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에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의결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오갔던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이력을 놓고 혹자는 그를 가리켜 '기회주의자'라고도 말합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3연패 하면서 밑바닥까지 내려간 자유한국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리더인지, 권력을 좇는 기회주의자인지, 그의 과거를 통해 조명해보겠습니다.

"노무현 정권 불행의 씨앗"이라는 평가도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국민대 교수 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자문학자 그룹에서 활동했습니다. 이 인연으로 2002년 대선에서 선거운동을 했고, 제16대 대통령 인수위 정무분과 간사로도 활동했습니다.

김병준 교수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신설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고,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대통령 정책 실장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2006년 7월에는 교육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기한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김병준 장관은 사퇴 여론이 거세게 일던 2006년 7월 30일 별도의 입장문을 내 "표절 의혹 대상 논문보다 일찍 논문을 발표했다는 점, 연구 포커스나 연구방법, 분석결과 등 내용이 다르다"라면서 "국회 청문회를 열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두 딸이 대원외고와 대일외고에 편법으로 편입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김병준 후보자는 "두 딸이 외국생활을 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 많은 외고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외고로 보냈다"라면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당시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표는 김병준 부총리를 가리켜 '노무현 정권에 큰 고비를 맞게 하는 불행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경제를 망치고 부동산정책 실패를 주도했던 청와대 인사를 교육부총리로 임명한 것을 보면 이제 교육까지 거덜 낼 작정인 것 같다" (이정현 한나라당 부대표)

결국,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취임 13일 만에 여론 악화와 여권의 사퇴 압박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나온 중립(?) 총리 후보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거국 중립 내각안'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위기에 빠진 박근혜씨는 11월 2일 김병준 당시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에 내정합니다.

당시 총리로 김 교수를 내정한 이유가  참여정부 출신이기에 노무현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김병준 교수는 친노가 아니라 친박에 몸을 담고 있었습니다.

▲2016년 국민대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교수를 총리로 내정한 것은 면피성 인사'라며
▲2016년 국민대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교수를 총리로 내정한 것은 면피성 인사'라며 "김병준 교수님, 부끄럽습니다"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성북구 국민대 민주광장에서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김병준 교수의 총리 내정이 발표된 직후 '경향신문'은 그가 박근혜씨의 싱크탱크였던 '포럼 오늘과 내일'(이하 포럼 오래)에서 정책 연구원장을 맡았던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포럼 오래'는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을 탈당하고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던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만든 조직입니다.

'포럼 오래'에는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 새누리당 이완영·박덕흠·김석기 의원 등이 회원으로 있었고, 포럼의 주요 행사에는 박근혜씨가 빠짐없이 참석했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김병준 교수를 총리로 추천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2016년 11월 2일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 후보자가 2013년 우병우 민정수석의 장인 이상달 회장의 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면서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우병우 수석의 대리인인가"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상달 회장 5주기 추모식 당시 김병준 교수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3년 당시 서슬 퍼렇든 정권 초기 민원조사 과정에서 부당하다며 비서관에게 호통 치던 회장님의 기개를 잊을 수 없다. 이는 청렴결백하고 투명한 경영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항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챙기셨다” (김병준, 우병우 민정수석의 장인 이상달씨 5주기 추모식에서 )

의혹이 제기되자 김병준 총리 지명자는 '우병우 수석과의 연계설'을 부인했습니다. 김 지명자는 "저는 우 수석은 잘 모르고 이상달 회장을 잘 안다, 이 분이 고향인 경북 고령의 향우회 회장이다"라고 답했습니다.

2016년 11월 3일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정국 구상 발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 총리 내정자는 "국정 마비 사태만큼은 막고 싶어 총리직을 수락했다"라면서 "편 가르지 않고 나라 걱정하는 게 노무현 정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정국 구상은 5일 만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막강한 권리를 주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내정 엿새만에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의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면서 사실상 김병준 카드를 철회했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대한 미련?

박근혜씨가 지명 철회를 했지만, 김병준 교수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지명철회라는 얘기를 한 적 없다”며 “여당과 야당이 오히려 나를 총리 후보로 추천할 수도 있다. 상황이 진전됐다고 본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김병준 교수의 바람은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완전히 소멸됩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은 권력에 대한 미련이 있는 인물로 평가받곤 합니다. 정당의 비대위원장 추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2016년 총리 후보자 지명을 수락하기 직전 김병준 교수는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안철수 대표가 당내 의원들을 설득했고, 호남의 중진 의원들이 반대 의사를 표해 최종 결정은 보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의 총리 후보자 내정을 수락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상돈 의원은 '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병준 후보자를 가리켜 "이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으로서의 기본 윤리가 안 된 그런 사람, 인간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에서 멀어졌던 김병준 교수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경기지사로,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이 됐습니다. 그러나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 하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또다시 이름만 나왔다가 사라졌습니다.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 모두에게 '까였던' 김병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가리켜 아래와 같이 강하게 비판을 했었습니다.
"자질과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도덕적으로도 부적합하다는 점이 여러 가지로 지적되고 있다.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성과 부풀리기는 학자로서의 양심도 스승으로서의 도리도 장관으로서의 자격도 없는 부도덕성의 극치이다. 국무위원뿐만 아니라 대학 교수직에서 즉각 사퇴하는 것만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

'참여정부 청와대 → 교육부총리 → 친박 포럼 →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 박근혜 정부 총리 내정자 → 자유한국당 경기지사,서울시장 후보 →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거쳐가거나 거론됐던 직책이나 후보 등을 보면 참 화려하고 다채롭습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난 7월 17일 강원지방경찰청은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대학교수 시절 100만 원이 넘는 골프 접대를 받은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당시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의 초청으로 강원도 정선에서 골프를 치고 식사비 등 118만 원 가량의 접대비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대학교수 신분으로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김병준 위원장과 함께 일했던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 그쪽 일 하면서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당신의 그 권력욕이 참 두렵습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민주당,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에 흔적을 남기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던 특이한 인물입니다. 그가 위기에 봉착한 자유한국당의 구원투수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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