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에 제주대학교에 특강을 갔습니다. 강의 제목은  '박근혜 정권 이후 뉴미디어의 변화'였습니다. 제목은 거창했지만, 내용은 실패에 대한 고백이었습니다.

암울했던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에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뉴미디어, 특히 저와 같은 1인 미디어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어떻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경험담이었습니다.

기성 언론의 뉴미디어 확대, 외면받는 1인 미디어

▲기성 언론의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위에서부터 MBC '14F', 헤럴드경제 '인스파이어', 한국일보 '프란', SBS '비디오 머그' ⓒ한국기자협회
▲기성 언론의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위에서부터 MBC '14F', 헤럴드경제 '인스파이어', 한국일보 '프란', SBS '비디오 머그' ⓒ한국기자협회


정권이 교체된 이후 진보 언론은 물론 1인 미디어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심각하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조회수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지상파는 물론이고 기성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엠피터나 미디어몽구와 같은 1인 미디어의 글과 영상 조회수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언론들이 앞다퉈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전 정권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습니다.

특히 기존 보도 방식과 다른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를 강화하면서 소셜미디어에서 더욱 영향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가난한 시절에는 투박한 손 칼국수도 맛있다고 먹지만,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면 다양한 뷔페 음식을 먹고 싶은 심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1인 미디어의 특성이 있다고 해도, 자본과 인력, 기술이 뒷받침하는 기성 언론을 따라잡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명의 기자와 카메라를 동원해 막강한 전문 편집 인력을 갖춘 기성 언론을 소형 캠코더 하나 갖고 뛰어다니는 1인 미디어가 이기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1인 미디어를 뉴미디어라 부를 수 있을까? 

▲ KOBA 2018 전시회장에서 '사단법인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가 운영한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 모습
▲ KOBA 2018 전시회장에서 '사단법인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가 운영한 1인 방송 미디어 특별관 모습


1인 미디어가 뉴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느냐를 따지면 솔직히 아니라고 봅니다. 일단 기성 언론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뉴미디어라고 볼 수 있지만, 제작 방식이나 운영만을 놓고 본다면 아직까지는 1인이 운영하는 미디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막대한 영향력과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도 1인 미디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 시사 등 언론의 보도 분야로 한정해 활동하고 있는 1인 미디어는 기자도 유튜버도 아닌 형태입니다.

실제로 아이엠피터를 정치블로거 또는 1인 미디어라고 하지, 기자나 유튜버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취재 현장에 나가서 누군가 아이엠피터를 가리켜 선배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어색합니다. 왜냐하면 전통적인 언론계 선후배 관계로 보기에는 1인 미디어로 오랜 시간 활동했고, 각자가 걸어왔던 길이 다르다는 생각이 깊게 박여 있기 때문입니다.

1인 미디어를 뉴미디어라고 분류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혼자 활동하는 '독립 미디어', '인디 미디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특정 세력을 위한 콘텐츠 제작, 효과는 있지만... 

▲2015년 '슬로우뉴스'와 가진 인터뷰. 자칭 새누리당 전문가라고 밝혔다. ⓒ슬로우뉴스 화면 캡처
▲2015년 '슬로우뉴스'와 가진 인터뷰. 자칭 새누리당 전문가라고 밝혔다. ⓒ슬로우뉴스 화면 캡처


정권 교체 이후 진보 진영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온 것이 특정 세력 간의 전쟁 아닌 전쟁입니다. 아이엠피터도 이 전쟁에 왜 참여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엠피터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정치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잡았던 목표는 보수 전문 정치 블로거였습니다. (관련기사:"새누리당, 공부하면 할수록 무섭다" – 아이엠피터 인터뷰)

아마 제가 죽을 때까지도 보수 언론은 진보 진영을 비판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보수 정당과 언론을 비판하는 정치 블로거는 거의 없으니, 이 분야를 중점적으로 계속 글을 썼습니다.

아이엠피터의 관심 분야가 아닌 곳에 글을 쓰는 자체가 무리수라고 봤습니다. 여기에 굳이 아이엠피터가 글을 쓰지 않아도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데 나까지 전파를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자극적인 발언 등을 통해 특정 세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면 후원도 잘 되고, 두터운 팬층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원과 팬층 확보를 위해 자유한국당이나 삼성, 언론 적폐와 같은 더 시급한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아이엠피터의 방향과는 다르다고 봤습니다.

그저 아이엠피터가 써야 할 글을 매일 꾸준하게 쓰고 영상을 만드는 일이 묵묵히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고, 그대로 걸어왔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생존을 돕는 사람들

'이제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됐다'는 시민들의 생각이 이어지면서 후원도 많이 줄었습니다. 광고 없이 후원으로만 생존하는 1인 미디어에게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자립을 하지 못해 벌어진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제야 감시와 체포의 그늘에서 벗어나 뭔가 해보려고 했는데 생계가 흔들리니 당혹감도 들었습니다.

▲2018년 12월에 아이엠피터TV를 후원해주신 후원자와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펀딩 입금자 명단.
▲2018년 12월에 아이엠피터TV를 후원해주신 후원자와 12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펀딩 입금자 명단.


아이엠피터는 언론사 등록을 하면서 CMS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기존의 후원 개념보다는 구독료라고 보면 됩니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준비와 과정을 위해 6월부터는 '아이엠피터TV 펀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펀드는 말 그대로 반환되는 돈입니다. 입금 후 2년이 지나면 소정의 이자를 덧붙여 돌려줍니다.

사실 혼자서 제주에서 글만 쓰면 아끼고 아껴 최저 임금 이하로도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카메라 등의 장비가 필요하고, 서울에 머물 공간도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영상 편집 등의 인건비가 지출됩니다.

글만 써왔기에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기간 동에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펀드를 모집했습니다. 2년 뒤에는 구독료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잘될까라는 고민과 불안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버틸 수 있도록, 아니 생존을 하게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버티고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면서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엠피터TV의 활동 기록, 그리고 미래... 

▲아이엠피터 유튜브 계정의 영상 리스트
▲아이엠피터 유튜브 계정의 영상 리스트


2018년 4월 16일 '아이엠피터TV'라는 이름으로 언론사 등록을 한 이후 대략 140여개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일주일에 2편 이상씩을 꼬박 꼬박 올린 셈입니다. 구독자는 2019년 1월 5일 기준으로 3,190명입니다.

구독자와 조회수를 따지면 그리 성과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는 방송에 부적합한 목소리와 외모를 가진 아이엠피터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두 번째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오보의 역사', '팩트체크', '기사바로쓰기', '미디어리터러시' 등 언론 비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주위에서 아이엠피터의 언론 비평 영상 콘텐츠에 많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다른 유튜버처럼 정치 얘기를 과격하게 발언하면 오히려 구독자가 늘어나고 조회수도 높다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라고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해야할 일과 사람들이 필요한 콘텐츠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2019년부터는 정치 비평과 현대사 분야도 영상 콘텐츠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유튜브에 맞게 방송에 적합한(?) 아이엠피터가 되려고 노력도 해보겠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뭐를 하려고 해도 참 오래 걸립니다. 정치블로거로 자리잡기도 10년이 걸렸고, 언론사 등록도 3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영상콘텐츠는 거의 5년 만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하느라, 능력이 부족해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래도 마음 먹은 계획은 꼭 이루었습니다. 어쩌면 아이엠피터TV의 영상 콘텐츠도 시간이 걸리지만, 꼭 필요한 유튜브 채널이 될 것입니다.

2018년에도 글과 영상을 읽고 시청해주신 분들, 매달 후원해주신 분들, 펀드에 참여해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답답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느려도 꾸준히 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 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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