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탄핵소추를 당한 박근혜씨가 청와대 상춘재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불렀습니다. 청와대는 기자들의 카메라, 녹음기, 노트북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뺏어버리고 수첩만 들고 와서 적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아주 순한 양처럼 박씨의 일방적인 해명을 잘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됐습니다. 당시 국민들은 도대체 기자들이 청와대 직원인지 언론사 기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나를 도와줬던 분들은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박근혜씨의 말에 왜 반박이나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가 답답했습니다. 모두가 박사모 회원도 아니면서....

결심했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자.

▲2005년 미국 백악관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출입기자증을 발급했다. 당시 백악관은 반대했지만, 출입기자들은 환영했다. ⓒ중앙일보 화면 캡처
▲2005년 미국 백악관은 블로그 운영자에게 출입기자증을 발급했다. 당시 백악관은 반대했지만, 출입기자들은 환영했다. ⓒ중앙일보 화면 캡처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는 와중에 국민 대다수는 언론이 무너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눈으로 직접 목격했습니다. 대통령을 가까이 취재할 수 있는 청와대 출입기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정치 블로거에서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자'라고 결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블로거에게 백악관 출입증을 내준 바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봤습니다.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반드시 해내리라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청와대에 민원을 넣었지만, 4개월째 무응답

▲ 2018년 1월 신청해 2월에 청와대로 넘어간 민원은 6월이 됐지만, 답변이 없었다.
▲ 2018년 1월 신청해 2월에 청와대로 넘어간 민원은 6월이 됐지만, 답변이 없었다.


2018년 1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청와대 출입기자 신청을 받아 주세요'라며 민원을 넣었습니다.

안녕하세요 1인미디어로 활동하고 있는 임병도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으로 2002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했습니다. 2010년부터는 전업 정치블로거로 지금까지 다양한 정치 관련 글을 블로그와 오마이뉴스, 슬로우뉴스, 직썰, ㅍㅍㅅㅅ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정치 글을 쓰기 위해서는 취재와 인터뷰 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기성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으면 출입 기관에 등록할 수 없으며, 당연히 출입증도 나오지 않습니다. 특히 청와대는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아래와 같은 언론 협회 회원이 아니면 신청조차 불가능합니다.

제2조(등록)
청와대에 출입하여 취재 등의 활동을 하는 기자(이하 출입기자라 한다)는 홍보수석비서관에게 등록하여야 한다.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록하고자 하는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협회의 회원사(개인자격으로 협회원이 된 경우에는 소속법인을 말하며, 이하 언론사라 한다)의 추천을 받은 자이어야 한다.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인터넷기자협회
한국사진기자협회
한국TV카메라기자협회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서울외신기자클럽

언론 환경은 많이 변했습니다. 기성 언론사만이 언론이라는 주장은 지금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사고방식입니다. 1인미디어, 독립미디어도 언론으로 인정하고 취재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기존의 언론사 소속 기자만이 취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취재 경험이 있는 기자가 출입기자로 등록해야 기사를 제대로 작성하고 보도할 수 있는 우려 때문인줄 압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와 헌법 관련 책을 집필했고, 블로그 단체와 언론사 협회에서 주는 상을 여러차례 받았습니다. 취재 경험과 기사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서:
헌법을 읽는 어린이(사계절)
아이엠피터의 놈놈놈 (책으로 여는 세상)
곽노현 버리기 (공저, 책보세)
한국의 보수주의는 왜 이렇게 천박한가 (공저, 티엔엠미디어)

수상 경력:
2012년 다음뷰 블로거 대상 수상
제3회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 대상 수상
2016년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참언론상 수상
2016년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
2017년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 공로상

미국은 이미 2005년에 블로거에게 백악관 출입증을 발급한 바 있습니다. 결코 무모하거나 사례가 없던 것이 아닙니다.

