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4일 영화배우 신성일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신성일씨가 사망하기도 전인 11월 3일, 티브이데일리는 단독이라며 <'은막의 왕' 신성일, 폐암으로 별세…향년 82세>라고 보도했습니다.

국민일보도 온라인을 통해 속보라며 <영화배우 신성일 폐암으로 별세… 향년 82세>라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두 언론사의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신성일씨는 위독한 상황이었지 세상을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오보가 나왔을까요?

신성일씨는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0월초만 해도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할 정도로 회복했지만,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신씨의 조카인 자유한국당 강석호 의원은 '11월 3일 오후 7시 30분쯤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시 연락한 결과 호흡이 돌아왔지만, 아직 의식은 없었던 상태였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씨의 가족이 장례식장을 빈소로 예약하면서 신성일씨의 사망설이 돌았고,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신성일 별세’라며 속보로 내보낸 것입니다.

비록 시간차 오보였지만, 언론의 신성일씨 사망 오보는 취재원의 말이라도 검증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건이었습니다.

연예인이 살아있음에도 사망했다고 오보를 낸 경우는 이외에도 또 있습니다.

▲2012년 10월 17일 노컷뉴스가 단독이라며 속보로 내보낸 그룹 쿨 멤버 유리씨 사망 오보 ⓒ노컷뉴스 화면 캡처
▲2012년 10월 17일 노컷뉴스가 단독이라며 속보로 내보낸 그룹 쿨 멤버 유리씨 사망 오보 ⓒ노컷뉴스 화면 캡처


2012년 10월 17일 오전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장창환 기자는 단독이라며 그룹 쿨의 멤버 유리씨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노컷뉴스는 취재 결과 쿨의 유리씨가 17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주점에서 룰라 출신 채리나씨 등 지인들과 모임을 가지던 중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어 후송됐지만, 끝내 숨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20분 뒤에 노컷뉴스가 사망했다는 유리씨가 멀쩡히 살아있었음이 알려지면서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사망한 사람은 쿨 멤버였던 김성수씨의 전 부인이었습니다.

CBS는 취재기자가 믿을만한 SBS 연예담당 PD로부터 제보를 받고 새벽 4시 30분에 병원에 가서 직접 취재를 했다고 취재 경위를 밝혔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119 구급대원에게 유리가 사망했느냐고 물었고, 대원은 사망한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기자는 쿨의 멤버 유리가 사망했느냐로 질문했고, 구급대원은 이송된 사람이 사망했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유리씨의 사망 오보는 급박한 취재 현장에서 기자가 제보 받은 내용만 확인하는 식으로 취재해서 벌어졌습니다. 특히 당시 취재기자는 배우 공형진씨에게도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유리씨의 지인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공씨는 사망한 사람이 처제였기 때문에 병원에 있었던 겁니다.

기자가 제보를 받았다고 모두 진실은 아닙니다. 기자가 제보를 맹신하면 오히려 오보를 내보낼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 2011년 4월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김유리씨 사망 소식을 보도하면서 동명이인 김유리씨 사진을 사용했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 2011년 4월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김유리씨 사망 소식을 보도하면서 동명이인 김유리씨 사진을 사용했다 ⓒMBC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2011년 4월 19일 MBC 뉴스데스크는 <슈퍼모델 출신 김유리, 자택서 숨진 채 발견>이라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사진 속에 등장한 인물은 동명이인이었던 방송인 김유리씨였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김유리씨의 지인은 트위터에 '멀쩡하게 살아있는 제 친구 동명이인 김유리 사진과 영상을 쓰셨네요. 인터넷에 떴다고 확인도 안 하고 쓰셨네요'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기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뉴스를 읽는 사람들이 제대로 읽지 않아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예인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유튜브에는 관련 영상이 우후죽순 올라온다. 그러나 일부 유튜브 영상은 오보를 검증 없이 업로드하기도 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연예인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 유튜브에는 관련 영상이 우후죽순 올라온다. 그러나 일부 유튜브 영상은 오보를 검증 없이 업로드하기도 한다. ⓒ유튜브 화면 캡처


2017년 12월 가수 테이씨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읽어 보면 가수 테이씨가 아니라 소속사 대표의 사망이었습니다.

당시 일부 유튜버 중에는 가수 테이가 세상을 떠났다며 영상을 올린 경우도 있습니다. 가수 테이씨처럼 유튜버가 언론 보도만 믿고 연예인이 사망했다고 영상을 올린 경우는 신성일씨 사망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유튜버가 잘못된 사실을 영상으로 만든 배경에는 실시간 검색어나 언론 속보만 대충 읽고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급박하게 업로드했기 때문입니다.

유튜버뿐만 아니라 연예계 찌라시 중에는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었다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았던 배우 김아중씨, 방송인 변정수씨, 가수 주현미씨 ⓒ네이버프로필
▲사망했다는 루머가 돌았던 배우 김아중씨, 방송인 변정수씨, 가수 주현미씨 ⓒ네이버프로필


1990년에는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 주현미씨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했다는 루머가 나왔습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국민의 75%가 이 소문을 알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가짜뉴스였습니다.

2003년 모델 출신 배우 변정수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 이미지가 온라인 게시판에 떠돌았습니다. 한 대학생이 변정수씨의 이름을 교통사고 기사에 합성해서 올린 가짜뉴스였습니다.

2018년 8월 김아중씨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는 루머가 돌았습니다. 당시 김아중씨는 나쁜 녀석들이라는 영화 크랭크인을 앞두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예인이 사망했다는 오보나 찌라시는 대중의 관심이 높기 때문에 급속하게 확산됩니다. 아무리 해명을 한다고 해도 이미 퍼진 오보나 루머는 바로 잡기도 어렵거니와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사람이 죽었다고 기사 몇 줄 쓴다고 별일 있겠냐는 기자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연예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까지도 고통을 받습니다.

사망 선고는 기자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하는 겁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오보의역사] 유튜버도 속았던 연예인 사망 3대 오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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