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시작한 ‘자치경찰’ 문재인이 업그레이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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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룸에서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 ⓒKTV 화면 캡처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검찰, 경찰,국정원 기관 등의 개혁안을 설명했습니다.

조국 수석은 권력기관 개혁안의 필요성에 대해 “권력기관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더라면 반헌법적 국정농단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라며 “촛불 시민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수석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정신에 따라 권력기관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도록 거듭나야 한다.”라며 “권력기관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게 하기 위해 권력기관을 재편하고자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찰과 자치경찰, 뭐가 다른가요?’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편안 중에는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자치경찰’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경찰과 자치경찰의 업무. 현재 제주자치경찰은 국가직 경찰 대비 10~30% 정도의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현재 자치경찰이 있는 곳은 제주도가 유일합니다. 제주에는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국가직 경찰이 있고, ‘제주특별자치도’ 소속 지방직 ‘자치경찰’이 있습니다. 제주 도내 순찰차와 경찰 조끼를 유심히 보면 ‘경찰’ 또는 ‘자치경찰’이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제주자치경찰은 ‘교통 통제’나 ‘음주 단속’ 등의 교통 관련 업무를 주로 합니다. 이외 ‘비상품 감귤 단속’이나 ‘축산 폐수 단속’ 등 환경 업무나 기마 경찰과 관광경찰 역할도 합니다. 쉽게 말해 경찰은 ‘강력 범죄’ 등을 하고, ‘자치경찰’은 일반 생활안전 등의 경찰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주 자치경찰단’은 참여정부 출범 후 지방 분권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됐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중앙집권화된 경찰권을 지방으로 이양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가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2006년 제주자치도 특별법에 따라 설치됐고, 주민에 의한 경찰 행정과 불편하고 부당한 치안 행정을 막기 위한 제도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자치경찰’은 미국의 경찰 제도와 비슷합니다. 미국은 중앙(연방)정부의 강력 범죄를 수사하는 ‘FBI’ 도 있고, 지역 치안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 경찰로 분리돼 있습니다.  카운티라는 한국의 ‘군’ 단위 지역 치안 활동을 하는 ‘쉐리프'(보안관)도 있습니다. 미국은 시 정부가 경찰국을 운영하거나 경찰국장을 임명합니다.  일부 쉐리프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하기도 합니다.

‘제주자치경찰 72%, 무늬만 자치경찰’ 

▲서울시가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 관련 ‘(사)한국정책학회’에 의뢰하여 실시한 설문조사. 일반시민 531명, 국가경찰 346명, 제주자치경찰 100명,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 44명 등 4개 그룹에서 총 1,021명이 응답하였다

설립 취지와 방향은 좋지만, 실제 제주자치경찰의 72%는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자치경찰은 교통 업무를 담당하지만, 음주단속권이 없었습니다. 2015년 7월에서야 음주운전을 단속할 수 있었지만, 단속을 거부해도 ‘조사권’이 없어 경찰로 넘겨야 합니다.  제주자치경찰은 관세나 출입국사무소 등에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한 수사권이나 수배자 체포권한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제주자치경찰의 89%가 ‘수사권 확보’가 자치경찰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자치경찰’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재정과 인력 부족입니다.제주자치경찰은 처음 정원이 127명이었는데 지난 10년간 고작 3명만 늘어났습니다. (자치경찰 공무원 130명, 일반공무원 18명) 일부 경찰은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돼 소방관처럼 지방 재정에 따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 경찰, 시스템만 바꾸면 괜찮은 제도’ 

▲2017년 4월 30일 당시 문재인 후보는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시행하는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문 대통령이 자치경찰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뜩이나 경찰인력이 부족한데도 많은 경찰이 시위를 막는데 동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자치경찰들의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재정과 인력이 보강되고 수사권까지 갖추어지면 오히려 자치경찰 제도가 치안을 막는데 더 도움이 됩니다. 특히 기존 경찰은 유지하고, 자치경찰을 신규로 채용한다면, 전문 수사와 치안 업무의 분리로 강력범 검거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지난 18대 대선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이 정권과 결탁해 선거 직전에 댓글 수사를 발표하거나 무혐의 처리를 하는 불법 행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조국 수석은 ‘ 행정경찰(일반경찰)이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경찰위원회와 공동형사변호인제를 도입해 경찰권의 오남용을 견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치경찰이 지역 치안과 경비, 성폭력 등 생활 안전을 담당하면 민생 중심의 경찰이 될 수 있습니다. 돈과 인력이 없어 좋은 제도를 할 수 없는 것과 아예 나쁜 제도는 다릅니다. 그러나 지방 경찰직 인력 확대와 재정, 관련 법 개정 등을 국회가 찬성할지 여부와 국가경찰이 자신들의 권력을 순순히 내놓을지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