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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언론의 클릭 장사

2017년 10월 31일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언론의 클릭 장사

▲일부 언론은 김주혁씨 사망 소식을 보도하면서 그가 탑승했던 차량 가격 등을 기사로 내보냈다.

배우 김주혁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김주혁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언론은 앞다퉈 속보로 사망 소식을 내보냈습니다.

일부 언론은 김주혁씨의 사망 소식을 전달하면서 ‘배우 김주혁이 사고당시 몰았던 자동차는 벤츠… 가격은?’이라는 황당한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김주혁이 운전했던 차량은 ‘벤츠 G63 AMG’로 5500cc급의 지프형 모델이다.’라며 ‘가격만 무려 2억500만원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의 지프형 가운데에서 가장 비싸다.’라고 말합니다.

기자는 차량이 가진 안전성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절차도 없이 막무가내로 ‘가장 비싸다’고 말하더니 ‘지난 2016년 국내에 출시 됐으며 고성능 담당 브랜드 AMG에서 만든 만큼 실제 차도 화려하고 단번에 시선을 끈다. 내외관 모두 소재를 비롯해 가격도 성능도 모두 최고를 달리고 있는 차다.’라며 마치 벤츠를 홍보하는 듯한 글을 생뚱맞게 올립니다.

‘사망 소식을 스포츠 중계처럼 취급하는 언론 ‘

김주혁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들은 ‘단독’이라며 사고 당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단독] 배우 김주혁 교통사고로 사망… 현장 사진 단독 공개”
“[단독] 김주혁 교통사고 사망, 처참한 현장”
“[단독]김주혁 추돌사고 영상 단독 공개”

언론이 단독이라며 공개한 사고 당시 사진이나 영상은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료들이었습니다. ‘단독’에 눈이 멀어 자료의 파급력도 고려하지 않고, 검증도 없이 마구 갖다 쓴 것입니다.

단순한 사고 영상이나 사진은 물론이고 사망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취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들과 종편 패널들은 ‘상상’으로 김주혁씨의 사망 원인을 보도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 사람의 죽음을 마치 스포츠 중계처럼 취급하며 보도했다는 사실입니다. ‘단독’으로 가장 빨리 속보 경쟁에서 이겨 온라인상에서 클릭 장사를 하겠다는 언론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어’

▲김주혁씨는 드라마 ‘아르곤’에서 검증 없는 보도를 거부했다.

김주혁씨가 사망 전에 출연한 드라마 ‘아르곤’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왔습니다. 건물이 붕괴되면서 많은 사람이 사망하자, 특종에 눈이 먼 보도국장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채 현장 소장의 과실이라며 추측성 보도를 합니다.

데스크에서는 남들도 다 하는 뉴스이니 그냥 보도하라고 압력을 가하지만, 김백진(김주혁 분)은 거부합니다.

김백진(김주혁 분): 마지막 꼭지 형이 취재한 거야? 이국장이 던져준 거야?
PD: 보도국에서 준거야. 지금 못 바꿔.
김백진(김주혁 분): 소장 과실 아직 확인 안 됐어. 위에서 던져주는 거 그대로 받아쓸 거면 기자를 왜 해.
PD: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수긍할 대상을 찾게 돼 있어. 이럴때 무식하고 무책임한 쓰레기 하나 악역 맡아주면 다 편해지지. 니 말대로 구멍이 몇 개 있다고 치자. 그래도 뉴스나인에서 먼저 내 보낸 거잖아. 그럼 받아줘야지. 이러다가 우리 남은 뿌리까지 뽑히게 생겼어 지금.
김백진(김주혁 분): 그런거 따지기 전에 팩트 체크부터 해야지. 우리가 선동질 하려고 이 자리 앉아 있는 거 아니잖아.
PD: 저쪽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거면, 너도 마찬가지야. 니 말에 확인된 사실이 하나라도 있어?
김백진(김주혁 분): 없어. 하지만 경찰 확인 없는 반쪽 특종 빨아주느니 내 의심을 믿겠어.
사실 하나 있네. 도망갔다는 소장. 아직,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어.

언론은 사고나 재난 상황에서 벌어진 사망 소식을 ‘받아쓰기’와 ‘속보’라는 형태로만 보도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이나 ‘저널리즘’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클릭’과 ‘조회수’에 몰두하는 언론의 뉴스 홍수 속에서는 ‘진실’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150개의 스토리가 있다’

▲김주혁씨는 드라마 ‘아르곤’에서 언론이 어떻게 사고와 재난 뉴스를 전달해야 하는지를 연기로 보여줬다.

김주혁씨는 ‘가짜 뉴스’의 홍수 속에서 팩트를 찾는 ‘탐사보도팀’을 다룬 드라마 ‘아르곤’에 출연하면서 “우리에게는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150개의 스토리가 있다”를 명대사로 꼽았습니다.

언론이 사망 소식을 어떤 형태로 어떻게 전하느냐는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한 뉴스에 따라 죽은 사람이 선하거나 악인으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 소식을 언론이 얼마나 엉터리로 보도했는지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여전히 누군가의 죽음을 오로지 자사의 이익을 위해서만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클릭 장사를 위해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닙니다.
고 김주혁씨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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