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닝

이낙연 총리는 '가짜뉴스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공적'이라며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어쩌다저널리즘은 가짜뉴스는 물론이고, 언론의 왜곡된 기사와 오보를 많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아이엠피터TV 오리지널 콘텐츠 '어쩌다 저널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제대로써!보자

9월 평양 선언을 통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 방문을 약속했습니다.

2000년 6.15 공동선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에 응하는 형식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07년 10.4 선언에서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기로 했지만, 역시 다시 만나지는 못했었는데요. 5개월 사이에 세 차례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평양선언에서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서울 방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적 의지가 보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고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신문 : https://news.v.daum.net/v/20180919211603037
뉴스1 : http://news1.kr/articles/?3431690

9월 19일 밤에 이 소식에 대해 <서울신문>은 이런 기사를 냈습니다. 지금은 제목이 수정돼 ‘김정은 위원장, 12월 서울서 ‘남북미 종전 선언’ 가능성 관측’이라는 기사로 서울신문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제목은 '김정은 서울 방문 성사되면 북 최고 지도자로는 두 번째?’였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서울 방문이 두 번째? 도대체 무슨 근거일까요?

기자가 생각한 근거는 기사에 아직 남아있습니다. 기사 맨 마지막 문단에 ‘한편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성사된다면 소위 ‘백두혈통’으론 세 번째 남한에 온 것으로 기록될 전망이다’라고 굳이 상관없는 ‘백두혈통’을 꺼냈습니다.



기자가 생각하는 첫 번째 백두혈통 방문은 바로 김일성 주석이었습니다. ‘1950년 7월 20일 그의 조부인 김일성이 서울에 체류한 뒤 충북 수안보까지 내려왔다고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던 백선엽 씨가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다’고 썼습니다.

1950년 7월 20일이면 6.25 한국전쟁이 한참 진행 중인 때인데요. 이때 김일성 주석이 서울에 있던 것이 ‘방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 백선엽 씨가 회고록에 적었다는 것은 믿을만한 근거가 될까요?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이기철 선임기자입니다. 하지만 이 기사의 뼈대가 된 것은 <뉴스1>이었습니다. 이기철 기자는 뉴스1의 기사에서 몇 문장 정도를 수정해서 이런 기사를 만들어냈습니다.

뉴스1의 첫 문단에서는 ‘북측 최고 지도자의 서울 방문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이기철 기자는 이 문단을 ‘북측 최고 지도자의 서울 방문은 6.25 정전협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로 바꿨습니다. 자신의 기사 마지막 문단을 위한 첫 문단의 수정으로 봐야 할까요?

첫 문단 수정 이후에는 대부분 뉴스1 기사를 그대로 옮겼습니다. 단 뉴스1은 ‘연내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올해 12월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게 청와대 주변의 관측이다’라고 썼지만 이기철 기자는 이 문장에 ‘~이라고 뉴스1이 전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문단의 다음 문장은 역시 그대로 똑같습니다. 보도자료가 아니라 언론사의 기사인데 마음대로 살을 붙이고 그마저도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 기사가 처음 등장하고 댓글 반응은 기자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막연히 기자를 욕하는 게 아니라 ‘전쟁 중에 내려온 것이 정식 방문이냐, 백선엽 기록은 팩트냐?’라며 기사 내용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누가 생각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문입니다. ‘김일성이 첫 번째’, ‘백두혈통 세 번째’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서울 방문의 의미를 퇴색시키기 위한 것일까요?

# 거들떠보자



경향신문 : 유은혜 부총리 “고교 무상교육, 내년 조기 시행”
한겨레 : 문 대통령, 유은혜 부총리 임명…야당 반발.
동아일보 : 유은혜 교육장관 취임… “내년 고교 무상교육”
조선일보 : 유은혜, 취임식서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중앙일보 : 문 대통령, 유은혜 임명 강행 … 야당 “국회 일정 보이콧 검토” (2면)

10월 2일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못했지만, 현행법상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10월 3일 자 주요 일간지 중 중앙일보를 제외한 4곳 모두 유은혜 부총리 임명을 1면에 실었습니다. 4곳 모두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조기 시행”하겠다는 유은혜 부총리의 취임사 일부를 인용했습니다.

