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11월 6일 미국 중간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한국 언론은 11월 7일부터 캘리포니아주 연방하원의원 제39선거구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한국계 영 김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 영 김, 美하원의원 당선 확실시…한인 출신 20년만에 쾌거 눈앞(종합3보)
한겨레: 한국계 여성 영 김, 첫 미국 하원 입성…사회적 소수자들 ‘돌풍’
KBS:영 김, 20년 만에 ‘한인 美 연방의원’ 당선 확정적
SBS: 영김, 美 연방 하원의원 당선 확정적…한인 출신 20년 만에 쾌거

11월7일 연합뉴스는  영 김 후보의 하원의원 당선이 확실시됐다며 연이어 속보를 냈습니다. 한겨레는 아예 제목에 '한국계 여성 영 김, 첫 미국 하원 입성'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음날 오전부터 지상파 뉴스들도 '영 김, 20년 만에 연방의원 당선 확정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영 김 패배, 그러나 오보를 인정하지 않는 언론들 

▲11월 8일 연합뉴스TV는 ' 영 김 후보 당선'이라고 보도하고,  11월 19일에는 '역전패'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11월 8일 연합뉴스TV는 ' 영 김 후보 당선'이라고 보도하고,  11월 19일에는 '역전패'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대한민국 통신사, 지상파, 지면 신문, 인터넷 언론사 모두 영 김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했지만, 김 후보는 결국 낙선했습니다.

11월 8일 <영 김, 미 연방하원의원 당선…한인 출신 쾌거>라고 보도했던 연합뉴스TV는 11월 19일 <영 김, 미국 하원 입성 좌절…우편투표서 역전패>라고 보도합니다.

당선이라고 보도했던 언론사라면 최소한 자신들의 오보를 인정하는 정정보도는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와 앵커의 입에서는 '오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합뉴스TV이외 다른 매체도 영 김 후보의 당선 확정적 보도가 오보였음을 인정하거나 정정보도문을 내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선거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했던 한국 언론 

▲11월 15일 기준 캘리포니아 연방하원의원 제39선거구 개표 현황
▲11월 15일 기준 캘리포니아 연방하원의원 제39선거구 개표 현황


미국의 선거 시스템은 굉장히 복잡합니다. 일단 투표 시간만 해도 주마다 시간대가 달라 일괄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미국의 개표는 모든 투표소의 투표가 완료된 다음에 집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끝난 투표소부터 합니다.

우편투표를 개표하는 방식도 우리나라처럼 매일 하는 것이 아니라 개표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부재자 투표, 해외 투표가 포함된 잠정투표는 집계가 가장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검표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미국의 선거 개표 결과는 투표가 끝나고도 1~2주는 기본이고 한 달이 넘어서야 확정됩니다.

이런 미국의 선거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 김 후보 사태처럼 무조건 당선 확실시라는 오보를 낼 수 있습니다.

한인 성공담을 뉴스로 내보내길 원했던 한국 언론

▲11월 8일 서울경제 기사. ⓒ서울경제 PDF
▲11월 8일 서울경제 기사. ⓒ서울경제 PDF


왜 한국 언론은 앞다퉈 영 김 후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을까요? 영 김 후보는 한국 언론이 작정하고 만든 성공 신화의 주인공 모델로 안성 맞춤이었습니다.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한겨레는 '한국계 여성',' 사회적 소수자들'이라고 보도했고, 서울경제도 <'유리천장 깬 영 김, 한국계 여성 첫 연방하원 입성' >이라며 김 후보의 업적(?)을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국계 정치인들은 무조건 한인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정치 활동을 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한국계 정치인만 나오면 무조건 그들의 당선을 기원하는 기사를 내보냅니다.

1995년 미주 한인들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합법이민자의 사회보장 혜택 폐지 법안을 반대했습니다. 당시 한국계 최초로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됐던 김창준 의원은 한인 여론과 달리 공화당의 '월 페어 개정안'을 적극 홍보했습니다.

김창준 의원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계 정치인들은 외모만 한국인이지 철저하게 미국 정치인으로 활동합니다.

영 김이 승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한국인이 행복하지는 않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영 김 후보 관련 기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화면 캡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영 김 후보 관련 기사.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화면 캡처


대부분의 한국 언론이 영 김 후보의 당선이 확정적이라고 보도할 때, 외신은 '영 김이 승리할 수도 있다'(young kim coulid win)라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모든 한국인이 행복하지는 않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공화당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승리한 앤디 김은 민주당 소속이었고, 그의 경쟁자는 가뜩이나 비싼 의료비를 올리는 법안을 내놓은 톰 맥아더라는 공화당 후보였습니다.

한국 언론은 영 김 후보의 당선 확정적이라는 보도가 오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모든 언론이 똑같이 보도했기 때문이라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왜 우리나라 언론은 '그녀가 승리할 수도 있지만, 모든 한국인이 행복하지는 않다'라고 보도하지 않았을까요? 진실보다는 잘 팔리는 기사, 쉽게 베낄 수 있는 기사만 썼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오보의역사] 영 김 당선 오보 내고도 유야무야 덮은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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