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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라 비자림로 파괴는 괜찮다고요?

2018년 8월 11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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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라 비자림로 파괴는 괜찮다고요?

제주도가 전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던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삼나무를 무더기로 베어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고, 제주도는 공사를 일시 중단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위한 삼나무 숲길 훼손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삼나무를 일제가 심었고,  아토피 등을 유발하는 유해한 나무이니 베어내도 괜찮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길을 마구 베어내도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일제에 의해 조성됐으니 베어버리자?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로 1924년부터 제주에 인공림으로 조성됐습니다. 제주에만 2만 3000여㏊에 8700만여본이 심어져 있을 만큼 제주도내 최대 인공림입니다.

▲1996년 철거되고 있는 조선총독부 건물 ⓒ국가기록원

일제에 의해 심어졌다는 이유 만으로 삼나무를 무조건 베어버리는 것은 총독부 건물 철거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조선총독부는 일제에 의한 강제 병합으로 35년간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치욕적인 통치기관이라는 역사적 사실이 있습니다. 당연히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명분으로 철거가 가능했습니다.

일제가 쌀을 수탈하기 위해 대규모로 농장을 조성했다고 벼나 논을 없애지는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삼나무가 일제에 의해 심어졌다고 무조건 삼나무를 베어버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아토피를 유발하는 나무이니 베어버리자?

삼나무가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유발하기 때문에 베어버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술을 마셨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얼굴에 아토피가 심합니다. 그렇다고 비자림로에 있는 송당 마을을 떠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비자림로 주변의 나무를 제거한다고 해서, 아토피가 낫는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현실적으로 제주에 있는 삼나무를 모두 베어버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제주 귤밭 주변에는 삼나무로 조성된 방풍림이 곳곳에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생산물인 감귤밭에는 대부분 삼나무로 조성된 방풍림이 있습니다. 거센 제주의 바람에서 감귤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삼나무 방풍림은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알레르기와 아토피를 유발하니 삼나무를 베고 다른 나무를 심으라고 한들 농민들은 반대를 합니다. 왜냐하면 수십 년간 자란 삼나무를 제거하고 다른 나무로 대체한다고 방풍림으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는 감귤밭을 하지 않는 경우 방풍림(삼나무) 제거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너무 많은 삼나무가 조성돼 있어 체계적인 간벌과 관리의 필요성은 매번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삼나무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교통 정체가 심하니 삼나무를 베어버리자? 

▲4~5월이면 비자림로 주변은 고사리를 꺾기 위해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들이 즐비하다.

아이엠피터는 2010년부터 비자림로 주변에 있는 송당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비자림로를 매번 이용하지만, 교통 정체가 심하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자림가 정체되는 시기는 고사리가 나는 4~5월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비자림로는 고사리를 꺾기 위해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정체가 됩니다.

비자림로의 교통 정체는 대부분 저속 차량 때문에 발생합니다. 화물차나 트랙터 등이 저속으로 운행하면 뒤따르는 차량 등은 속도를 내기 어렵고, 간혹 정체가 되기도 합니다.

비자림로를 이용하면서 교통사고나 불법 주차된 차량, 공사  등의 이유 외에 차량이 너무 많아 육지처럼 꽉 막힌 정체 현상을 경험해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얼마나 빨리 달려야 하나요?

비자림로를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면 얼마나 빨리 달릴 수 있을까요?

제주에서는 아직도 1차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차로가 비어 있어도 1차로에서 정속으로 운전을 하면 뒤따르는 차량은 속도를 낼 수 없어, 무리한 추월 등이 벌어집니다.

정속주행: 교통 흐름에 상관없이 일정한 속도로 운전하는 것을 말한다. 1차로가 추월차로로 되어 있는 경우 정속 주행을 하면서 주행차로로 돌아가지 않으면 ‘진로 양보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제주 번영로가 시작되는 도심지. 제주지방경찰청은 교통 사고 등이 계속 증가하자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10~20km씩 하향 조정했다.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유독 제주도에서만 높습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제주에서는 교통사고로 23명이 사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0%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제주는 도로 여건이 주요 원인이 아니라, 잘못된 운전 습관이나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고 과속 등을 하면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결국, ‘제주지방경찰청’은 급증하는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2017년 9월부터 제주도 내 총 107개 구간의 도로 제한 속도를 10∼20㎞/h씩 하향 조정했습니다.

▲비자림로의 도로 확장을 위해 무참하게 삼나무 숲길을 베어낸 모습 ⓒ연합뉴스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길을 무참히 베는 이유는 제2공항 때문입니다. 공항이 완공되면 당연히 지금보다 교통량은 급증하고, 도로 확장은 불가피해집니다.

아이엠피터는 제2공항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청정, 힐링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제주도가 더 많은 관광객이 온다면 도심지 관광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항이 들어서고 도로가 확장되면 땅값이 오르니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에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닙니다.

빨리 달리기보다는 느리더라도 자연과 공존하면서 제주에서 살고 싶은 사람도 많습니다.

무참하게 베어진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길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지독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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