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오전까지도 제주도청 앞에는 제2공항을 반대하는 단식과 도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청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지난 7일 제주시는 제2공항 건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단식을 하는 김경배씨와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이 세운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단식 중인 김경배씨와의 면담에 응하라'며 중앙계단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기자, 왜?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는 갑자기 언론사 기자들이 몰리자, 기자에게 이유를 물었고, 기자들은 도청 공보실에서 언론사마다 취재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답변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는 갑자기 언론사 기자들이 몰리자, 기자에게 이유를 물었고, 기자들은 도청 공보실에서 언론사마다 취재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답변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1월 9일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습니다.

몰려든 언론사 기자들에게 왜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갑자기 왔는지 물어보니, 도청 공보실에서 언론사마다 취재 오라고 연락이 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합니다.

도청 행사도 아니고, 제2공항 반대 집회와 시위를 취재하라고 도청 공보실에서 연락이 왔다는 사실을 기자라면 믿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원희룡 지사 충돌 우려된다는 문자 보낸 제주도청 공보실

▲KBS제주가 공개한 제주도청 공보실에서 보낸 문자. 원 지사의 도청 출입 시간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KBS제주가 공개한 제주도청 공보실에서 보낸 문자. 원 지사의 도청 출입 시간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1월 9일 KBS제주 페이스북에는 1시쯤 제주도 공보실로부터 온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문자는 '금일 13시 10분 지사님 정문 출입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 시 참고 바랍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도청 공보실에서 원희룡 지사의 정문 출입 시간을 알려주는 자체도 이상하거니와 충돌이 우려된다고 취재 요청을 하는 것은 더 말이 되지 않는 문자였습니다.

KBS제주 페이스북에는 '부장 왈 "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취재 요청은 또 처음이네"'라며 언론계에서도 보기 드문 문자였다고 설명합니다.

제주도청 공보실은 "충돌 우려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자를 받은 언론사 기자들은 여태까지 이런 문자를 보내지 않았던 제주 공보실이기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무엇일까?

KBS제주 기자들은 도청의 이례적인 취재 요청에 "원 지사가 언론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은 뭐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집무실 복귀 시나리오(?)의 전말'이라는 기사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에 참고해달라’는 문자는 결국 원 지사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좋은 그림(?)’을 잡아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도청 출입을 가리켜 '정면 돌파'라고 표현했다.
▲일부 언론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도청 출입을 가리켜 '정면 돌파'라고 표현했다.


제주도청 공보실의 노력 덕분인지 9일 올라온 포털 뉴스를 보면 '정면돌파 택한 원희룡 제주지사'라는 제목과 함께 당당하게 걸어가는 원 지사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중앙일보는 '원희룡 도청진입 과정 소동…“통행 방해하면 안 됩니다”'라며 마치 제2공항 반대 도민들이 민원인의 통행을 반대하는 불법적인 사람처럼 묘사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제주2공항 반대천막 재설치…원희룡 도청진입 과정서 소동'이라는 기사에서 원 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 때문에 도청 안으로 어렵게 진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월 9일 제주신보.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제주신보 PDF
▲1월 9일 제주신보.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제주신보 PDF


제주지역 신문인 '제주신보'는 1월 9일 1면에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으로 제2공항 반대 농성을 보도했습니다. 제주신보 좌동철, 강경태 기자는 '도청 점거'라는 표현과 함께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제주신보는 '경찰이 활동가들에게 쩔쩔매면서 공권력이 실종된 상태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오히려 공권력이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신보는 '민원인 불편은 누가 책임 지나'라는 소제목을 통해 원희룡 지사가 주장했던 '민원인 통로'와 매우 유사한 보도를 했습니다. 어쩌면 원 지사와 제주도청 공보실이 그린 그림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굳이 피켓을 밟고 걸어가야만 했나?

▲원희룡 제주 도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이 서 있는 중앙계단으로 퇴근하는 모습 ⓒ제주도청 앞 텐트촌 사람들
▲원희룡 제주 도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이 서 있는 중앙계단으로 퇴근하는 모습 ⓒ제주도청 앞 텐트촌 사람들


원희룡 지사는 도청 중앙계단을 통해 걸어가면서 계단에 설치된 반대 농성 참가자들의 피켓을 밟고 갔습니다.

당시 참가자들은 원희룡 지사가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기에 대화를 하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원 지사는 굳이 제2공항 반대 피켓이 있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고, 퇴근 때도 피켓을 밟고 나갔습니다.

원희룡 지사가 제주도청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굳이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과 피켓이 있는 중앙으로 걸어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옆쪽으로도 공간이 있기에 충분히 그쪽으로 걸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고의적으로 피켓을 밟고 올라갔습니다. 그 이유는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정면 돌파하는 원희룡 제주지사'라는 그림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 제2공항에 찬성하는 도민들보다 반대하는 도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아닌 강제적인 방법과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한 정면 돌파(?)는 원 지사에 대한 신뢰감은 물론이고 도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도지사로 보기 어렵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피켓을 밟고 가기보다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통해 도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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