이 중 한겨레만 제목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부분에 대해 ‘야당 반발’이라고 넣었고, 기사를 2면에 실은 중앙일보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 유은혜 임명 강행… 야당 국회 일정 보이콧 검토’라고 언급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1면 제목으로는 ‘야당 반발’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겨레는 첫 문단이 다소 잘못 읽힐 수도 있게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적었는데요. 부총리 임명한 장소가 ‘국회’로 읽힐 수도 있을 문장입니다.

또 ‘임명했다’가 아니라 ‘임명장을 수여했다’라는 표현 역시 임명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는 점을 무리하게 첫 문장에 넣으려다 보니 문장이 꼬인 것은 아닐까요?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야당이 ‘반의회주의 폭거’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고 적으면서 ‘보고서 채택 없는 임명’이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첫 문단의 두 문장에 모두 '보고서 채택 없는 임명’을 강조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6번째 장관급 인사이며, 부총리급으론 처음이다’고 얘기했습니다.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는 점을 첫 문단에서 언급하고 넘어갔습니다.

동아일보는 첫 문단에서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는 언급 외에는 야당의 반발에 자세히 적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임명 강행’에 대해서는 야당 논평만 다소 인용한 대신에 유은혜 부총리가 ‘2020년 총선 출마 의지를 갖고 있어 ‘경력쌓기용 1년짜리 장관에게 백년대계인 교육을 맡겼다’는 지적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물론 누가 지적했다는 점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5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한 당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다음 해 2016년 총선에 출마했다는 점을 잊고 있진 않은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2면에 해당 기사를 실은 중앙일보는 ‘2013년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하자 당시 민주당은 “자격 미달에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후보를 임명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오기.불통 인사”라고 비난했다’며 민주당도 과거에 같은 사안에 대해 비판한 점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여부는 장관 임명 과정에서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사청문회 과정 역시 ‘망신 주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 대해 언론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인사청문회 제도가 대통령의 임명 과정에 충분히 관여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인사청문회 시즌, 장관 임명 시기만 되면 뻔히 등장하는 ‘보고서 채택 무산, 임명 강행, 야당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들. 이제 그만 보고 싶습니다.

#오보의 역사



파업으로 열차 멈춘 그날, 어느 고교생의 꿈도 멈췄다. 2009년 12월 4일 중앙일보 1면 톱기사 제목입니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고교 우등생이던 이희준 군이 철도파업으로 서울대 면접장에 늦어 진학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 1면 톱기사의 파장은 컸습니다. 당시 사회 곳곳에서 철도 파업을 주도했던 철도 노조를 비난했고, 철도 공사 사장은 학생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며 파업이 문제였다는 식으로 여론을 만들었습니다. 결국, 철도 노조의 파업은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2011년 11월 26일 중앙일보에는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이희준 군이 소사역에 도착한 7시 20분까지는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즉 이희준 군의 면접 불참과 철조 노조의 파업과는 상관관계가 없었음을 중앙일보가 인정한 것입니다.

2009년 중앙일보의 오보 이후 정정 보도까지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그마저도 오보는 1면에 정정보도는 서른 번째 지면에 작게 나왔습니다.

철도나 지하철 등이 파업할 때마다 보수 언론들은 국민이 불편하다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보수 언론은 여론을 만들기 위해 기사를 조작하거나 오보를 내기도 합니다. 여론을 조작한 것입니다.

조작된 여론을 만들고서도 책임이나 반성이 없는 언론, 그들을 제대로 감시해야만 조작된 여론에 속지 않을 것입니다.

# 클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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