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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등록 후 3개월, 태극기 집회 갔다가 맞을 뻔했습니다

2018년 8월 4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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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등록 후 3개월, 태극기 집회 갔다가 맞을 뻔했습니다

‘아이엠피터TV’라는 이름으로 언론사를 등록하고 3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썼던 텍스트 중심의 기사에 덧붙여 영상 콘텐츠를 조금씩 제작하고 있습니다.  영상 비중을 늘리다 보니 현장에 나가 직접 촬영하는 일도 빈번해졌습니다.

지난 7월 1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태극기 집회와 동성애 반대 집회, 이석기 전 의원 석방 집회 등이 열렸습니다. 뜨겁다 못해 익을 지경인 날씨였지만, 광장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집회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하면서 광화문 광장에서 천막 농성을 하던 활동가 분들과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이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태극기를 든 노인분이 제 귀에 휴대용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막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그냥 참고 촬영을 강행했습니다. 그러자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저를 향해 ‘이 빨갱이 XX.  너 지금 뭐하냐?.’라며 비아냥과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쌍용자동차 대한문 분향소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빨갱이XX. 지금 나 찍고 있냐? 카메라 부셔 버리기 전에 꺼라’는 등의 욕설과 폭언은 계속됐고, 더운 날씨에 머리까지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이런 폭언과 욕설은 태극기 집회나 극우 보수 토론회에 갈 때마다 받습니다. 악플은 면역이 됐다고 생각했는 데, 면전에서 욕먹는 일은 아직까지는 적응이 되지 않네요.

극우 영상콘텐츠가 유튜브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어, 욕을 먹더라도 계속 태극기 집회 등에 나가 촬영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캠코더에 부착했던 아이엠피터TV 로고 스티커를 떼고 다닙니다. 

작은 캠코더로 촬영을 다닙니다. 처음에는 ‘아이엠피터TV’라는 로고 스티커를 카메라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스티커를 뗐습니다.

혹시라도 알아보고 폭행을 당할까 봐 무서웠습니다. 싸울 수도 없고, 때리면 때리는 데로 맞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아시아나항공 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언론사 카메라들. 대부분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현장에 나가 작은 캠코더를 꺼내 촬영하면 유령 취급을 당합니다. 촬영을 하고 있는데도 방송사 카메라가 앞을 막거나 자꾸 지나가는 통에 영상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벌어집니다.

처음에는’취재 중’임을 보여 주려고 ‘아이엠피터TV’ 로고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름도 없고, 캠코더가 워낙 작으니 이리 밀쳐지고 저리 치입니다. 특히 국회 토론회 등에 가면 ‘어디서 이런 듣보잡이 왔지?’라는 눈치를 받습니다.

카메라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언론사 카메라에 밀리다 보면 목소리가 녹음되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밤에 촬영한 영상은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영상 콘텐츠의 화질과 음질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작은 캠코더라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언론사라고 무시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습니다. 당분간은 현장에 먼저 나가 자리를 잡거나 더 뛰어다니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어쩌다 저널리즘’을 시작했습니다. 

▲ 7월 1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팩트체크 컨퍼런스;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언론 관련 세미나는 빠지지 않고 참석합니다. 원래 기자 출신도 아니고, 언론학을 전공하지 않았기에 이론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을 느낍니다. 결국, 세미나와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계속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7월 18일에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팩트체크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미국의 3대 팩트체크 기관으로 꼽히는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창안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와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디렉터가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팩트체크와 데이터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언론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의 원칙에 따른 미디어 비평과 뉴스를 제대로 읽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청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 언론
‘기무사 대통령 독대 오보’ 삭제했다 다시 올린 ‘경향신문’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언론이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실제로 기사를 읽고 분석하면 변한 게 별로 없어 보입니다.

특히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끼거나 팩트체크 없이 오보를 내보내는 일은 여전했습니다. 통계를 조작해 자신들 멋대로 해석해 보도하기도 합니다.

아이엠피터TV 오리지널 콘텐츠로 ‘어쩌다 저널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파일럿으로 2편을 제작했고, 8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방송할 예정입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돈이 얽혀 있는 언론 구조와 권력을 쥐고 있는 언론이 개혁되지 않는 한, 우리는 가짜뉴스에 흔들리고 조작된 여론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민선7기 지자체장 취임 관련 광고비 집행 1위는 ‘경기도’
조선일보 사장, 경찰 수사 시작하자 휴대폰 해지했다

앞으로 언론사와 기자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 1순위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소한 아이엠피터TV가 무섭고 더러워서 오보 안 낸다는 얘기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 7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후원계좌, CMS로 후원해주신 후원자 명단과 아이엠피터TV 펀드에 가입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다른 언론은 후원자가 몇 천명이니 편드가 몇 억이나 모였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아이엠피터TV는 여전히 최저임금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도 몇 몇 분들의 펀드로 사무실 보증금과 작은 캠코더, 사무 집기 등의 최소한의 취재 여건은 마련했습니다.

언론사 등록 후 여러 가지 일을 진행했지만, 기승전돈으로 결론이 납니다. 혼자서 할 때와 다르게 뭐만 하려고 하면 돈이 필요했고, 지출도 계속 늘어났습니다.

결국, 급여를 줄 형편이 되지 않아 함께 일했던 분들과 헤어지게 됐습니다. 좋은 미디어를 만들자고 모였다가 헤어지게 되니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했습니다.

언론사를 등록하고 3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그동안 썼던 글을 신뢰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1인 미디어의 글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줄 수 있을까?

부족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헤쳐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그럴 능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평생을 글만 써왔던 선비가 세상 물정 모르고 장사에 뛰어든 꼴이 됐습니다.

며칠 동안은 좌절감 때문에 힘이 들었습니다. 그런 아빠가 힘들어 보였는지, 에순양이 클레이로 달팽이를 만들어줬습니다.

“아빠, 달팽이는 힘들어도 계속 기어간데.”

에순양의 달팽이를 본 순간, 창피함이 몰려왔습니다. 글을 잘 쓰지도, 자료를 제대로 찾지 못했던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후원자가 한 명씩 늘어서 10년 만에 100명이 넘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됐겠지라는 자만심을 가졌던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후원자가 늘지 않고, 펀드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아이엠피터 스스로에 있었습니다.

달팽이처럼 천천히 가려고 합니다.
목적지까지 가느라 힘이 들겠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것이라 믿습니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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