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뉴스 자막의 중요성, ‘절도 vs 무단반출’

2018년 4월 25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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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자막의 중요성, ‘절도 vs 무단반출’

TV 뉴스 보도에 있어서 자막은 시청자에게 사실을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은 오히려 자막을 통해 사건을 왜곡해서 보도합니다. TV 뉴스 프로그램에 나왔던 잘못된 자막을 통해 뉴스 자막의 중요성을 살펴봤습니다.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범죄 행위 ‘무단반출 vs 절도’ (MBC 뉴스)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의 느릅나무 출판사에 침입해 태블릿 PC와 USB 등을 훔쳤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4월 23일 ‘MBC 뉴스데스크’는 ‘TV조선기자 태블릿PC 무단반출’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KBS는 ‘드루킹 출판사 절도에 종편기자도 가담’이라며 자막에 ‘절도’라고 표기했습니다.

과거 JTBC가 입수한 최순실 태블릿PC의 경우는 이미 사무실이 철수했고, 관리인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절도라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TV조선 기자의 행위는 절도가 맞습니다. 왜냐하면 함께 들어간 일반인 모씨의 행위에 대해 이미 ‘절도’라고 표기했기 때문입니다.

TV조선 기자와 일반인 모씨가 똑같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 ‘절도’라는 용어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막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정치인의 행위 (SBS 뉴스) 

드루킹 사건으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던 김경수 의원이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 의원은 4월 19일 오전에 예정됐던 출마 선언을 취소하고 오후에 출마를 공식 선언했는데, 이날 저녁 뉴스 자막은 방송사마다 달랐습니다.

‘오락가락 끝 출마 선언…”특검에도 응할 것” (SBS)
‘고심 끝 출사표…”특검도 받겠다”(JTBC)
‘진통 끝 출마 선언..”특검 응하겠다” (KBS)

SBS 뉴스를 본 시청자라면 김경수 의원을 줏대도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정치인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JTBC 뉴스룸 시청자라면 김경수 의원의 출마가 깊은 고민 끝에 나온 신중한 결과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김경수 의원의 기자회견 연기와 출마 선언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보도함에 있어서 어떤 단어를 선택해 자막으로 내보내느냐에 따라 정치인의 행위도 다르게 비칩니다.

사실과 전혀 다른 왜곡 보도 자막 (TV조선) 

2016년 2월 1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국회대정부질문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미사일 사거리 등에 관한 질의를 했습니다.

TV조선은 김 의원의 질문 모습을 담긴 화면에 엉뚱한 자막을 달아 보도했습니다.

‘북 변론하는 더민주당 의원들?’ (TV조선)
‘순천ㆍ곡성 도전 김광진, 구 통진당 세력 의식?’ (TV조선)

사드 배치에 관해 국방장관에게 질의하는 국회의원에게 ‘북 변론’이나 ‘통진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종북을 암시하는 색깔론을 덧입히는 왜곡보도입니다.

화면과 전혀 다른 자막은 시청자에게 편견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만약 TV조선 출연진의 의견이나 생각이라면 배경에서 김광진 의원을 제외했어야 합니다.

대선 후보의 중요 발언 삭제, 선거 공정성 논란 (JTBC) 

대선이 한창 진행되던 2017년 3월, JTBC 뉴스룸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후보 경선토론 발언을 뉴스로 내보냈습니다.

JTBC가 보도한 문재인 후보의 자막에는 “제가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라는 문장만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문재인 후보는 “그때 그 반란군의, 말하자면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제가 그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습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지 않고 JTBC 뉴스룸만 본 시청자라면 ‘문재인 = 전두환 표창’만 기억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말했던 ‘전두환= 반란군 우두머리’가 삭제됐기 때문입니다.

짧은 화면에 많은 자막을 내보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발언은 삭제하면 안 됐습니다. JTBC 뉴스룸의 자막은 선거 기간에 공정성을 해치는 보도였습니다.

거꾸로 된 메시지 (YTN) 뉴스 자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 

김정은, 5월까지 트럼프 면담 희망 (YTN)
트럼프, 5월까지 김정은 만나고 싶다는 의사 밝혀 (연합뉴스)

지난 3월 9일 YTN과 연합뉴스는 똑같은 사건에 대해 김정은과 트럼프라고 각각 다른 이름으로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누구의 자막이 맞을까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5월까지 만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연합뉴스의 자막이 맞습니다. YTN은 메시지를 거꾸로 보도한 셈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자막으로 도배돼 있습니다. 속보, 단독이라는 표기는 물론이고 앵커나 기자, 인터뷰이의 말 한마디를 모두 자막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막에 대한 고민이나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나 지적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언론이 앞으로도 계속 자막을 쓴다고 하면, 최소한 뉴스 자막에 대한 단어 선택이나 공정성은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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