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을 향한 KBS 기자의 불편한 미투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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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KBS 기자 세 명이 출연했습니다. 이들은 2월 14일에 공개된 “KBS_MeToo:KBS 기자들이 말한다”라는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했던 기자들이었습니다.

당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KBS 기자들을 섭외한 이유는 언론계 내부에서 불거지는 미투운동을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 도중에 나온 KBS 박에스더 기자의 발언은 굉장히 불편하게 들렸습니다.

‘김어준씨도 조금? 우리가 취재해봐야겠네요’

미투운동 동영상 제작 배경과 공개 이후의 압력 등을 말하는 과정에서 KBS 박에스더 기자는 과거에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등을 했던 가해 남성들이 두려워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김어준씨는 ‘과거 자신이 쭉 그래왔다면’이라며 박 기자의 말을 보충 설명합니다.

이후 박 기자는 “혹시 공장장님께서도 조금?”이라며 성폭력이나 성추행, 성희롱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김어준씨는 “저는 그런 적은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답변합니다. 그러자 박 기자는 “그럴까요?”라고 되묻고는 “그런 적이 없는지 미투에서 취재해봐야겠네요”라고 말합니다.

김어준씨에게 과거에 미투운동에 연루될만한 일을 했느냐는 질문을 하고 그런 적 없는지 취재하겠다는 말은 웃으며 했기에 농담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불편한 농담에 속합니다.

실제로 유튜브 영상에는 “모든 남자들을 적으로 돌리는 듯한 KBS기자님의 태도가 무척 거슬리네요”,”미투 주장한다고 생판 처음 보는 사람한테 ‘너 성범죄 전력 없어? 조사해볼까?’라는 말은 예의가 없어 보인다”,”미투취재 기자가 이딴 농담하느냐” 등의 댓글 등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성매매 하셨죠? 범죄자로 만드는 질문’ 

▲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 2016년 8월 4일 방송 ⓒTV조선 화면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KBS 박에스더 기자의 말이 과거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의 진행자가 했던 어처구니없는 질문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016년 박종진씨는 현직 부장판사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된 사건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출연자에게 ‘성매매 하셨죠?’라는 질문을 합니다.

박종진: 성매매 특별법 만들기 전에 노무현대통령 때, 그 이전에는 성매매 하셨죠?
황상민: 누가요?
박종진: 아. 우리 박사님. 대학교 다닐 때…(미소를 띤 채 손으로 황상민을 가리키며)
황상민: 대학교 다닐 때 저 아가씨 손만 잡아도 결혼해야 되는 걸로 알 정도였어요. 아. 그거.
박종진: 너무 위험한 질문이었습니까? 제가?
황상민: 위험한 질문이라기보다는
박종진: 아니 그 때는 성매매특별법 이전에는 그 뭡니까. 많이 있었잖습니까? 집창촌도.
황상민: 아.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답변을 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박종진: 아. 예. 가보셨죠?
황상민: 아, 구경 갔어요. 그런데 ‘너 했냐, 안 했냐’ 하면, 제 개인의 지금 인성에 대한 질문을 하시는 거거든요.
박종진: 네 알겠습니다. 거기까지. 네. 가봤다는 것만 인정하겠습니다.

박종진씨의 질문을 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전의 중년 남성들은 현직 부장판사의 성매매를 용인할 수 있다’는 자신만의 생각 속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출연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하고 용납하기 어려운 질문이자 범죄자로 만드는 발언에 속합니다.

당시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tbs 뉴스공장 PD, 출연자 인터뷰 중 조정실에서 욕설…직위해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tbs 화면캡처

3월 14일 <미디어오늘>은 지난 2월 16일 방송과 관련해 <김어준의 뉴스공장> 정모 PD가 직위해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제작진이 KBS 기자들에게 협찬 고지 멘트를 부탁했는데 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방송 내용에 불만이 있어 라디오 조종실에서 혼잣말처럼 욕을 했다가 직위해제 및 근신 처분을 받았다고 합니다.

뉴스공장 PD가 욕설을 했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KBS 박에스더 기자의 발언도 PD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농담처럼 얘기했다고 해도, 방송 진행자에게 ‘과거에 성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느냐, 취재해봐야겠다’라는 말은 김어준씨의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행여나 미투 가해자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투운동을 폭로하는 방송에서 나오는 불편한 농담이나 과도한 추측성 발언은 미투운동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