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숙의민주주의 무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 요구한 ‘국민의당’

2017년 10월 23일

숙의민주주의 무시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과 요구한 ‘국민의당’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공사 재개를 결정하고 정부에 권고했다. ⓒKTV 화면 캡처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신고리 5·6호기 핵발전소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최종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김지형 위원장은 “471명 시민참여단을 상대로 한 최종 조사결과 건설 재개 쪽을 최종 선택한 비율이 59.5%로, 건설 중단을 선택한 40.5%보다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기는 찬성했지만 향후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는 원전 확대보다(9.7%) 축소를(53.9%) 선택했습니다.

공론화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한다”는 내용의 정부 권고안을 이낙연 총리에게 전달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원전 정책의 주인은 국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결정을 수용하며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공론화 위원회 결정에 대해 “공사중단이라는 저의 공약을 지지해주신 국민들께서도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하고 대승적으로 수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며 공론화 위원회의 결정을 ‘정책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참으로 우리 국민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라며 “민주주의는 토론할 권리를 가지고 결과에 승복할 때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보면 비록 자신의 공약을 뒤엎는 결정이지만, 그 과정에 승복하고 따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입장을 보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책과 공약이 국민의 뜻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입니다.

‘2,187시간, 89일 동안 공론화된 원전’

▲숫자로 보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를 결정한 ‘공론화 위원회’는 시민 471명이 참여해 결정했습니다. 특히 결정이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공론화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역, 성별, 연령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최종결정을 위해 무려 2,187시간 동안 학습과 의견청취, 질의응답, 토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마지막에는 2박 3일 동안 종합토론회까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정책을 위해 시민들이 2박 3일 동안 토론회에 참가해 결정하고, 정부가 이를 따르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특히 토론을 위해 공론화 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신고리 5·6호기 공사 찬성과 반대 의견을 담은 각종 자료를 검토하고, 몇 번이고 토론회를 통해 각자의 의견을 내놓고 듣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중단 여부에 대해 ‘유보’하겠다고 했던 시민들이 다양한 자료와 토론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결정했습니다. 무작정 ‘중단’이나 ‘재개’가 아닌 합리적인 근거와 방식에 의해 결정했다는 사실은 ‘숙의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습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숙의민주주의’

‘숙의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나왔습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시민들이 대다수입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에게 위임해 정책을 결정하기보다, 시민들이 직접 충분한 ‘숙의'(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 과정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의 비교 출처:김선희(2006), “공론조사기법: 학습과 토론을 통해 공론 확인하기”

여러가지 이유로 정책 결정에 ‘여론조사’방식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단순히 찬반이라는 의견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대표성과 정확성이 결여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론조사’는 설문과 학습, 토론 등을 통해 능동적 참여와 신중한 의사결정을 이루어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폐단을 보완할 수 있는 점에서 ‘숙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한 정치 참여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 “신고리 5·6호기 멈춰버린 3개월…문 대통령 사과해야”

그동안 원전 중단을 주장했던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력발전소 공론화위원회의 공사 재개 권고에 대해 “시민들의 숙의를 통해 내려진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국민의당 손금주 대변인은 “3개월 동안 공사를 중단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건설업체들과 노동자들의 고통, 낭비된 시간, 사장 위기에 처했던 기술, 막대한 손해와 공론화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탈원전에 대한 논의까지 포함해 의견을 제시한 공론화위원회의 결론도 월권”이라며 “시간 낭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탈원전과 대한민국의 에너지 정책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숙의민주주의를 무시한 오만함의 극치’

국민의당의 주장은 궤변에 가깝습니다. 앞으로 30년 후, 300년 후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한 일에 ‘공사 3개월 중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론화위원회는 7월 17일 ‘국무총리훈령 제690호’로 법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2017년 4월 26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대신해 선거대책본부 이태흥 정책실장이 서명한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잘가라 핵발전소 서약서’

더 중요한 문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대선 과정에서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을 밝힌 바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대신해 선거대책본부 이태흥 정책실장이 참석해 ‘잘가라핵발전소’ 서약식에 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뿐만 아니라 ‘공론화 재실시’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이 대선 공약을 뒤엎으면서 ‘에너지 정책’을 국회에서만 논의하겠다는 주장은 ‘숙의민주주의’를 무시한 오만함의 극치입니다.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의견과 결정을 반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도 ‘정책 공론화’ 과정을 통한 ‘숙의민주주의’가 더욱더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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