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믿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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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이 넘게 블로그를 운영했습니다. 대통령이 4명이나 바뀌는 동안 동안 글의 주제가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해외 이야기를 다뤘고, 이후에는 정치 블로거로 변신했습니다. 잘 아는 이야기에서 꼭 필요한 글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습니다. 2012년에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가정하에 고민했으니 무려 5년이 넘게 붙잡고 있었네요.

정치블로거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정치에 꼭 필요한 것으로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을 꼽았습니다. 사법 정의가 이루어진다면 불법적인 정치 활동과 야합이 사라진다고 봅니다. 아직도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큰 손은 역시나 언론입니다.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면 순식간에 정치 상황이 변질되기에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검찰 개혁’을 위해 아이엠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검찰 내부를 들여다보려면 ‘법조 기자’나 법원 출입 기자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언론사로 등록한다고 해도, 법원 출입 기자단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법원 출입 기자단이 되지 않으면 검찰 내부 자료는 물론이고 보도자료조차 받지 못합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어 대선 이후 조금 더 많이 활동하는 분야가 ‘언론’입니다. 거창한 언론 개혁 이야기는 아니고, 잘못된 뉴스 등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글을 주로 올렸습니다.

단순히 문제 있는 뉴스와 기사, 언론사를 비판한다고 ‘언론 개혁’이 이루어지겠느냐는 고민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중점 분야가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허무맹랑한 메시지, 마치 뉴스처럼 돌아다니다’

▲ 문자 메시지나 카톡을 통해 전파되고 있는 가짜 뉴스

가끔 서울 본가에 가면 부모님의 휴대폰을 정리해드립니다. 연세가 많아서 문자 메시지나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부모님의 휴대폰에는 정리되지 않은 문자들이 용량을 초과할 정도입니다.

문자 메시지 내용을 보면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가짜 뉴스입니다.

‘조총령(련)계 3세대 그린정보원 5,000명 북한 특수부대 5,000명이 관광객으로 위장해 서울에 입성 예정’이라는 글을 보면 황당하다는 생각조차 사라집니다. ‘유혈 폭동’이라는 단어는 5.18 당시 전두환 정권이 가장 즐겨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헌법 개정 초안에 토지 소유권을 박탈하고 재산을 균등 분배하려고 한다’는 글을 읽노라면 도대체 대한민국 헌법은 찾아보고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는지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최소한의 중등 교육을 받았다면, 이런 허무맹랑한 메시지를 뉴스라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노인이나 극우 성향 단체와 연관된 사람들은 진실로 믿고 있습니다.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믿는구나. 확증편향’

▲소피 마제 (역자 배유선) ‘너희 정말, 아무말이나 믿는구나’ 표지(좌) ‘확증편향’ 관련 설명(우)출처:직썰

허무맹랑한 문자 메시지를 읽고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보면 소피 마제의 ‘너희 정말, 아무 말이나 다 믿는구나!’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책에서 지적했던 ‘음모론’조차 뭔가 개연성이 있는데, 이런 문자 메시지는 상식이 존재하느냐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의심조차 하지 않고 진짜 뉴스처럼 믿을까요? ‘확증편향’ 때문입니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을 뜻합니다.

싫어하는 정치인에 대한 나쁜 소문은 쉽게 믿으면서 좋아하는 정치인에 대한 나쁜 소문은 부정하는 태도가 ‘확증편향’에서 비롯됩니다. (관련기사:“박근혜 대통령 구치소에서 호화 식사”)

당신이 믿고 있는 뉴스가 거짓이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의심이라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뉴스와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고 공유되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만 잡아내면 끝일까? 기본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가짜 뉴스 관련 언론 보도 기사 제목 ⓒ미디어오늘

지난 대선 기간 미국과 한국은 ‘가짜 뉴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언론마다 ‘가짜 뉴스를 걸러내야 한다’라는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곳 중의 하나가 ‘언론’입니다.

제천 화재 참사 직후 <중앙일보>는 <단독, 초기대응 부실 제천소방서 이례적 압수수색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여러 매체가 인용했지만, 얼마 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중앙일보>의 기사는 삭제됐습니다.

<중앙일보>의 기사는 좋게 말하면 ‘오보’이지만 간단히 말해 ‘가짜 뉴스’입니다. 하지만 이런 뉴스를 잡아낸다고 ‘가짜 뉴스’가 사라질까요? 아닙니다. 언론사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를 쓰기에 ‘오보’와 ‘가짜 뉴스’는 끊임없이 나옵니다.

▲가짜 뉴스 확인하는 10가지 방법, 출처:Facebook ‘Tips to Spot False News’

‘가짜 뉴스’가 계속 생산된다고 해도 소비자인 시민들이 제대로 구별하여 구매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뉴스를 읽는 법, 미디어를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언론과 각종 미디어가 제공하는 뉴스와 정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합니다. 현재는 학교에서 간혹 수업 과목으로만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초중고생은 물론이고 대학생, 성인, 노인들 모두가 한 번쯤은 받아야 할 교육입니다.

댓글 달기나 소셜미디어 글쓰기, 공유 등도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대로 받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카톡 등에 글을 쓰는 것은 ‘배설’이 아니라 ‘미디어 활용’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합니다.’

▲12월 1일~12월 31일까지 후원계좌와 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등으로 후원해주신 분들.

2018년부터 정치보다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중점을 두고 글과 영상 콘텐츠를 만들 예정입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어 아이엠피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서운하거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려는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기자도 아니면서 글을 쓰고 미디어 활동을 하는 아이엠피터라면 뉴스와 각종 콘텐츠를 조금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뉴스 안에 담긴 기자의 생각과 언론의 문제점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엠피터의 콘텐츠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오류도 있겠죠. 그래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검증하고 고민하면서 만들려고 합니다.

몇 년 동안 했던 글의 방향과 다른 도전입니다. 두렵지만, 함께 해주시는 분들과 후원자분들만 믿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7년 한 해 동안 아이엠피터를 지켜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