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대권에 대한 욕심 때문에 국회를 볼모로, 국회를 파행시키고 있다"라며 "민생 투쟁을 하겠다 하는데 정확한 표현은 대권 투쟁이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안철수 후보를 일부러 따라 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보를 보면 안 후보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도대체 왜 황 대표는 안 후보를 따라 하고 있을까요?

현장은 모르는 샌님들의 착각

▲백팩을 메고 다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어느 순간 백팩을 메지 않고 있다. ⓒ황교안TV 화면 캡처
▲백팩을 메고 다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어느 순간 백팩을 메지 않고 있다. ⓒ황교안TV 화면 캡처


안철수 후보는 백팩 유세를 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시장에 골목에 존재했다'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표도 '현장에 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주장은 현장은 모르는 샌님들의 착각에 불과합니다.

책상에만 있던 사람들이 볼 때에 현장에 오니 모든 것이 진짜 목소리 같아 보였을 겁니다. 실제로 황 대표는 부산 자갈치 시장 앞에서 연설을 하다가 자기 스스로 취해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 후보가 갔던 곳이나 황 대표가 다니는 일정이나 모두 계획된 행사입니다.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또한 정당 관계자들이 준비한 인물들입니다. 진짜 현장의 목소리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 눈에는 백팩을 메고 돌아다녀도 기성 정치인과 똑같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어묵을 먹거나 거리에서 시민들과 악수하는 정치인들이 한 두 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대표의 시선은 '자유한국당 해체'를 외치는 국민을 향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문재인 정권 때문에 못살겠다'라는 말만 기억합니다. 이 말이 듣고 싶어 투어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돈만 벌었던 황교안, 그가 언제 약자를 위해 싸웠나?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본 번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던 황교안 대표, 그는 부산고검장 퇴직 후 전관예우 등으로 엄청난 수임료를 받았다.
▲'좌파 중에 정상적으로 본 번 사람이 없다'라고 말했던 황교안 대표, 그는 부산고검장 퇴직 후 전관예우 등으로 엄청난 수임료를 받았다.

"'좌파'는 돈 벌어본 일은 없는 사람들이에요. 싸워 '투쟁해가지고 뺏은 거. '민변' 변호사들이 잘살아요. 어떻게 잘 사냐. 어려운 사람들 도와준다고 해가지고 소송하라고 걸어가지고 소송비 받으면, 그걸로 이제…'우파' 변호사들은 수임을 잘 못 하는데…" (황교안 대표 부산 아파트 부녀회 간담회 자리)

황교안 대표는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좌파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라며 진보 성향의 변호사 단체인 '민변'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말은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는 셀프 디스입니다.

황 대표는 2011년 부산고검장을 퇴직한 후 법부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17개월 동안 무려 16억 가량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한 달 수임료로 3억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13억이었던 재산은 25억으로 무려 두 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재산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위 검찰간부 출신으로 전관예우가 있었습니다.  2013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에 '전관예우 금지법'을 어겼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전관예우라는 적폐를 통해 돈을 벌었던 황 대표의 사고방식으로는 돈보다 약자를 돕는 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신념이 이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약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적이 없던 정치인이 지금은 서민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합니다. 믿기 힘든 말입니다.

달콤한 악마의 속삭임, 차기 대선주자 1위 

▲MBC의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 황교안 대표와 이낙연 총리의 지지율이 바뀌었다. (이후 영상은 수정됐음) 이낙연 총리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황 대표를 앞섰다. ⓒMBC 뉴스 화면 캡처
▲MBC의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 황교안 대표와 이낙연 총리의 지지율이 바뀌었다. (이후 영상은 수정됐음) 이낙연 총리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황 대표를 앞섰다. ⓒMBC 뉴스 화면 캡처


황교안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난달까지 연속해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황 대표를 보면 마치 2016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떠오릅니다.

당시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위였기에 차기 대선은 안철수라는 말이 나왔고, 안 대표는 명실상부한 대선주자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2018년 지선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습니다. 지금은 그 존재조차 희미해졌습니다.

물론 안철수 대표와 황 대표의 차이는 있습니다. 안 대표는 중도보수라는 어정쩡한 포지셔닝이었지만, 황교안 대표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정당과 보수 세력이 자리를 받쳐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아들의 병역 문제로 패배했던 사실을 기억한다면, '담마진'이라는 흔하지 않은 질환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던 점은 끝까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황교안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1위로, 자유한국당이라는 방어막이 있지만,  내년 총선 결과와 대선후보 선출 전당대회의 변수가 남아 그의 운명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당신들은 국민의 겉에 있고, 저는 국민의 속에 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가 진짜 국민과 함께 하고 있으며,  끝까지 할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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