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어준씨 관련 글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어준씨 관련 글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방송인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2월 25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에는 "딴지일보 김어준,성추행 당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 작성자는 '딴지일보에서 일을 했었다'라며 '김어준씨한테 성추행과 성폭행 당했습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작성자는 '이러한 사실을 폭로하면 큰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라며 '김어준씨, 성범죄로 고소하고 싶습니다'라며 국민청원을 제안했습니다.

<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딴지일보에서 일을 했습니다.
딴지일보 김어준씨 한테 성추행,성폭행 당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청와대에다가 올립니다.
#미투 #with you
김어준씨는 성 관련된 말을 많이 하고, 여자 앞에서 섹스,섹스 라는 용어를 말합니다.
이런한 사실을 폭로하면, 큰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김어준씨, 성범죄로 고소하고 싶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어준씨 관련 청원은 2월 26일 오전 10시 기준 1,000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복사한 듯한 성추행 주장 글, 믿을 수 있을까?'

'김어준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국민청원 글을 보면 그다지 신빙성이 없어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성추행 날짜나 장소, 피해 사례 등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성추행 피해자들은 최소한 언제라는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합니다. 또한, 장소와 성추행 피해 사례 등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글에는 그런 내용이 아예 빠져 있습니다.

그나마 사례를 든 것이 '김어준씨는 성 관련된 말을 많이 하고, 여자 앞에서 섹스, 섹스라는 용어를 말합니다'라는 얘기뿐 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앞에 #미투 #with you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있습니다. 마치 SNS에 올라온 글을 복사한 듯 보입니다.

유명인의 성추행을 폭로했던 다른 사례의 글과 비교하면 제대로 된 글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일베에서 인용되고 있는 근거 없는 주장' 

▲일베 사이트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관련 게시글이 링크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베사이트 화면 캡처
▲일베 사이트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관련 게시글이 링크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베사이트 화면 캡처


김어준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국민청원 제안은 현재 극우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인용돼 관련 글이 수백 건의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확실한 증거 없이 김씨를 성추행범이나 성폭행범으로 단정 짓는 행태입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어준 퇴출 청원','성추행, 성폭행한 김어준 청원 사이트' 등 연관된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은 김어준씨가 지난 24일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주장했던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라는 발언이 나온 이후에 시작됐습니다.

'김어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게 아니다'

▲김어준씨 발언 관련 26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동아일보,조선일보 PDF 화면 캡처
▲김어준씨 발언 관련 26일자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사. ⓒ동아일보,조선일보 PDF 화면 캡처


김씨의 주장은 조중동을 중심으로 앞다퉈 보도되고 있습니다. 조중동은 25일 인터넷판을 시작으로 26일 조간신문에서도 관련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김어준 “미투, 진보적 文정부 지지자 분열 공작” 조선일보 2월 25일
'앞으로 미투 타딧은 진보층 댓글 공작으로 분열 노려, 나꼼수 김어준 발언 논란 조선일보 2월 26일
"김어준 “미투 운동, 文정부 분열” 논란…여권서도 “사과해야” 중앙일보 2월 25일
"김어준 "미투, 문 정부 지지자들 분열에 이용".. 금태섭 "진보 성범죄는 감춰도 되나" 중앙일보 2월 26일
“미투 운동, 文정부 분열 공작 이용될수도” 김어준 발언 논란 동아일보 2월 25일
'피눈물 고백 두고.. '미투 공작 음모론' 꺼낸 김어준' 동아일보 2월 26일

김어준씨는 26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부 매체와 포털 사이트에서 내가 한 발언을 모략하고 있다.”면서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미투가 공작이라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금태섭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진보적 인사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감춰 줘야 하는 것이냐"라는 글에 대해서도 "금태섭 의원의 주장은 ‘미투의 의지를 약하게 할 수 있다’는 거였다. 금 의원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을 한 거다. 나와 금 의원의 갈등을 부추기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김어준씨의 미투운동 관련 논란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언론이 계속 기사를 내보내는 등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논란 속에 실제 미투 운동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언론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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