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살렸다는 여대생은 왜 경찰 수사를 받아야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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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를 여대생이 살려냈다는 기사와, 자자극이었다고 보도한 기사. ⓒ연합뉴스 화면 캡처

1월 30일 <“이렇게 예쁜 아이를..” 버려진 신생아 품에 안아 살린 여대생>이라는 제목으로 훈훈한 기사 한 편이 올라왔다.

30일 오전 4시, 영하의 날씨에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여대생 A씨가 발견했다. A씨는 탯줄도 떼지 못한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수건으로 핏물을 닦아줬다. A씨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아이의 몸을 자신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해줬다.

A씨는 자고 있던 형부와 언니를 깨워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는 구급대원의 도움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버려진 아이가 참 예쁜 딸아이였다”며 “A씨의 빠르고 현명한 대처가 없었다면 한파에 떨고 있던 아이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한 아이를 살린 고맙고 마음 따뜻한 여대생의 이야기다. 그런데 이 기사가 올라온 뒤 불과 3시간 만에 섬뜩한 소식이 들려왔다.

영하의 날씨 속에 아이를 구한 뒤 신고했다는 여대생 A씨가 진짜 엄마였다. A씨는 아이를 출산했지만, 양육을 포기하려 거짓 신고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누가 여대생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앞서 자신이 출생한 아이를 거짓으로 신고했던 여대생 A씨, 과연 우리 사회는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을까?

A씨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고 혼자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남의 아이를 구한 것처럼 허위 신고해 양육을 포기하려 했다”고 경찰에서 자백했다.

아이의 임신은 여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고통과 수습은 대부분 여자의 몫이다. A씨의 거짓 신고는 그녀 나름의 최선의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아 및 베이비박스 아동수 추이 ⓒ국회입법조사처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미혼모들이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아이를 올리기 전에 입양 등을 보낼 수 있었다. 불법적인 관행이었지만, 미혼모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통로 중의 하나였다.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미혼모들은 아이를 안전하게 유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베이비박스’를 찾기 시작했다.

베이비박스
신생아를 길거리 등에 유기할 경우 아이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한 종교단체에서 2009년 말부터 시작한 사업.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가 아이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만든 상자를 의미한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버릴 수 있는 환경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줄이라는 주장도 있다. 누구 의견이 옳다, 그르다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미혼모의 선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비밀출산을 원하는 미혼모를 위한 지원 대책 필요’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주최했던 ‘비밀출산제 도임을 위한 특별법 제정 공청회’ 포스터 ⓒ오신환 의원실

미혼모들이 출산을 숨기고 아이를 유기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비밀 출산’에 관한 지원법 등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발의하려는 <임산부 지원 확대와 비밀출산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임신으로 인한 치욕을 은폐하려 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이 예상되어 갈등과 곤경에 처한 임산부의 상담과 비밀출산을 지원
-임산부 신원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비밀출산으로 인한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
-출생증서에는 친생모의 성명과 주소, 자녀의 이름, 출생일자 및 출생장소, 상담기관의 명칭 및 담당자 등을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밀봉한 후 봉투 표면에 자녀의 출생증서가 있다는 사실과 친생모의 가명, 자녀의 출생 장소, 출생일, 상담기관의 주소 등을 기재
-영아의 출생 후에 상담기관은 출생증서를 작성한 이후 친생모의 가명으로 출생신고
-비밀출산을 하는 친생모의 친권은 정지되고 즉시 후견이 개시

아이는 친부모가 키우고 양육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럴 수 없는 일도 발생한다. 아이의 양육을 친부모가 할 수 없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비밀출산’이 권장할 방법은 아니지만, 최소한 아이의 유기를 막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비밀출산 지원법 등으로 미혼모의 문제와 아이 유기를 모두 막기는 힘들다. 특히 미혼모들이 스스로 자존감을 갖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경제, 의료, 복지 등의 종합적인 사회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면서 엄마들이 남긴 쪽지. ⓒ주사랑공동체교회

가부장적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미혼 여성의 임신은 질타와 비난의 대상이 된다. 남성은 공동의 책임을 지기보다는 방관하거나 회피한다. 미혼모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미혼 임신 여성이 출산 후 아이를 양육하면서 함께 있을 수 있는 기간은 최장 3년이다. 아이를 키우기도 모자란 시간이라, 경제적 자립을 꿈도 꾸기 힘들다.

미혼모가 아이를 키울 수가 없어 ‘시설 위탁’이나 ‘입양’ 등을 선택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포기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이를 출산하고 버렸다는 뉴스가 나오면 성적 문란이나 난잡한 사생활 등을 거론하며 여성에게 돌을 던진다. 여성만이 그 비난을 감당해야 할까? 홀로 출산을 해야만 했던 여대생의 가슴 아픈 사연도 한 번쯤은 헤아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