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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얼굴이 까맣다고 양산을 쓰고 다닙니다.

2018년 7월 20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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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얼굴이 까맣다고 양산을 쓰고 다닙니다.

집은 제주이지만, 취재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합니다. 그래서 사무실 겸 숙소를 국회 앞에 마련했습니다. 덕분에 20일 넘게 제주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는 아빠의 마음을 아는 아내는 간간이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주는 데, 며칠 전 에순양이(딸의 애칭) 양산을 쓴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피부가 까맣다고 놀림받는 아이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무슨 양산이야?”
“피부가 더 까매질까 봐 학교에 가면서 양산 쓰고 다녀. 그늘에서는 양산을 접고, 햇볕이 있을 때는 양산 쓰고..”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평소에도 피부가 까만 것이 고민인 에순양의 자구책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에순양은 또래 여자 아이에 비해 피부가 까맣습니다. 피부가 까만데 여기서 더 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양산을 쓰고 다닌답니다.

같은 반 학생이 모두 8명인데, 그중에 여자 아이는 단 2명입니다. 에순양은 피부가 까맣고, 다른 친구는 피부가 하얗습니다. 그래서 간혹 아이들이 ‘너 아프리카에서 왔니?’라며 놀린답니다.

에순양은 친구들이 피부가 까맣다고 놀리는 게 싫답니다. 그래서 피부가 더 까매질까 봐 학교에 가면서 꼭 양산을 챙깁니다.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살았던 아이

▲2012년 월정리 바닷가에서 미역을 갖고 노는 에순양. 당시만 해도 월정리는 지금처럼 카페가 많거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가족 전용 해수욕장처럼 놀았다.

“엄마를 닮았으면, 피부가 하얀데, 아빠를 닮아서 피부가 까매서 속상해”라는 에순양의 투정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습니다.

에순양의 피부가 까만 이유는 유전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아빠의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2010년 제주에 내려가자마자 태어난 에순양은 생후 6개월부터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살았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아빠는 아이들이 드넓은 바다를 보면서 자라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에순양의 피부가 민감해서 선크림은 바르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피부는 뜨거운 햇볕에 노출돼 까매졌습니다. 그나마 겨울이 지나 봄 정도가 되면 정상적인 피부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여름이면 바닷가로 직행하니, 에순양의 피부는 항상 까매 보입니다.

‘괜히 여름마다 바닷가에 데리고 갔나’라는 후회도 듭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남들은 1년에 고작 며칠 바캉스 가는데 몇 달씩 바다를 즐기는 것도 행복이지’라는 반발심도 듭니다.

화장대 앞에 선 아이

▲화장을 자주 하지 않는 엄마 탓에 화장대 안에도 화장품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부쩍이나 거울을 보는 횟수가 늘었다.

피부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요새 에순양은 부쩍 화장대에 붙어 있는 거울을 자주 봅니다. 중고생 언니들이 하고 다니는 헤어롤도 합니다.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피부 미용 크림도 몰래 바르다가 혼도 납니다. 아동용 화장품을 사달라고 하도 졸라 하나 사줬습니다. 바르고 얼굴이 하얘졌다고 뿌듯한 표정으로 거울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에순양이 피부가 까매서 고민이라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건강한 피부이니 걱정 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에순양은 별로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더욱 화장품에 관심을 기울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커가면서 화장품을 계속 사달라고 조를 것 같습니다. 아빠를 닮아 가뜩이나 민감한 피부라 걱정이지만,  안 사줄 수도 없고 고민입니다.

에순양의 고민을 딱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래도 제주가 좋아요…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구좌읍 세화 바다. 여름이 아니더라도 산책겸 자주 바다에 놀러 간다.

얼마 있으면 여름방학입니다. 아빠가 있었으면 벌써 바다에 갔을텐데, 못 간다고 빨리 내려 오라고 아우성입니다. 방학 전에는 내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간혹 에순양에게 “우리 육지가서 살까? 제주에 살면서 바다에 자주 가지 않으면 에순이 피부도 하애질 수 있잖아?”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에순양은 ‘절대 반대. 나는 제주가 좋아. 바다도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갈 수 있잖아’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특히 지금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졸업하고 싶다며 이사도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바다에서 놀고는 싶고, 피부가 타는 것은 싫고, 에순양의 마음은 알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은 커 갈수록 생각지도 않은 고민을 아빠에게 던져줍니다. 지혜로운 아빠처럼 잘 대처하면 좋은데, 쉽지가 않네요.

제주에 내려가서 에순양을 보면 뭐라고 말해줄 지 고민입니다.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듯이, 피부 미용에 관한 논문이라도 찾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 어떤 정치 현안보다 딸 아이의 피부가 더 걱정인 정치블로거 아빠의 고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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