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국회 정론관 밖 복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경팀이 2015년 6월부터 11월 사이에 작성한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 관련 회사 내부문건’입니다.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린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이날 문건을 공개한 박용진 의원은 언론이 삼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언론도  용기내고 같이 가자"라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박용진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을 나눠줄 때 수십 명의 기자가 한꺼번에 몰려  받아 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8일 아침신문을 보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정도만 해당 내용을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기자가 문건을 받아갔지만, 기사를 쓴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삼성바이오 문건은 사라지고, 삼성 폰이 1면에 나오다 

▲11월 9일 조선,중앙, 세계,서울신문은 1면에 삼성 폰 기사를 배치했다.
▲11월 9일 조선,중앙, 세계,서울신문은 1면에 삼성 폰 기사를 배치했다.


11월 9일 조간신문에는 유난히 삼성 기사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은 1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닌 ‘삼성 폴더블 폰’을 다뤘을 뿐입니다.

언론이 삼성 폴더블 폰 사진을 1면에 실으면서 넣은 제목은 아래와 같습니다.
조선일보: ‘펼치니 7.3인치 태블릿… 삼성, 스마트폰의 미래 열다’
중앙일보: ‘접으면 스마트폰 펴면 태블릿 … 삼성 폴더블폰 공개’
세계일보: ‘베일 벗은 삼성 폴더블폰 … 펼치면 7.3인치 대화면’
서울신문: ‘접었다 폈다 폴더블폰 … 새 미래 펼친 삼성’

이외에도 대부분 ‘폴더블’, ‘미래’, ‘7.3인치’ 등을 강조하는 제목들이 대다수의 아침신문 1면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 폴더블 폰은 사실 출시 제품도 아닙니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 제품도 아니고 완성된 제품을 발표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디스플레이가 접어지는 폰’의 기능을 공개한 정도입니다. 그런 제품의 소식이 과연 1면에 채워 넣을 정도의 기사 가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삼성바이오뉴스, 한겨레는 3면, 한국일보는 경제면에

▲11월 9일 한겨레 3면, 삼성바이로직스 내부 문건 관련 보도 ⓒ한겨레 PDF
▲11월 9일 한겨레 3면, 삼성바이로직스 내부 문건 관련 보도 ⓒ한겨레 PDF


한겨레는 며칠 동안 연속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식을 이어갔습니다. 3면에서 <‘삼바 이중플레이 … 바이오젠 지분 되사와 지배력 쥐려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바탕으로 추가 분석 기사를 낸 것입니다.

전날 종합일간지 중 한겨레, 경향신문과 함께 박용진 의원 문건을 보도한 한국일보는 경제면에서 금융감독원이 증권선물위원회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가 관련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한겨레는 1면이 아닌 다른 지면이었고, 한국일보는 경제면에서 단신 수준으로 전했다는 점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보도입니다.

삼성 관련 뉴스를 잘 읽어야 하는 이유 

▲11월 15일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중앙일보는 분식회계,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11월 15일 조선,중앙,동아일보 1면. 중앙일보는 분식회계,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단어를 제목에서 사용하지 않았다.


삼성관련 뉴스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유독 중앙일보가 마치 홍위병처럼 삼성을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중앙일보는 11월 15일 1면에서도 분식회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단어 대신에 < 삼바 주식거래정지… 피 마르는 22조>라며 주식거래 정지의 규모만 강조했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제목에서 22조를 표기함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만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적인 범법 행위를 감추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유독 삼성 오너 일가에 우호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중앙일보를 보면 언론인지 삼성 홍보실인지 착각에 빠집니다. 그 배경에는 삼성과 중앙일보의 관계가 혼맥과 지분 등으로 끈끈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2015년 5월 7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근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5월 7일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박근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분식회계는 회사의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하기 위해 회사의 장부를 조작하는 것으로, 가공의 매출을 기록하거나 비용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경영 성과가 좋아 보이도록 회계 장부상의 정보를 고의로 조작하는 행위로 경영계에서는 중범죄로 통합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세습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큰 역할을 한 곳이 삼성바이오로직스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경영권 문제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삼성 제품과 이재용 부회장을 홍보하는 기사만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박근혜와 이재용 삼성 부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고 갔는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언론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소식을 어떻게 다루고 보도하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삼성 홍보 기사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면,  삼성의 비리도 지적한 뉴스도 꼭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1면보기] 삼성바이오 문건은 가득 받아가 놓고 기사는 쓰지 않는 신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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