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연락이 되지 않다가 신고 4시간 만에 경찰에 발견됐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며칠 동안 신재민 전 사무관의 사건이 계속해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과연 언론 보도의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봤습니다.

불과 10분 만에 유서 검증 없이 보도한 조선일보 

▲1월 3일 11시 29분에 속보로 보도된 조선일보의 신재민 전 사무관 유서 관련 기사. 고파스에 글이 올라온 뒤 10분 만에 보도됐다. ⓒ조선일보 화면 캡처
▲1월 3일 11시 29분에 속보로 보도된 조선일보의 신재민 전 사무관 유서 관련 기사. 고파스에 글이 올라온 뒤 10분 만에 보도됐다. ⓒ조선일보 화면 캡처


조선일보는 1월 3일 오전 11시 29분 '속보'라며 '잠적한 신재민 "마지막 글입니다" 유서 게재'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조선일보가 마지막 글이라고 보도한 글은 신재민 전 사무관이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글입니다.

고파스에 글이 올라온 시각은 11시 19분이고, 조선일보가 보도한 시각은 11시 29분입니다. 신 전 사무관의 글이 올라온 지 불과 10분 만에 조선일보는 '속보'라며 보도한 셈입니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사 작성 컴퓨터도 아니고 10분 만에 유서를 보도한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의 능력(?)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엄청나게 빨랐던 조선일보의 보도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지만, 검증 없이 유서를 보도한 속보가 필요한 보도였는지는 의문입니다.

민변이 신재민 변호를 거부한 것처럼 보도한 조선일보 

▲민변이 공식적으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조선일보는 1월 4일 3면에서 마치 민변이 변호를 거부한 듯한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pdf
▲민변이 공식적으로 신재민 전 사무관의 요청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조선일보는 1월 4일 3면에서 마치 민변이 변호를 거부한 듯한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pdf


1월 4일 조선일보는 '공익제보자 보호 외쳤던 민변, 신재민 변론 놓고 무슨 일 있었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3면에 보도합니다.

제목만 보면 그동안 공익제보자 보호를 외쳤던 민변이 신재민 전 사무관의 변호를 맡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조선일보 신수지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신재민 전 사무관이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글을 토대로 보도됐습니다.
저는 지금 박근혜 이명박 정부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때 이렇게 행동했으면 민변에서도 도와주시고 여론도 좋았을 텐데...

민변의 모든 변호사가 민변인걸 공개하고는 변호를 맞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럽게 실망했어요. 담당해주신다는 분도 민변인 거 공개하지 않고 형사사건 한정으로만 수임해 주신다고 하네요. (신재민 전 사무관이 고파스에 올린 글 중에서)

신재민 전 사무관이 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신재민씨 측에서 민변 사무처에 별도로 연락을 주신 적이 전혀 없다, 전화나 메일 등도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민변 사무차장이 공식적으로 변호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조선일보는 '민변이 실제 그런 식으로 행동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보도합니다. 기사 마지막에는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가 그를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입니다.

조선일보 이준우 기자는 '[기자의 시각] 시민단체들의 이중성'이라는 기사에서 민변이 귀순 북한 종업원 사건을 통해 박근혜씨를 고발했었다는 내용을 거론하며 비난합니다.

'대학 시절부터 신재민과 함께한 선후배 일동'도 이날 저녁 발표한 호소문에서 "민변에서 이 사건을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음에도 조선일보는 악의적으로 민변을 물고 늘어지면서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조선일보의 뻔뻔한 보도 행태 

▲조선일보가 보도한 신재민 전 사무관 선후배의 호소문 관련 기사. 호소문 마지막에는 언론에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일보 화면 캡처
▲조선일보가 보도한 신재민 전 사무관 선후배의 호소문 관련 기사. 호소문 마지막에는 언론에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일보 화면 캡처


1월 3일 조선일보는 '신재민 선후배 일동 "사실무근 가짜 뉴스 유포, 매우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신재민 전 사무관 대학 동아리 선후배의 호소문 내용을 보도합니다.

조선일보 기사의 핵심은 신재민 전 사무관이 대학시절 뉴라이트 성향 학생회에서 활동하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었다는 가짜뉴스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호소문 마지막에 담긴 글을 더욱 유심히 봤어야 합니다. 호소문에는 '마지막으로 언론에 부탁드립니다'라며 '일부 언론의 경쟁적, 자극적 보도가 신 전 사무관과 그의 지인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조선일보의 보도 리스트.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 1월 4일 오전 기준 총 68건이 보도됐으며, 1일 평균 13.6건이었다.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조선일보의 보도 리스트. 조선일보 홈페이지에서 검색한 결과 1월 4일 오전 기준 총 68건이 보도됐으며, 1일 평균 13.6건이었다.


2018년 12월 30일 신재민 전 사무관이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이후 1월 4일 오전까지 조선일보가 보도한 관련 뉴스는 총 68건입니다. 1일 평균 13.6건을 보도했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사실 확인 없이 그저 신 전 사무관의 입을 빌어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내용이 태반입니다. 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만을 담아 보도한 기사도 있습니다.

호소문에 담긴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는지, 정부의 주주권 행사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 좀 더 다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요구에 맞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한 호소문을 조선일보가 당당하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 이리도 뻔뻔할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신재민 전 사무관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언론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언론의 보도. 단독인지 의문이 드는 단독과 속보 아닌 속보가 연이어 보도됐다.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언론의 보도. 단독인지 의문이 드는 단독과 속보 아닌 속보가 연이어 보도됐다.


불과 1분 간격으로 서로 단독이라며 신재민 전 사무관의 극단적 선택을 보도하는 언론이나 정말 이런 내용까지 보도해야 맞는지 허탈감이 들 정도의 기사를 속보라고 보도하는 언론 기사가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저 해프닝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앞다퉈 속보, 단독, 인터뷰 기사 등을 쏟아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언론 기사를 토대로 섣달그믐부터 새해 첫날까지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보수 언론은 신재민 전 사무관의 극단적 선택이 정부와 민주당, 좌파 진영 때문이라고 보도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히려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일삼은 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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