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저널리즘 #파일럿02

#거들떠보자: 언론의 최저임금 인상 보도

7월 16일자 헤드라인 : 최저임금 인상
조선일보 : 최저임금 2년간 29% 올려… 사실상 1만원
중앙일보 : 실질 최저임금 1만원 … 속도조절 없었다
동아일보 : 2년간 29% 인상… 최저임금 사실상 1만원
한겨레 : 산입범위 확대의 덫…최저임금 10.9% 인상은 ‘착시’
경향신문 : [삶을 위한 임금①] 갈 길 먼 공정사회…‘갑’은 비켜서 있다

7월 16일 월요일자 중앙일간지 1면 이슈는 ‘최저임금’이었습니다. 내년(2019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820원 오른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된 것에 따른 보도입니다.

매번 최저임금이 정해지는 시기마다 중앙일간지들은 뚜렷한 시각 차이를 보였습니다. 물론 올해도 똑같았습니다.

역시 ‘조중동’은 프레임을 같이했습니다. 헤드라인에서 ‘사실상’, ‘실질 최저임금’ 등 다른 표현을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1만 원이나 다름없다’라는 뜻을 던졌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년간 29% 인상’을 강조했고 중앙일보는 ‘속도 조절이 없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한겨레는 최근 논란이 됐던 ‘산입범위 확대’를 지목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착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최저임금 논란에서 ‘갑은 비켜서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조중동’이 ‘최저임금 사실상 1만 원’을 강조하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일단 기사 본문에서 ‘주휴수당’을 언급합니다. 조선일보는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할 때 주휴수당을 아예 포함한 상태로 계산해서 사실상 1만 30원이 내년도 최저임금이라고 말합니다.

중앙일보도 ‘주휴수당’을 합산한 상태에서 실질 시급을 1만30원으로 규정했고, 동아일보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주휴수당은 한국과 터키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라며 주휴수당을 따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음에도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사실상 1만원 시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오래전부터 ‘주휴수당’의 ‘최저임금 산입’을 요구하며 사실상 주휴수당 폐기를 주장해왔습니다. 조중동은 경영계와 뜻을 같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을끼리의 전쟁’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직격탄’의 대상을 대부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올라야 하는 최저임금이 마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서만 부담하는 것처럼 보도합니다. 동아일보는 기사 후반부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각종 예산지원을 가리켜 ‘대규모 국민 혈세 투입’이라고 표현합니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에서는 조중동의 ‘사실상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부분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월 노동시간은 209시간으로 계산해야 함에도 조중동은 174시간으로 계산을 해 ‘사실상 최저임금 1만 원’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팩트체크는 ‘학계.전문가들은 쓰지 않는 계산식’이라고 반박합니다. 게다가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직군들이 있기 때문에라도 더더욱 ‘사실상 최저임금 1만원’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겨레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실제 저임금 노동자의 시급은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실질 인상률은 고작 2.4% 정도에 머무를 것이라는 이유입니다.

또 이번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볼 때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2020년 1만 원’의 공약 이행이 어려워졌다고 받아들인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그런 뜻을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보이고 있는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와 노동계의 대립 즉 ‘을들의 다툼’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대기업, 재벌 중심의 경제 체제 개혁도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높은 상가 임대료, 프랜차이즈 가맹비, 신용카드 수수료 등의 직접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경향신문은 다른 신문과 달리 특집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최저임금액이 여전히 전체 노동자 평균 가구 생계비인 ‘282만 원’은 물론 ‘비혼 단신 노동자’의 평균 생계비 198만 원에도 한참 모자란다고 지적했습니다.

경향신문도 한겨레와 마찬가지로 ‘을과 을의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자영업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노동계의 주장을 함께 실으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실질 인상률이 높지 않다는 점도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경향신문은 당초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위해서 15.3% 정도 올라야 할 최저임금이 10.9% 인상에 머무른 것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경영계의 반발과 정부의 속도조절론을 최저임금위원회가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한겨레와 경향은 정부의 속도조절론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비판하며 을들의 전쟁 프레임을 깨는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조중동은 ‘을들의 전쟁’을 이용하기 위한 프레임을 짜기 위해 ‘사실상 1만 원’이라는 단어를 강조했습니다.

