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 (삼성 이병철 회장)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 제33조)

삼성은 80년간 무노조 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삼성 창업자였던 이병철 회장이 남긴 유지 때문입니다. 그러나 헌법에 위배되는 말입니다.

1987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경영 유지를 받들었고, 현 이재용 부회장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1년까지도 '비노조 정책'을 회사의 방침으로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비노조' 정책을 고수할 수 없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1987년 8월 삼성중공업 창원 2공장 노동자들이 구사대를 뚫고 창원 시정에 노조 설립 신고서 제출했으나 하루 전날 다른 노조가 이미 신고필증 받음.
1988년 4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들이 거제군청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접수하려 했으니 먼저 접수됐다고 반려. 그해 6월에 신고서를 냈으나 이미 하루 먼저 도청과 시청에 다른 노조 설립 신고서가 접수 완료됐음.

삼성은 노조가 하나일 때는 하루 먼저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노조의 설립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자, 진짜 노조 설립을 막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노조를 와해시키는 공작이었습니다.

삼성전자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은 '그린화 전략'이라는 노조 와해 공작을 총괄 기획했습니다. 삼성은 '그린화 전략'에 따라 각 계열사와 협력업체, 한국경영자총회(경총)경찰, 고용노동부 공무원 등과 함께 노조를 파괴하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삼성 노조 파괴 범죄 관련 수사, 19번 영장 중 발부는 단 4개

▲ 삼성 내 위험인력 관련 사항 파악 문건 중 일부. 출처:서울중앙지검 중간 수사결과 발표 자료
▲ 삼성 내 위험인력 관련 사항 파악 문건 중 일부. 출처:서울중앙지검 중간 수사결과 발표 자료


삼성전자서비스는 'Angel 요원'이라는 감시 인력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사찰했습니다. 삼성은 이혼 경력이나 개인적인 성향, 활동 정보 등을 불법으로 수집했고, 이 정보를 노조 탈퇴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면담으로 노조 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 삭감 △경총과 공동으로 단체교섭 지연 및 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 및 임신 여부 사찰 △불법파견을 적법한 도급으로 위장

삼성은 노조 조합원의 업무를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잔업, 특근 등을 배제시킨 뒤 매달 80~150만 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등으로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또한 협력 업체 사장 등을 동원해 고의로 폐업을 한 뒤 노조 때문에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소문을 내기도 했습니다.
삼성 노조파괴 재판 사건 연루자

△삼성그룹 임직원 18명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관계자 7명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 3명 △전 고용노동부 정책보좌관 및 경찰청 정보국 팀장 등 공직자 출신 2명

검찰은 지난 3월부터 삼성의 불법적인 사찰과 노조 파괴 공작을 수사했습니다. 9번 압수 수색을 하고, 19번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만, 발부된 영장은 고작 4건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6일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 불법 파견 과정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과 권혁택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에 대한 구속 영장도 기각했습니다.

삼성의 막강한 권력-사법부 

삼성은 헌법을 기초로 운영되는 법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구속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법부를 좌지우지하는 삼성의 막강한 권력이 있습니다.

▲ 2009년 5월 29일 대법원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선고 모습. 원안에 있는 인물이 양승태 대법원장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 2009년 5월 29일 대법원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 선고 모습. 원안에 있는 인물이 양승태 대법원장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오래전부터 삼성에 우호적인 사법부 인물입니다.

1996년 10월 삼성 에버랜드는 주당 최저 8만 5천 원으로 평가받는 CB 125만여 주를 주당 7700원으로 발행했습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등 법인주주들이 주주배정을 포기했고, 이재용 등 이건희 회장 자녀 4명이 62.5%에 해당하는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에버랜드 주식을 보유함으로 삼성의 경영권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됐습니다

삼성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 에버랜드 CB 헐값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배임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법관들의 의견이 5:5 동수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관이 삼성의 손을 들어줌으로 무죄로 결론이 났습니다.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가 삼성 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 ⓒ뉴스타파 화면 캡처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가 삼성 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 ⓒ뉴스타파 화면 캡처


지난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 사이 서울고법 강민구 부장판사는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13건의 문자 메시지를 보냅니다.

