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프닝

안녕하세요 아이엠피터 임병도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임기가 4년밖에 안 되는데 신문은 영구히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언론이 살아 남고, 여전히 언론 권력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요?

아이엠피터TV 오리지널 콘텐츠 '어쩌다 저널리즘' 지금 시작합니다.

# 거들떠보자 '신문 1면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경향신문 : 김현미 국토장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줄이겠다”
한겨레 : ‘갭투자’ 성행 부작용…정부,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줄인다.
동아일보 :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8개월만에 유턴.
조선일보 : 임대주택 등록 권장하더니… 8개월만에 뒤집은 정부
중앙일보 : 9개월 만에 후퇴한 임대사업 세금 혜택

9월 3일 월요일 주요 일간지는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헤드라인으로 올렸습니다. 지난 8월 31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등록된 임대주택에 주는 혜택이 좀 과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조정하려고 한다”라는 발언을 다룬 것입니다.

이 주제는 평소와 같이 '조중동 vs 한경' 구도로 나뉘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입장 차이가 명확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8개월’ 또는 ‘9개월’ 만에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각각 ‘유턴’, ‘뒤집은’, ‘후퇴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혜택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음을 드러내면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해 정부의 정책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드러낸 겁니다.

반면에 경향신문은 단순하게 김현미 장관의 발언을 제목으로 인용했고, 한겨레는 임대사업자 혜택의 ‘부작용’ 때문에 혜택을 줄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선일보는 김 장관이 ‘세제 혜택 축소’의 근거로 공식 통계 대신 ‘인터넷 여론’과 ‘칼럼’을 언급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특히 ‘기자들이 재차 ‘세제 혜택 중 어떤 게 가장 문제냐’고 묻자 “이준구 교수 쓴 거 보면 다 나와 있다”고 답했다’고 적었습니다. 김 장관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기자들 앞에서 발언한 점을 비꼬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조선일보는 “임대주택 등록 유도 정책은 ‘집은 보유하는 게 아니라 거주하는 것’이라는 현 정부의 철학이 투영된 것이었는데, 이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심교언 건국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첫 문단에서부터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임대시장 안정책이 9개월 만에 궤도 수정에 들어가면서 시장의 정책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본문을 들여다보면 정작 ‘정책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특히 세제 혜택 감소에 따른 우려라며 ‘서울에서 전세를 사는 김모씨’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일반 취재원의 발언을 ‘우려의 근거’로 사용한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제목에서 ‘유턴’이라는 표현을 쓴 것 외에 본 기사에서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습니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간략하게 다루면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요청한 ‘보유세 강화’에 대해 김 장관이 긍정적이었음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전혀 협의된 바 없다”며 부인한 점도 덧붙였습니다.

5개 주요 일간지 중 가장 복합적인 내용을 담은 곳은 한겨레신문이었습니다. 한겨레는 ‘정책 혼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부작용 우려가 커진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혜택 축소에 대한 양쪽의 의견을 모두 받아서 담았습니다. 다른 신문과 달리 애초의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생겼기 때문에 정책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여유 자금을 활용해 전세금과 매매 가격의 차이가 작은 서민용 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해 세제 혜택과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일종의 ‘장기 갭투자’가 부작용임을 명확하게 짚어줬습니다. 또 ‘차등적 세제 감면'이라는 대안도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의 양면성’을 인용하며 ‘임대주택 등록 제도’의 순기능도 있음을 다뤘습니다.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해서는 안됩니다. 또 그 정책을 이야기하는 정부 부처의 장관이 통계 근거보다 ‘인터넷 여론’과 ‘칼럼’을 가져와 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 다소 고쳐나가는 정책에 대해 무조건 ‘후퇴’, ‘유턴’, ‘뒤집다’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언론 역시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대로 써보자 '전원회의는 ‘독재국가’에서만 쓰이는 용어?'



지난 9월 1일 청와대에서 사상 첫 ‘당.정.청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129명 가운데 123명이 참석했습니다. 회의 참석자만 총 200여 명이었습니다. 사상 첫 전원회의 개최인 만큼 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경향신문은 “당.정.청 총출동 ‘전원회의’ 소득주도성장 보완 ‘속도전’” 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동아일보도 “청에 모인 당정청 200명 ‘개혁.소득성장 정책 강화”라며 전원회의를 다뤘습니다.

대다수 언론이 전원회의 내용에 주목한 데 반해 조선일보는 달랐습니다. ‘전원회의’라는 용어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조선일보는 3일 자 신문에서 기사와 사설을 통해 ‘전원회의’ 용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먼저 6면에 실은 전원회의를 다룬 기사 마지막 문단에서 ‘정치권에서는 ‘당.정.청 전원회의’라는 이날 회의 명칭이 화제가 됐다. (…) 야권에선 “독재 국가나 사회주의 국가, 또는 노동조합이나 대학 총학생회 등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원회의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썼습니다.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야권에서 지적했다’고 표현했지만 실제로 누가 그렇게 지적했는지는 쓰지 않았습니다.

