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조선일보>에는 '자신들과 의견 다르다고 언론·필자 공격하는 홍위병 KBS'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습니다.

사설에는 마이클 브린이라는 외국인이 쓴 '과연 광화문광장이 적절한 공간일까'라는 칼럼을 KBS 기자가 취재하면서 영어 원문을 요청한 것을  가리켜 '권위주의 시대 안기부 직원이 외신기자 사무실에서 원고를 걷어 가던 일이 떠오른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세상에는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 다른 견해에 대해 언론과 필자를 공격한다'라며 '사람들 입에 재갈을 물리는 홍위병과 같은 행태'라고 KBS를 비난했습니다.

당사 마이클 브린을 취재했던 KBS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저널리즘토크쇼 J>에서는 강압적인 상황이 아니었으며, 안기부까지 떠올린 것은 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클 브린이라는 외국인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조선일보>가 사설과 칼럼, 기사를 통해 마치 언론을 억압하는 것처럼 보도했는지 알아봤습니다.



언론인? 마이클 브린은 홍보대행사 대표

<조선일보>는 4월 1일 새로운 칼럼 필진을 소개하면서 마이클 브린을 '전 가디언지 서울특파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4월 6일 칼럼에서는 마이클 브린을 '전 서울외신기자클럼 회장'이라고 소개했고, 4월 23일 기사에서는 '1982년부터 37년째 한국 사회를 지켜본 언론인'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소개만 보면 마이클 브린은 언론인 같습니다. 그러나 마이클 브린이 서울 외신기자 클럽 회장이었던 시기는 1987년으로 굉장히 오래전입니다.

그는 1994년부터 기자가 아니라 북한 전문컨설턴트로 활약했고, 1999년부터는 홍보대행사 대표로 기업가라고 소개됐습니다.

실제로 2006년 마이클 브린이 칼럼을 썼던 <이데일리>에서는 그를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이사>로 소개했습니다.  마이클 브린을 <조선일보>가 소개했던 언론인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영어 원문 요청에 안기부를 떠올렸다? 

<조선일보>와 마이클 브린은 KBS 기자가 칼럼 원문을 요구한 것을 가리켜 '안기부 시절'을 떠올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2006년에 칼럼을 썼던 <이데일리>는 영어 원문을 함께 실었습니다.

영어로 작성된 칼럼이니 기사를 독자들이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원문을 싣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한 KBS 기자가 원문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취재 방식입니다.

과연 영어 원문을 요청한 일이 독재 정권 시절 안기부를 떠올릴 만한 일이었는지는 이해되기 어렵습니다.

론스타 홍보대행사 대표가 작성했던 칼럼 

마이클 브린이 대표로 있던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된 '론스타'의 홍보대행사였습니다.

2006년 마이클 브린은 자신이 칼럼을 쓰는 <이데일리>를 통해 론스타에 유리한 입장의 칼럼을 3회에 걸쳐 게재했었습니다.

언론의 지면을 빌려 자신의 클라이언트를 홍보했다는 사실은 그가 언론인 출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자, 언론인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습니다.

언론이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조선일보'는 알고 있는가?



5월 7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문재인 정권 심판 11개월 남았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그 논리가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김대중 고문은 문재인 대통령의 심판 이유를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한 말'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또 어떤 분들은 이제는 적폐수사 그만하고 좀 통합으로 나가야 하지 않겠냐, 그런 말씀들도 많이 듣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수사에 대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도 없고 또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반헌법적인 것이고, 또 헌법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타협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빨리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루어진 다음,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자는 데 대해서 공감이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안들에 대해 얼마든지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그 자체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입장이나 시각이 다르니까 그런 것이 어려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5월 2일 사회원로 초청 간담회)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반헌법적인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범죄에 대해서 타협하지 않겠다고 했던 발언이 왜 문재인 심판의 근거가 되는지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마이클 브린이 언론인이며 KBS가 그를 취재한 것을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홍위병과 같은 행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김대중 고문의 칼럼을 보면 오히려 <조선일보>가 홍위병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홍보대행사 대표를 마치 신뢰 있는 외신기자, 언론인으로 소개하는 <조선일보>의 보도 방식은 기초 사실조차 왜곡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나쁜 짓입니다.

<조선일보>가 '언론',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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