강민구 부장판사가 삼성 장충기 사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보면 새해 인사는 물론이고, 대법관 후보 감사 인사, 친동생 인사 청탁  등이 있었습니다. 청렴하고 결백해야 할 판사가 보낼만한 문자 메시지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차관급 부장판사가 노조 와해 공작을 주도했던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보낸 문자만 보더라도,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습니다.

삼성의 막강한 권력-언론 

▲ 11월 5일 한국경제 신문. 삼성을 옹호하는 사설과 삼성 관련 기사 등 총 5건의 기사가 실렸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에는 삼성전자의 전면 광고도 실렸다.
▲ 11월 5일 한국경제 신문. 삼성을 옹호하는 사설과 삼성 관련 기사 등 총 5건의 기사가 실렸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에는 삼성전자의 전면 광고도 실렸다.


11월 5일 한국경제신문에는 '사회적 책임 결단한 삼성... 노조가 시대적 책임 답할 차례다'라는 사설이 실렸습니다.

사설은 삼성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 87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정면 돌파'로 해결한다고 말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좌파 시민단체 등이 재벌 개혁, 갑질 척결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우선순위에 올려놓고 기업들을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라며 오히려 시민 단체를 비난합니다.

사설은 마지막 문단에서  '삼성의 일련의 결단을 ‘백기를 받아냈다’는 식으로 오도하는 것은 금물이다'라며 '귀족 노조'라는 단어까지 사용합니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에는 삼성 관련 기사가 4건이나 보도됐고,  사설 뒷면에는 삼성전자 전면 광고가 실렸습니다.
11월 5일 한국경제 신문
17면: 삼성이 만든 단편 평화 '별리섬' SNS서 화제
17면: 에버랜드 'IT 테마파크'로 진화
35면: [사설] '사회적 책임' 결단한 삼성…노조가 '시대적 책임' 답할 차례다
36면: 삼성전자 전면 광고
금융재테크: 삼성전기, 삼성 SDI 4분기 실적도 '쾌청'
금융재테크: 질병 부담 낮추려면 건강보험 가입하세요 (삼섬생명과 함께 하는 라이프 디자인)

▲ 2016년 태정산업의 '삼성전자 갑질' 폭로가 일어났지만, 지상파와 5대 일간지는 침묵을 지켰다. ⓒ뉴스타파 화면 캡처
▲ 2016년 태정산업의 '삼성전자 갑질' 폭로가 일어났지만, 지상파와 5대 일간지는 침묵을 지켰다. ⓒ뉴스타파 화면 캡처


1977년 김포 제일제당 미풍공장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모였습니다. 당시 삼성은 삼성 방계회사 직원 구사대를 동원해 노동자들을 각목으로 두들겨 팼습니다.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노조원들을 향해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하겠다며 해산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2016년 삼성전자 협력 업체인 태정산업이 삼성의 갑질을 폭로했습니다. 그러나 지상파 3사(KBS, SBS, MBC)나 5대 일간지(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는 관련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노조 파괴와 갑질에는 침묵하는 언론이 유독 이건희 회장 행보에는 관심을 기울이고, 이재용 부회장의 안위는 지극히도 챙깁니다. (관련기사: 삼성 이재용 석방보도, 역시 중앙일보 1면은 달랐다)
<경향신문>이건희 회장, 옻 장식한 ‘갤럭시 S3’ 생일 선물 받아
<중앙일보> 이건희 회장, 부사장급까지 초청 생일 만찬
<조선비즈>'이건희 생일 와인' 동났다… 회장님도 완판남
<노컷뉴스> 올해 이건희 회장 생일 만찬에 초대된 가수는 누구?
<조선일보>‘이재용 사건, 피해자를 범죄자 만든 것 아닌가'
<중앙일보>‘이재용 집유.. 법리와 상식에 따른 사법부 판단 존중해야'
<동아일보>‘이재용 집유.. 특검 여론 수사에 법리로 퇴짜 놓은 법원’

삼성은 그동안 이병철 회장의 무노조 경영을 신앙처럼 섬겼습니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저지른 불법 행위와 소요된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변했지만, 삼성의 무노조 경영이라는 신앙심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만약 삼성의 이명박의 다스 소송 비용 대납 사건으로 내부 문건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노조파괴 범죄는 드러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삼성의 노조파괴 범죄를 세상이 알고 있더라도, 삼성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막강한 권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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