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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오보? 청와대의 거짓말? ‘관계자’는 알고 있다.

2017년 12월 14일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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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오보? 청와대의 거짓말? ‘관계자’는 알고 있다.

▲지난 11일 MBC뉴스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 파견이 MB 비리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MBC 뉴스 화면 캡처

지난 12월 11일 MBC는 <단독>이라며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 파견이 MB정권의 비리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MBC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만난 모하메드 왕세제는 2009년 20조 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진 인물’이라며 ‘비리 수사 전에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뉴스는 해직됐던 최승호 PD가 MBC 사장으로 취임한 뒤 나온 보도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보도 직후 문재인 정부가 MB정권 비리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고 있다는 주장들이 온라인과 뉴스 댓글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 윤영찬 청와대홍보수석, 사실이 아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임종석 중동 특사 파견이 MB 비리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밝혔다.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MBC의 단독보도가 무색하게 청와대는 곧바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정 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홍보수석은 자신의 이름으로 “오늘 일부 방송사의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을 표시합니다. 확인 절차 제대로 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며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JTBC> 손석희 사장은 뉴스룸에서 이성대 기자와 함께 보도와 정정 보도 요구를 짚어보면서 서로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양비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임종석 실장 ‘중동 특사 방문’…꼬리 문 추측들 짚어보니)

<미디어오늘>은 취재 결과 ‘MBC가 두 번 세 번 크로스 체킹까지 했기 때문에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관련기사:“임종석 실장 중동 특사 MB 비리 때문” MBC 보도 진실은?)

‘정부 관계자는 누구일까?’

MBC 보도와 청와대의 정정 보도 요청을 보면서 ‘MBC가 단독 욕심에 오보를 했다’는 주장과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관계자’입니다.

▲MBC는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 파견이 MB정권의 비리와 관련이 있다는 근거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내세웠다. ⓒMBC 뉴스 화면 캡처

MBC가 임종석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가 MB 비리 때문이라고 보도한 이유는 ‘정부 관계자’의 증언 때문입니다.

MBC가 보도한 내용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정부 관계자’는 누구일까요? 청와대 직원이라면 ‘청와대 관계자’라고 했을 테니, 청와대 쪽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MBC는 ‘임종석 특사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복수의 관계자가 확인했다’고 합니다. 임 비서실장의 일정은 청와대가 조정하는 것이 아니었나요?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왜 MBC는 ‘정부 관계자’라고 말하고 구체적인 직함 등을 밝히지 않았을까요?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검찰 수사도 아닌데, 참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MBC와 청와대의 말 중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그 ‘관계자’가 누구인지, 어떤 의도로 말을 했는지는 꼭 알고 싶습니다.

‘관계자 증언 보도, 정말 믿을 수 있나?’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가 보도한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뉴스를 기억하시나요? 이후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SBS가 왜 이런 보도를 했는지 진상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자체 결과 외압에 의한 보도는 아니었다고 밝혀졌습니다.

▲ SBS의 ‘노무현, 2억 명품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기사는 대검 중수부 관계자의 말을 듣고 보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

그렇다면 기자는 어떤 근거로 <논두렁 시계> 보도를 했을까요? 여기서 또다시 ‘관계자’가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대검 중수부 관계자’입니다.

이00 기자는 점심식사 이후인 13시 무렵 대검찰청 청사 외부 휴게공간에서 우연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대검 중수부 관계자를 만났고 ‘논두렁에 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보도했다고 밝혔습니다.

SBS 보도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5월 13일 ‘논두렁 시계’ 보도 이후 다음날까지 ‘논두렁’이라는 단어를 언급해 관련 기사를 쓴 언론사 기자 3명과 만났습니다. ‘논두렁’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물어보니 1명은 “검찰이 기사 내용을 부인하지 않아 그대로 썼다”였고, 2명은 “확인이 잘 되지 않아 맞을 것으로 보고 썼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라는 인물의 말 한마디가 어떻게 보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뉴스를 읽을 때 관계자의 말이라고 모두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됩니다.

한국의 기자들은 ‘국내 특성상 ‘관계자’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부득이한 상황도 있지만, 한국 언론이 말하는 ‘관계자’는 대부분 ‘홍보 담당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놓고 말할 수 없으니 ‘관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관계자라는 말 대신에 실명 보도가 일상인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관계자’라는 단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려고 했던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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