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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에서 꼭 퇴출시켜야 하는 고질병 ‘단독 집착증’

2019년 1월 18일

한국 언론에서 꼭 퇴출시켜야 하는 고질병 ‘단독 집착증’

지난 1월 11일 네이버 뉴스에는 동물보호단체 케어가 구조한 개와 고양이 수백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비슷한 시각에 뉴스를 보도한 곳은 한겨레와 SBS, 뉴스타파였습니다.

내용은 세 매체가 비슷했습니다. 케어 박소연 대표가 직접 구조된 개들을 안락사시키도록 지시했다는 증언과 집단 안락사가 장기간 지속됐다는 부분도 모두 일치합니다.

케어 폭로 관련 뉴스에 한겨레와 SBS는 단독을 붙였고, 뉴스타파는 없었습니다.

‘단독’은 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오직 한 매체에 의해 보도되거나 방송된 뉴스나 콘텐츠 등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뉴스를 세 개의 매체에서 보도됐는데 어떻게 ‘단독’이라고 했는지 이상합니다.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의 페이스북을 보면  제보자가 여러 언론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엠바고를 걸었다고 합니다.

엠바고는  특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예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보자가 동시에 언론에 보도되길 원하는 경우에 사용되기도 합니다. 엠바고는 언론이 후속 취재 등을 통해 검증하는 시간을 갖게 하기도 합니다.

단독을 붙이지 않은 뉴스타파 기자들의 주장을 보면 이번 케어 보도는 국이 단독을 붙여야만 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왜냐하면 이미 다수의 언론사와 기자가 타 언론이 취재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사라진 JTBC 단독병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대한민국 언론의 단독병에 관해 여러차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특히 JTBC 사례를 보면 뉴스타파가 비판의 목소리를 낼만도 합니다.

2018년 1월 17일 JTBC <뉴스룸>은 <[단독] 주사제 한 병 나눠 맞히곤…의료비는 부풀려 청구>라는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뉴스룸> 보도 이전에 <뉴스타파>에서 이미 <[신생아 참사] 주사제 1병 쓰고 5병 값 계산…보험급여 부당청구 시도>라는 제목으로 JTBC와 똑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김경래 기자는 ‘주사제 1병 쓰고 5병 값 계산’ 뉴스는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부모님 한 분 한 분을 설득하고 읍소해서 나온 취재였습니다. 부모님들은 다른 언론사에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 보도해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JTBC는 뉴스타파의 진짜 단독 보도를 가로채서 단독을 붙인 셈입니다. (관련기사:손석희 사장님! JTBC ‘단독 집착증’은 고칠 수 없나요?)

JTBC는 단독이라고 붙일 수 없는 보도에도 여러 차례 단독이라고 보도하며 언론계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JTBC는 2018년 2월 국내 언론사로서는 처음으로 단독을 붙이지 않겠다고 보도합니다.

하지만 국내 언론사에서 ‘단독’을 붙이지 않은 곳은 뉴스타파가 처음이었습니다. 이마저도 JTBC는 엉터리 단독 보도를 한 것입니다. (관련기사:‘단독’버리기는 JTBC가 아니라 뉴스타파가 최초였다.)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단독 보도 

아이엠피터가 언론사의 단독 보도를 계속 지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언론에는 단독 보도가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The PR이 조사한 언론사별 단독 기사 건수 (검색기간: 17. 9. 20~18. 3. 20) 분양 등의 기사나 단순 단독 키워드 기사는 제외 ⓒThe PR

The PR이라는 매체가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서 단독을 붙여 보도한 기사를 조사했더니 6개 월(2017년 9월 20일~2018년 3월 20일) 동안 무려 6919건이었습니다.

이 조사에는 ‘콘서트·개봉·주택·MC·분양·선두·1위·공급·중계·상영·운영·공연·입장·오픈·무대·입점’과 같은 키워드와 단독 기사가 아님에도 단독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는 제외했다고 합니다.

여러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언론사들이 6개월 동안 보도한 단독기사는 매체별로 대략 329건이었습니다.  The PR이 조사한 바로는 2018년 3월 20일 네이버 포털에만 단독을 붙인 기사는 119건이었습니다.

단독은 과거에는 ‘특종’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자 한 명, 언론사 한 곳만이 보도하는 뉴스입니다. 그런데 6개월 동안 300건이 넘는 단독 보도가 나왔다는 것은 진짜 단독 보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 언론은 단독을 남발하는가?

▲포털사이트에 단독 표기를 달고 올라온 뉴스들 ⓒ The PR

2018년 3월 20일  YTN이 보도한 ‘[단독] “오빠들이 왔다”…솔리드, 21년 만에 완전체 출근길‘이라는 기사를 보면 과연 단독을 붙일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왜 언론사는 단독 같지도 않은 단독을 기사마다 붙여 보도할까요? 이유는 ‘돈’입니다.

단독을 붙여 포털에 송고하면 다른 기사보다 훨씬 클릭수가 높습니다. 단독에는 뭔가 특별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는 기대 심리 때문입니다.

클릭이 높아지면 광고 수익도 많아집니다. 클릭수가 수익으로 이어지니 시답지 않은 기사에도 단독을 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도 “언론사가 단독이라고 제목을 달아 이용자들의 주의를 끌어 클릭수를 높이면 AI(편의상 양사 모두 AI로 지칭)가 메인으로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포털사이트가 단독을 빼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사 제목에 대한 편집권은 언론사 데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언론사는 계속해서 어뷰징과 같은 단독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1987년 1월 15일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중앙일보

타 언론사와 비슷한 기사를 빨리 보도했다고  단독은 아닙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보도나 노태우 비자금, 삼성X파일, 최순실 국정농단, MB 다스 실소유주 보도 등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을 보도하는 것이 진짜 특종이자 단독입니다.

언론사가 아무 기사에나 단독을 붙이면서 ‘단독’의 가치는 하락했고, 기자의 신뢰마저 추락했습니다.

▲2018년 5월 19일 TV조선은 단독이라며 북한이 미국 언론에 취재비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TV조선의 보도는 오보였다.

언론의 단독 남발 때문에 진짜 이슈 특종이 묻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단독 보도가 오보로 이어지는 사례도 종종 나옵니다.

특히 ‘단독=속보’처럼 여겨지는 현재 상황에서 단독 보도를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단독을 팩트체크해야 하는 경우도 자주 벌어집니다.

제대로 된 단독 기사는 굳이 단독을 붙이지 않아도 시민들이 충분히 인정합니다. 가짜 단독 기사가 넘쳐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이제는 단독 집착증이라는 언론의 고질병이 사라지거나 퇴출돼야 합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한국 언론에서 꼭 퇴출시켜야 하는 고질병 ‘단독 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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