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단 한 번도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제주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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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주 4.3사건 70주년입니다. 제주를 비롯한 전국에서는 그동안  4.3사건을 알리기 위한 문화 공연과 동백꽃 배지 달기, 릴레이 인터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졌습니다.

특히 그동안 제주 4.3사건 알리기에 소극적이었던 제주도민들도 적극 나서서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주 도민들의 노력에 제주 지사가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원희룡, ‘문재인 대통령에 공식 사과 요청’

지난 3월 28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도민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원 지사는 담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3수형인’에 대해 명시적인 공식 사과를 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원 지사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제주도민에게 4.3사건에 대한 사과를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내년 ‘70주년 4.3 추념식’에는 저 문재인이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겠다, 그 약속 반드시 지키겠다”며 “다시는 4.3이 폄훼되고, 모욕받지 않도록 저 문재인이 책임지겠다”고 약속까지 했습니다.

원희룡 지사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는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던 점과 비교하면, 그저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들여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희룡, ‘역사상 첫 현직 대통령이 참석’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

진행자 > 그러게요. 말씀하신 것처럼 억눌린 역사라고 하셨는데 사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에 4.3 희생자 추념식 참석을 안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내일 이제 70주년 추념식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을 할 거라고 전망하는데 이뤄진다면 9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을 하는 거네요?

원희룡 > (이뤄진다면) 9년 만이 아니고 역사상 처음으로 오시는 겁니다.

진행자 >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인가요?

원희룡 > 네, 그렇습니다. 그런 만큼 의미가 크고요. 노무현 대통령님은 4.3추념식에는 아니었지만 제주방문 당시에 국가원수로서 공식사과를 하셨죠.

원희룡 제주지사는 4월 2일 ‘MBC 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3 추념식 참석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역사상 처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원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공식 사과만 했지, 추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58주기 4.3위령제’에 참석했습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원 지사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추념식과 위령제의 명칭 때문이었다고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2014년 ‘4.3 희생자 국가 추념일’이 공표되기 이전이라도 대통령이 참석한 공식 행사였기에 역사상 처음이라는 말은 틀렸습니다.

#12년 동안 4.3 위령제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던 원희룡

원희룡 제주 지사는 제주 4.3사건 위령제나 추념식 등에 대한 역사를 잘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는 제주 도지사로 당선되기 이전에는 단 한 번도  ‘4.3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 지사는 2014년 새누리당 후보로 도지사에 출마했을 때야 비로소 “지난 세월 사정이 있고 없고를 떠나 위령제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사과를 했습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단 한 번도 ‘4.3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주 도민들은 갈수록 격이 떨어지는 4.3국가 추념일 행사로 분노했지만, 원 지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 4.3 위원회 폐지 법안에 찬성했던 원희룡

2008년 1월 21일, 한나라당은 제주도민의 아픔과 4.3사건의 진상규명 등을 노력했던 ‘4.3위원회’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당시 제주에서는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3위원회 폐지 반대 도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한나라당 심판 운동이 전개됐습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제주도당조차 개정안 발의를 철회하라며 중앙당에 건의문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제주4.3위원회 폐지를 골자로 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공동 발의자 명단을 보면 원희룡도 있었습니다. 제주 출신이 오히려 제주 도민을 괴롭히는 법안에 서명한 셈입니다.

제주 4.3사건을 말하면서 화해와 치유, 평화를 말합니다. 그러나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사건에서 도대체 누구와 화해하고, 누가 치유받아야 할까요?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리고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저 ‘평화’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아무 일도 없었듯이 지나간다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됩니다.

제주 4.3사건은 진실을 규명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