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씨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같은 소식을 보도한 두 개의 기사가 있습니다.

11월 3일 세계일보는 '안젤리나 졸리, 깜짝 한국 방문 '삼청동 고깃집서 입양 아들과 상추쌈 한 입'이라는 제목으로 OSEN은'[단독] 안젤리나 졸리, 깜짝 내한…아들 팍스와 입양 봉사차 韓 왔다'라고 보도했습니다.

OSEN의 보도처럼 세계일보도  '입양 아들'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어도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세계일보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는 제목부터 기사 곳곳에서 '입양한 아들'을 강조합니다.

세계일보의 기사 제목은  네이버  댓글에서도 지적을 받았습니다.
hone***
아들이면 아들이지 꼭 입양 아들이라고 제목에 써놔야하나요?
kshi****
그냥....아들이라고 쓰시면 어떨까여??
irle****
꼭 입양이라는 단어 붙여야되냐?기자가 의식수준한번 드럽게 떨어지네
kdl0****
입양이라는 단어가 나쁜건아니지만 굳이 안붙여도 안되나?
gura****
야 그냥 아들이지 입양 아들은 뭐하는 아들인데 못배워쳐먹은 기자새끼야 입양이 죄야?

장혜원 기자는 댓글을 읽었는지, 11월 6일 올린 기사 제목에는 '안젤리나 졸리 아들 매덕스 연세대 투어 후 입학 소문에 학교 "지원 사실 없다"라며 입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입양 아들이라고 기사에 쓸 필요가 없는 이유

입양을 했으니 입양 아들이라고 기사 제목에 썼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아래 기사는 어떨까요?

▲11월 7일 보도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양육권 소송 관련 기사 ⓒ매일경제 화면 캡처
▲11월 7일 보도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양육권 소송 관련 기사 ⓒ매일경제 화면 캡처


11월 7일 매일경제는 '안젤리나 졸리vs브래드 피트, 양육권 다툼 결국 ‘법정行`이라는 제목으로 2016년에 이혼한 두 사람이 양육권 및 양육비 지원 문제 등으로 소송을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양육권 소송이라 아이들의 이름이 실명으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기사에는 입양이라는 단어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아이들은 법적으로도 완벽한 안젤리나 졸리씨의 자녀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여배우가 아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밥을 먹는 모습에 입양이라는 단어는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언론들이 포털에 기사를 송고하면서 클릭률을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 것뿐입니다.

입양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TV 드라마 

▲ TV드라마에 나타난 입양의 이미지 (2012년) ⓒ한국아동복지학 39호 화면 캡처
▲ TV드라마에 나타난 입양의 이미지 (2012년) ⓒ한국아동복지학 39호 화면 캡처


우리나라 TV 드라마에 나타난 입양의 이미지는 부정적입니다. 한국아동복지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조사 대상 드라마 대부분이 입양을 부정적 측면으로 묘사했습니다.

특히 입양은 막장 드라마에 단골로 나오는 출생의 비밀에 꼭 연루돼 있습니다.  입양한 가정이 재벌이거나 아이가 성인이 된 후에는 경제적 보상을 바라는 탐욕적인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 입양한 양부모는 부부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입양해 키우다가 이혼을 하면서 파양을 하거나, 입양아에게 집안일이나 허드렛일을 시키는 등 부정적이거나 나쁜 인물로 등장합니다.

언론 보도와 드라마를 통해 입양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치니 우리나라의 순혈주의는 더욱 깊어만 갑니다. 오로지 내  핏줄이 우선이라는 생각은 입양을 편견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입양이 최선은 아니지만, 보육원보다는 낫다. 

▲ 2014년 자립정착금 사용실태조사 및 지원방안연구에 나온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의 수 ⓒ아동자립지원단
▲ 2014년 자립정착금 사용실태조사 및 지원방안연구에 나온 보호시설 퇴소 청소년의 수 ⓒ아동자립지원단


2014년 기준 연간 2,170명의 아이들이 만 18세가 되어 보호시설을 나왔습니다. 이들은 시설에서 강제로 나간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거나 취업과 진로에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무직으로 살아갑니다.

시설에서 보호받는 아이들이 3만 2천 명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중에서 10%만이라도 입양이 됐더라면 어땠을까요? 수천 명의 아이들이 강제 퇴소 후의 아픔과 고통을 겪지 않고,  새로운 가족 품에서 재능을 꽃피우며 살아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열두 살에 입양이 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다 큰 남자애를 데려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KBS TV드라마 '연애의 발견' 중 대사)

입양이 최선은 아닙니다. 그러나 보육원 생활보다는 낫습니다. (관련기사: 성폭행과 폭력은 고아원의 일상적인 문화였다)

입양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부정적인 점만 강조하기보다는 새로운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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