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6월 11일 북미정상회담 특집으로 '입 닫은 北매체들… 주민들, 어디서 회담하는지도 몰라'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온라인 판에 올라온 시간은 오전 3시였습니다.

조선일보는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을 보도하지 않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들어온 뒤에나 보도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권부 엘리트를 제외한 일반 주민들은 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라는 것도 모르는 상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 이후 북한 노동신문은 1면에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했고, 싱가포르 수상을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주장했던 보도는 모두 거짓이 된 셈입니다. 사실 조선일보의 기사 의도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흠집내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도 보도하지 않았다면 언론 통제로 볼 수 있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연합뉴스, 스스로 오보임을 인정하다

▲(좌) 연합뉴스는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을 보도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우) 연합뉴스가 보도한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화면 캡처
▲(좌) 연합뉴스는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을 보도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우) 연합뉴스가 보도한 노동신문 1면 ⓒ연합뉴스 화면 캡처


6월 10일 저녁 7시 48분 연합뉴스는 '北매체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싱가포르 방문 보도 안 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합니다. 다음날인 6월 11일 오전 06시 39분 연합뉴스는 '북한 노동신문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위해 싱가포르 방문" 보도'라는 제목으로 노동신문 사진을 올립니다.

12시간도 되지 않아 연합뉴스의 보도가 오보였음이 드러난 것입니다. 물론 연합뉴스의 보도 시점에 북한 매체가 김정은 위원장 출국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면 신문의 특성상 김 위원장 출국 시간에 맞춰 보도한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신문 지면 발행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언론사가 김 위원장의 출국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왜곡 보도하겠다고 인정하는 꼴입니다.

속보-단독 경쟁, 오보와 왜곡 보도의 지름길이다

▲ 2018년 6월 8일 KBS뉴스는 자사 기자들이 싱가포르 북한 대사관저에 무단 출입 혐의로 조사 받았다며 사과 방송을 했다. ⓒKBS 화면 캡처
▲ 2018년 6월 8일 KBS뉴스는 자사 기자들이 싱가포르 북한 대사관저에 무단 출입 혐의로 조사 받았다며 사과 방송을 했다. ⓒKBS 화면 캡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전세계 기자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한국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취재진을 파견했습니다. KBS 기자들은 북미정상회담을 취재하면서 북한대사관저를 무단 출입했다가 경찰 조사를 받고 추방됐습니다.

KBS 기자들의 무모한 취재 방식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온라인 뉴스가 주를 이루면서 단독-속보에만 눈이 멀었기 때문입니다.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될수록 더 많은 오보와 왜곡보도가 쏟아질 수 있습니다. 기성 언론과 기자에게 북미정상회담은 뜯어먹기 좋은 먹잇감이지,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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