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10월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에 네팔을 방문했을 때 가이드였던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주로 써왔던 조선일보의 자회사가 왜 생뚱맞게 문 대통령의 네팔 가이드를 인터뷰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떤 의도인지 기사를 하나씩 따져 봤습니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가 84%의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 조선뉴스프레스'가 발간하는 잡지이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 씨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편집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문비어천가를 검증하기 위한 인터뷰

▲2016년 네팔을 방문했던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가이드했던 람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2016년 네팔을 방문했던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가이드했던 람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2016년 문재인 전 대표가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가이드였던 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가 네팔에 있는 동안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겸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매일 직접 손으로 빨래하시고, 포터나 가이드와 같은 밥상에서 밥 먹고, 지진 현장에선 아주 아파하셨다. 15일간 문 전 대표와 함께 다니며 느낀 것은 이렇게 유명한 정당의 전 대표님이 이 정도로 소탈하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번 선거 때 어떤 분이 상대 후보로 나오신다 해도, 문 전 대표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실 것으로 믿는다. 이런 분이 대통령 되실 수 있게 한국의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한국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고 모두가 웃음과 행복을 되찾으실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람 씨의 글은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 전혀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기사 앞부분에서 람 씨의 글이 올라올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람 씨의 글이 연출이나 홍보 전략이었다는 보수 쪽의 주장을 그대로 담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그는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2년이 넘은 일이지만 궁금했다'라며 인터뷰를 한 목적이 '문비어천가'라는 글의 검증을 위해서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 

월간조선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보면, 기자의 질문이 굉장히 자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람 씨의 솔직한 대답은 오히려 기자의 질문을 부끄럽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람 씨가 한국에 온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식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무조건 돈 때문에 한국에 온 것으로 인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람 씨는 돈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기자는 '한국 생활이 별로였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을 듣기 원했나 봅니다. 그러나 람 씨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오히려 자신이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을 잊을 것 같아 돌아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트래킹 코스를 물어보면서 은근슬쩍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질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그때보다는 지금 가짜뉴스로 더 많이 나옵니다.

굳이 꼭 필요했던 질문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오히려 월간조선 기자가 건강 이상설의 가짜뉴스를 반박해준 셈이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마지막에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누가 시킨 거냐고 대놓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람 씨는 '문 대통령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서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자에게 깨달음을 준 네팔 가이드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보도하고 있는 '시민혁명과 언론' 기사. 네팔을 취재한 기자들이 람 씨를 인터뷰했다.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보도하고 있는 '시민혁명과 언론' 기사. 네팔을 취재한 기자들이 람 씨를 인터뷰했다.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의 단독 인터뷰는 의도적으로 네팔 가이드만 만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 보도하고 있는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시민혁명과 언론' 시리즈에서 네팔 편을 취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엿보입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국내 언론과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람 씨가 자신들과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람 씨는 자신과 함께 왕복 10 시간 거리에 있던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를 다녀왔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람 씨를 찾아왔던 수많은 기자들은 그저 인터뷰만 원했습니다. 그러나 월간조선 기자는 진흙길로 변해버린 비포장 도로를 사륜구동 자동차로 겨우겨우 갔고, 산길을 걸어서 현장까지 다녀왔습니다. 또한 현지 르포 형식으로 관련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어쩌면 자신들이 한국의 대형 언론사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람 씨는 열심히 오지까지 가서 취재를 했던 기자라 인터뷰에 응했을 뿐입니다. 기자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월간조선 기자는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으리라 생각됩니다. 동시에 람 씨의 인터뷰에 실패한 기자들은 왜 인터뷰를 하지 못했는지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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