# 제대로써!보자: 계파 구분 말고는 ‘전당대회’ 기사 쓸 줄 모르는 기자들?

‘뼈문. 진문. 범문 … ‘친문 줄세우기’의 계절’ // 조선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조선일보는 7월 5일자 기사에서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이 계파 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열심히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최근 한동안 말이 많았던 ‘부엉이 모임’이 ‘친문 핵심그룹’이라고 표현했고 ‘구 안희정계’, ‘초선 그룹’이 가세하며 ‘범친문’을 형성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여당 의원 대부분이 ‘친문’을 자처하며 ‘진문 가리기’도 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결성된 ‘친문’은 지금도 ‘핵문’이나 ‘뼈문’으로 불리고 국정 운영 방향까지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약 두 문 단가량 기사에서 누구의 발언이나 취재를 직접 해봤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얘기가 나온다’로 퉁쳤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표까지 만들어가며 ‘친문 내부의 핵심 모임’을 ‘범문', ‘진문’, ‘뼈문’ 이라고 계파를 구분 지었습니다.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게 실화냐는 말도 나올 정도로 금시초문인 계보입니다.

조선일보는 대충 이름 몇 명 쓰고 사람 이름 몇 개 잘 섞어 넣고서 ‘~라고 알려졌다’로 또 퉁칩니다. 직접 들은 얘기는 별로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는 결정적인 한 방을 기사 후반부에 넣습니다.. ‘일각에선 ~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는데, ‘일각’은 어디이며 누가 ‘제기’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단 그렇게 쓰고 논란을 만드는 수법입니다.

전당대회만 시작하면 정치 기사들은 일단 계파부터 따집니다. 기자는 7월 5일 자 기사인데도 전날 7월 4일에 당 대표 후보 출마를 처음 선언한 박범계 의원에 대한 언급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제일 처음 출마 선언을 한 박범계 의원이 ‘온라인 네트워크 구축과 당원 직접민주주의 실현’, ‘청년.노인 최고위원 부활’, ‘당대표의 메시지 과잉 자제’, ‘예측 가능한 공천 룰 정비’ 등 공약을 내세웠지만, 다 빼고 ‘친문.뼈문’ 계파 문제만 중요하게 다릅니다.

공약이고 뭐고 일단 계파가 중요한 게 아니냐는 식의 프레임입니다. 과거 새누리당이 친이.친박 / 친박.비박 등 계파 갈등으로 다양한 문제가 있었음을 떠올리게 하면서 계파 싸움으로 전당대회 분위기를 흐리게 만드는 의도도 엿보입니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큰 의미가 있는 정치 활동입니다. 정당의 방향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결정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각 후보들의 공약이나 방향에 대해선 관심이 없습니다. 누구 계파고 누구랑 단일화하고 누구랑 싸우고 있는지만 중요하게 다룹니다.

어쩌면 뭘 다뤄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는 기자가 ‘정치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정책이고 공약이고 정당의 방향이고 지향점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기자가 그저 ‘정치는 다 계파 싸움’, ‘인맥 싸움’ 아닌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어쩌다저널리즘’에서는 왜 정치부 기자들이 이런 기사만 쓰는지도 다뤄보겠습니다.

#새롭보자: 팩트체크가 필요한 이유

팩트체크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가 않습니다. 팩트폭격이라는 뜻을 가진 팩폭도 자주 사용합니다. 지난 7월 18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팩트체크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미국의 3대 팩트체크 기관으로 꼽히는 폴리티팩트(PolitiFact)의 창안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빌 아데어 미국 듀크대 교수와 알렉시오스 만찰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디렉터가 연사로 참여했습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JTBC 김필규 기자는 대한민국의 팩트체크에 대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김 기자는 선거 기간 팩트 체크를 하려고 해도 선관위의 룰과 제재 때문에 후보에 대한 팩트체크가 힘들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김필규 기자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선거를 통해 팩트 체크에 대한 검증 시스템이 도약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팩트 체크의 시작은 정치인의 거짓말을 검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정치인의 거짓말을 막지 못하게 위협이 가해진다면 언론 탄압이라고 봐야 합니다.

팩트체크를 통해서 정치인의 거짓말을 자꾸 지적하면, 사과는 하지 않지만 똑같은 거짓말을 반복하지 않는 비율이 9.5%라고 합니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팩트체크를 통해 가짜 뉴스의 실체를 보여주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작지만 꾸준하게 진실을 알려주는 일, 팩트 체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클로징

아이엠피터TV가 두 편의 파일럿으로 인사드렸습니다.

흔히 기자들이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가 취재한 자료가 아까워 덜어내지 못하는 욕심이라고 합니다.

어쩌다 저널리즘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버리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아직도 한국 언론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는 얘기와도 같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뉴스를 읽다가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저희와 함께 고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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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을 통해 ‘작지만 날카로운 미디어’의 성장을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쩌다 저널리즘’
공식 첫 편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튜브 보기:https://youtu.be/o22FhnhRy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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