사설에서도 ‘생소한 청와대 전원회의’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전원회의’라는 것도 우리나라에선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용어이고 여기서 나온 살벌한 말들도 여기가 2018년 한국 맞느냐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지금은 운동권들이 투쟁하던 1970~80년대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4일 자 ‘팔면봉’에서 또 ‘전원회의’를 꺼냈습니다. 역시 ‘야당이 지적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전원회의’는 평소에 들어보기 어려운 용어인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팔면봉’에서 조선일보는 ‘전원회의’를 노동계, 사회주의 체제에서 사용하는 말로 단정 지었습니다. '‘최저임금 전원회의’, ‘노동위 전원회의’처럼 노동계에서는 낯설지 않게 사용된다’라고 썼습니다.

또 북한의 ‘노동당 전원회의’, 중국의 ‘당 전체 회의’를 언급하며 ‘사회주의권 전원회의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어서 80년대 운동권 ‘주사파’를 꺼내며 “총학생회 간부가 많이 모이는 회의를 ‘전원회의’라고 부르곤 했다”는 전대협 출신 인사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게다가 ‘그러고 보니 청와대 비서실 비서관 31명 중 19명이 운동권. 시민단체 출신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데 모아 ‘낙인찍기’ 하는 것일까요?

‘전원회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입니다. ‘소속 성원 전체가 모여서 하는 회의’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전 어느 곳에서도 사회주의, 독재국가에서 사용된다는 표현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는 ‘북한어’라는 말이 함께 붙습니다. ‘전원회의’의 뜻에는 북한어라고 붙여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선일보가 ‘팔면봉’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전원회의’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선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용어’라고 쓰기에는 이미 쓰이고 있는 사례를 조선일보 자신들이 언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노동계’ 용어라는 낙인을 찍어놓았을 뿐입니다. ‘노동계, 총학생회’에서 사용하는 말이라면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또 ‘인민’은 ‘국가라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자유와 권리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표현합니다.

우리나라 첫 헌법을 만든 유진오의 초안에는 ‘국민’이 아니라 ‘인민’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윤치영이 “‘인민’이라는 말은 공산당의 용어인데 그러한 말을 쓰려고 하느냐. 그런 말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라고 한 이후로 ‘인민’이라는 말은 사라졌습니다.

‘인민’은 공산주의 용어가 아니라 일반 용어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공산주의 용어라고 주장한 윤치영은 친일파였고, 이승만 독재에 동조했으며, 박정희를 ‘단군이래 최고 지도자’로 표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인민’이라는 표현을 버린 ‘윤치영’, ‘전원회의’를 비꼬는 ‘조선일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가짜뉴스도 나쁘지만, 언론 오보는 더 나쁘다 

어쩌다저널리즘에서는 가짜뉴스와 오보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습니다. 사실 언론계에서는 가짜뉴스와 오보가 뒤섞여 부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오보는 언론사의 보도가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경우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YTN은 김경수 지사가 의원 시절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김경수 의원실은 압수수색을 받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오보입니다.

가짜뉴스는 주로 언론사 기사가 아닌 SNS에 떠도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의원이 금괴 200톤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한국의 금보유량이 104톤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이런 사례만 보면 가짜뉴스와 오보의 차이가 명확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경제의 50대 최저임금 해고 자살의 보도를 보면 최저임금과 자살은 연관성이 별로 없습니다. 기자가 무리하게 엮으면서 오보가 나왔고, 가짜뉴스처럼 SNS에 떠돌아다녔습니다.

가짜뉴스는 팩트가 완전히 틀린 경우가 많고, 오보는 일부 팩트가 틀린 보도가 많습니다. 이러다 보니 기자들은 가짜뉴스와 오보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언론 오보가 가짜뉴스보다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언론 신뢰도에 대한 시민 의식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언론 신뢰도에 대한 시민 의식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지난 4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조사한 ‘언론 신뢰도에 대한 시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1.8%는 언론사가 생산하는 ‘가짜뉴스’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론계에서 주장하는 ‘가짜뉴스’(뉴스형식을 사용한 거짓정보 60.1%)보다 유해성이 더 큰 것은 언론사 오보(65.2%)라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언론계에서 우리는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시민들은 가짜뉴스도 나쁘지만, 오보는 더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언론이 얼마나 신뢰를 잃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가짜뉴스와 오보는 다르다는 것을 교육시켜야 한다는 발상보다는 제대로 보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 클로징

언론을 비평할 때마다 기자들을 만나는 게 무섭습니다. 특히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고 있는 아이엠피터는 솔직히 껄끄럽습니다. 그래도 아이엠피터는 끝까지 언론을 비판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언론사 사주는 바뀌지 않았고, 기자들은 월급을 받기 위해 데스크의 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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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저널리즘’
다음 시간에 찾아오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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