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돌군의 중학교 입학식 모습. 산골학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학생이 입학했다.
▲ 요돌군의 중학교 입학식 모습. 산골학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많은 학생이 입학했다.


요돌군이 어제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굳이 중학교 입학식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한 반 깁스 상태라 차로 데려다주고 참석했습니다.

제주 시내에 있는 중학교라 그런지 학생 수가 어마어마했습니다. 1학년 신입생만 300명이 넘었고, 전교생이 거의 천여 명에 육박했습니다.

요돌군이 다녔던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70명이 넘은 적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학년마다 1학급에 불과했고, 반 전체 인원도 10명 내외였습니다.

산골 초등학교 출신 요돌군과 학부모인 엄마,아빠는 입학식만 봐도 기가 질릴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학부모 오리엔테이션 한 시간 내내 내신과 고입의 중요성을 듣노라니, 진짜 중학교 학부모가 됐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특히 제주는 작년까지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입 선발고사를 치렀던 지역입니다. 이제는 내신 100%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그러나 '학교=노는 곳'으로 초등학교 6년 내내 살았던 우리 가족은 적응하기 어려운 문화적 충격까지 받았습니다.

야구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과연 요돌군이 잡을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요새는 학교 수업에 모두 다 들어야 연습이 시작됩니다. 또한, 기초 학력이 되지 않으면 보충 수업까지 해야 하니 조금은 안심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은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게 만들어 막상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내신이니 수행평가 등을 잘 해낼지는 모르지만, 기초 학력은 채울 수 있으니 다행인 듯싶었습니다.

'아들에게 들은 충격적인 한 마디' 

▲요돌군이 선물로 받은 초코파이와 글러브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야구부원이라서 머리가 짧다. 후원자 중에는 요셉이와 에순양의 고기 사랑을 알고 갈비도 보내주셨다. 요돌군은 중학교 입학 선물도 받았다.
▲요돌군이 선물로 받은 초코파이와 글러브를 들고 서 있는 모습. 야구부원이라서 머리가 짧다. 후원자 중에는 요셉이와 에순양의 고기 사랑을 알고 갈비도 보내주셨다. 요돌군은 중학교 입학 선물도 받았다.


가끔 요돌군은 누군가 "너 요돌이구나"하면서 알아봤다고 얘기를 합니다. 학교 선배들도 이름 대신 요돌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 글을 쓰기 위한 별명이 진짜 이름처럼 불리고 있습니다.

요돌군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엠피터의 글이나 SNS를 읽었던 분들입니다. 요돌군이 야구를 하는 것도 알고, 초코파이를 좋아하는 식성도 꿰고 있습니다. 고기 선물도 중학교 입학 축하금도 그런 관심 속에서 받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자기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그저 신기했는데, 어제는 아빠에게 한마디 합니다.

"아빠! 글 열심히 써야 하는 거 알지?. 사람들이 아빠 글 매일 읽고 있다잖아. 아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줘"

글은 잘 못 써도 매일 꾸준하게 쓴다고 인정받았던 아이엠피터가 아들에게 잔소리를 들은 셈입니다. 특히나 '부끄럽지 않게'라는 말은 충격까지 받았습니다.

'가족, 그리고 후원자는 모두 같은 마음'

▲2018년 2월 1일~2월 28일까지 후원계좌와 페이팔,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등으로 후원해주신 분들. (매월 정기 후원금을 한 번에 입금해주신 경우도 있습니다)
▲2018년 2월 1일~2월 28일까지 후원계좌와 페이팔,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등으로 후원해주신 분들. (매월 정기 후원금을 한 번에 입금해주신 경우도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아이엠피터보다 훨씬 글을 잘 쓰고 정치적 식견이나 풍부한 지식을 자랑하는 논객이나 정치 블로거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별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모두 생업에 전념하면서 정치 블로거 활동을 멈춘 것입니다. 가장 부족했던 아이엠피터가 꾸준하게 버티며 남아 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어쩌면 아이엠피터가 글을 쓰고 정치블로거로 활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가족과 후원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격려했기 때문입니다.

매달 후원 관련 글을 쓰면 후원자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말을 매번 반복합니다. 그러니 식상하다는 얘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후원자들이 한 달이라도 후원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듭니다.

대한민국은 글로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독립언론인 뉴스타파조차 후원으로 생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달 후원자들에게 고맙다는 글을 반복해서 올려도 절대 과하지 않습니다.

P.S '유튜브에 열광하는 에순양, 좋아요를 구걸하다' 



요새 에순양 관련 포스팅을 하지 않거나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지 않습니다. 가끔 올리기는 해도 비공개로 해놓습니다. 커가면서 SNS에 자기 사진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에순양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원인은 유튜브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로 영상을 보고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냅니다. 그러다 보니 에순양도 유튜버의 말투와 행동을 따라합니다.

한참 유튜버에 빠져 있다 보니, 아빠가 카메라를 들이대면 유튜버처럼 과장된 몸짓으로 인사를 하거나 '아빠 이거 찍어봐'라고 주문까지 합니다.



어제는 자기 발이 머리에 닿을 수 있다면서 요가 동작을 하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아빠. 이 사진 올리면 좋아요 많이 받을 거야. 삼촌들이 나 좋아하거든"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입니다.

아빠 입장에서는 저 동작이 신기하긴 해도 결코 좋아요를 많이 받는 사진이 아니라 뭔가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괜히 에순양이 상처 받을까봐 입을 다물었습니다. 조만간 저 자신감이 무너지거나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아빠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좋은 일인지, 아니면 우려할 만 한 일인지는 아직도 감이 오지 않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아빠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요돌군과 에순양이 "우리 아빠는 아이엠피터에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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