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을 옷에 달고 잘 달았는지 확인해보는 에순양. 교복에 노란리본 뱃지를 달고 등교하는 요돌군.
▲동백꽃을 옷에 달고 잘 달았는지 확인해보는 에순양. 교복에 노란리본 뱃지를 달고 등교하는 요돌군.


지난 3월 중순부터 제주는 4.3 70주년 관련 다양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제주 4.3을 기억하자는 '동백꽃 뱃지' 달기도 있었습니다.

요돌군의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동백꽃 뱃지를 나눠줬고 교복에 달았습니다. 오빠가 단 동백꽃 뱃지가 부러웠나 봅니다. 에순양도 달고 싶다고 해서 '제주소셜미디어협의회'의 도움으로 뱃지를 얻어왔습니다.

동백꽃 뱃지를 옷에 달고 이리저리 둘러 보는 에순양을 보니, 제주 4.3을 잊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월 3일 70주년 행사가 끝난 다음 날, 요돌군은 교복에 노란리본 뱃지를 달았습니다. 왜 달았냐고 물어봤습니다.

"아빠. 이제 4월 16일이 다가오잖아. 세월호 뱃지를 달고 형하고 누나들을 기억해야지"

요즘은 거리에서 노란 리본이나 세월호 추모 뱃지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4년이나 지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을 잊지 않고 세월호 뱃지를 단 요돌군이 기특했습니다.

요돌군은 혼자만 달지 않고, 친구들에게도 나눠준다면서 집에 있는 노란리본 뱃지는 다 챙겨갔습니다. 심지어는 반 친구에게 모두 줘야 한다면서 뱃지를 더 구해 오랍니다.

빨리 노란리본 뱃지를 주문해야겠습니다.

▲ 거울을 보는 에순양. 자기 사진을 함부로 찍었다고 나름 무서운 표정으로 아빠를 째려보고 있다.
▲ 거울을 보는 에순양. 자기 사진을 함부로 찍었다고 나름 무서운 표정으로 아빠를 째려보고 있다.


"왜 내 피부는 엄마처럼 하얗지 않고, 까만지 몰라. 속상해"

요새 에순양은 점점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앞머리에 롤을 하거나 얼굴에 뭔가를 바르고 자주 거울을 봅니다.

자신의 까만 피부가 싫은 에순양은 크림을 바르면 하얘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얼굴이 하얘지는 크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에순양이 바르는 것은 보습 크림일 뿐입니다.

에순양은 어릴 때부터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살았습니다. 그 탓인지 에순양의 피부는 까무잡잡합니다. 아니면 아빠의 유전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까만 피부에 자격지심을 가질 텐데 걱정입니다.

▲서점에서 '큰소리치지 않고 아들 키우는 100가지 포인트'라는 책을 아빠에게 권하는 요돌군. 아빠가 큰소리쳐서 미안하다.
▲서점에서 '큰소리치지 않고 아들 키우는 100가지 포인트'라는 책을 아빠에게 권하는 요돌군. 아빠가 큰소리쳐서 미안하다.


" 엄마, 아빠에게 권하는 책이야"

가족이 주말 나들이로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요돌군이 "엄마, 아빠에게 내가 권하고 싶은 책이야"라며 책을 하나 건넸습니다.

책 제목은 '큰소리치지 않고 아들 키우는 100가지 포인트'였습니다. 자기에게 큰소리치지 말라는 요구를 책 제목을 통해 에둘러 말한 것입니다.

요돌군은 유독 뉴스와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제는 왜 학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을 보여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또래 아이보다 정치 등에 관심이 많은 까닭은 아마 정치블로거로 활동하는 아빠의 영향 탓인가 봅니다.

▲2018년 3월 1일~3월 31일까지 후원계좌와 페이팔,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등으로 후원해주신 분들. (매월 정기 후원금을 한 번에 입금해주신 분도 있습니다)
▲2018년 3월 1일~3월 31일까지 후원계좌와 페이팔,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등으로 후원해주신 분들. (매월 정기 후원금을 한 번에 입금해주신 분도 있습니다)


"10년 동안 활동했는데, 후원자가 고작 100명도 안 되나요?"

강의를 하다 보면 꼭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치블로거로 수입이 얼마냐는 질문입니다. 정확한 액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후원자가 보통 80~100명 이내라고 답을 합니다.

이내 10년 넘게 활동했는데 고작 후원자가 100명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고 생각했지만, 그분들은 아닌가 봅니다.

특정 유명 1인 미디어를 제외하고 정치 블로거가 후원금으로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한 분 한 분 늘어나 이만큼 왔기에 결코 부끄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달 초면 이분들이 보내준 정성을 기억하려고 애를 씁니다. 당연히 더 열심히 글을 쓰는 것이겠죠.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습니다.
아픔도 원망도 고마움도...

시간이 흘러 잊어도 되는 것이 있고, 결코 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요돌군과 에순양이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 가족을 후원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고 또 하나는 제주로 오다가 벌어진 세월호 참사입니다.

먼 훗날에도 우리 아이들이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를 기억해주는 일은 정말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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