저는 박근혜 정권에서 청와대 사찰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언론의 자유를 위해 ‘5인 미만 인터넷신문사 등록 불허 조항에 대한 심판’과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관련 영상: https://youtu.be/tY9FR2MxBg8

언론사 소속 기자, 언론협회 회원이어야만 청와대를 출입할 수 있는 청와대 규정을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정치블로거, 1인 미디어, 독립미디어라도 객관적인 취재 경험과 능력이 있다면 자유롭게 청와대를 취재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민은 정형화된 기성 언론이 아닌 자유로운 시선으로 청와대와 대통령을 취재한 글과 영상 등도 보기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1인 미디어의 청와대 출입기자 신청이 허가된다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 환경을 청와대가 인정하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임시 방문, 임시 취재가 아닌 공식적인 청와대 출입기자로 장기적인 취재를 원합니다.

1월 16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한 민원은 2월 14일 청와대 춘추관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6월 2일 오늘까지 무려 4개월 가까이 됐지만, 아무런 연락도 응답도 받지 못했습니다.

당당하게 언론사를 설립해 들어가자.

청와대도 난감할 겁니다. 왜냐하면 1인 미디어, 정치블로거가 대한민국 역사상 청와대에 들어간 사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 언론사 기자 협회 등의 카르텔이나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결심했습니다. 당당하게 제대로 된 언론사를 설립해 들어가자고 말입니다.

그동안 협업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함께 취재를 다녔던 대안 언론 출신 피디와 기자에게 SOS를 쳤습니다. 함께 작지만 날카로운 미디어를 만들자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언론사 등록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무실이 없어서 준비 작업 때마다 카페를 전전했고, 장비가 없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아쉬운 소릴 했습니다. 하지만 시작이라도 두렵지는 않습니다. 10년 가까이 정치블로거로 활동하면서 만들어진 굳건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5월1일부터 5월 31일까지 아이엠피터 후원자 명단. (후원계좌, CMS 이체 정기후원)
▲2018년 5월1일부터 5월 31일까지 아이엠피터 후원자 명단. (후원계좌, CMS 이체 정기후원)


백명도 되지 않는 후원자이지만, 아이엠피터에게는 어디에서나 당당할 수 있는 힘과 무기입니다. 광고를 받지 않아도, 정치인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만큼 후원자들은 굳건한 버팀목입니다.

어쩌면 이들 후원자분들이 있기에 겁 없이 언론사를 등록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사업자등록증은 냈고, 언론사 등록도 다음 주에 시작합니다.

국민의 질문을 대통령에게 하는 모습을 꿈꾸다.

▲2018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는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 비판 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자분들께서 보내는 격한 표현이 많다. 대통령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지자들께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전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박 기자는 이어 “그래야 편하게 기사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V 화면 캡처
▲2018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는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 비판 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문 대통령의) 지지자분들께서 보내는 격한 표현이 많다. 대통령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지자들께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전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박 기자는 이어 “그래야 편하게 기사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V 화면 캡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모든 게 다 잘될 거라 믿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 많은 언론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권언 유착을 했습니다. 언론이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대통령에게는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무시무시한 린치를 가했습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국민이 진짜 궁금해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듭니다. 국민이 원하는 질문은 어쩌면 기자들과는 다를지도 모릅니다.

청와대 출입기자 대부분이 사주와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합니다. 그런데 아이엠피터와 같은 독립미디어가 생뚱맞게 대통령에게 '김정숙 여사님에게는 차를 빌린다고 얘기는 하셨나요? 뭐라고 하고 판문점에 가셨나요?'라고 물으면 어떨까요?

청와대를 출입하는 조선일보 기자에게 왜 소설을 쓰냐고 물으면 어떨까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왜곡 보도하는 것을 옆에서 감시하고 있다가 폭로하면 어떨까요? 국민들이 하고 싶은 질문을 대신 대통령에게 하면 어떨까요?

기성 언론이 해야할 일이 있고, 독립미디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서로 승자를 가려내는 싸움이 아닙니다. 국민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이 가장 중요하게 해야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엠피터가 정식으로 청와대 출입기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정치 블로거 10년 만에 처음으로 여러분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작지만 날카로운 미디어의 투자자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아이엠피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