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구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 채 저수지에 유기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대구 여대생 살해 사건이라며 앞다퉈 보도했습니다.

2013년 6월 1일 아침, MBC 뉴스투데이는 첫 뉴스로 '대구 여대생 살해' 용의자 검거...당시 화면 단독입수’라며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MBC는 "모텔 CCTV에 등장하는 이 남성은 여대생을 태웠던 택시 운전기사로 확인됐다"라고 보도했지만, 영상에 나온 인물은 택시 기사가 아니라 범행을 자백했던 용의자 조모씨였습니다.

당시 경찰은 사망한 피해 여성이 탔던 택시의 주행 장면을 놓고 택시 기사를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그러나 택시 기사는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오히려 한 남성이 피해자의 남자 친구라며 택시에 탄 사실을 알렸습니다.

▲2013년 6월 1일 MBC '뉴스투데이' 앵커는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사실을 밝혀줄 CCTV 화면을 MBC가 단독 입수했다고 말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2013년 6월 1일 MBC '뉴스투데이' 앵커는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사실을 밝혀줄 CCTV 화면을 MBC가 단독 입수했다고 말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언론은 경찰이 용의자로 택시 기사를 지목하자마자 아무런 검증도 하지 않고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MBC처럼 전혀 다른 인물이 담긴 영상을 보도하면서 오보를 내보냈습니다.

이후에 용의자가 바뀌었지만 MBC는 오보에 대한 사과 방송도 제대로 하지 않고, 영상과 뉴스를 홈페이지에서만 은근슬쩍 삭제했습니다.

택시 기사는 승객을 태웠을 뿐인데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고, 많은 여성들이 택시를 타기 두려워했습니다.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를 감시해야 하는 곳이 언론입니다. 그래서 경찰 출입기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저 경찰이 낸 보도자료를 베끼기 바쁩니다. 경찰이 제대로 증거를 수집했는지, 과연 용의자가 맞는지 취재를 하지 않습니다.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은 첫 번째 용의자로 지목됐던 택시 기사만 기억합니다. 그래서 오보를 인정하고 진짜 용의자가 누구인지, 얼마나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고생했는지를 다뤄져야 합니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오보의역사]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사과 없는 MBC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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