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중학교사회적경제 교과서ⓒ서울시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중학교사회적경제 교과서ⓒ서울시


지난 10월 17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자유시장경제는 악으로 표현하고 사회적경제는 선으로 묘사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장 의원은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우리 아이들에게 사회주의 경제론을 물들이고 사회주의적 경제 신봉자를 만들고 있다"라며 "박원순 시장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처럼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일까요?

아닙니다. 장 의원의 주장은 무식하면서도 '매카시즘'처럼 색깔론을 동원한 '마녀사냥'과 같은 근거 없는 공격에 불과합니다.

'공유지의 비극 해법은 노벨경제학상의 주제였다'

'사회적경제'는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거나 배척하는 개념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보완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은 1968년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고전경제학 이론이다.
▲'공유지의 비극'은 1968년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고전경제학 이론이다.


장 의원이 비난의 증거라고 내세웠던 중학교 사회적경제교과서에 나온 만화는 '공유지의 비극'을 쉽게 풀이한 내용입니다.

'공유지의 비극'은 1968년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고전경제학 이론입니다.

더 많은 양털을 팔기 위해 공동 목초지에 마음대로 양을 키울 경우 목초지의 풀이 고갈돼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공유지의 비극'은 공공의 자원을 시장경제 논리로 놔두면 사람들의 이기심 때문에 망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쉽게 예를 들겠습니다. 공장을 세워 물건을 많이 생산하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너도나도 공장을 세울 경우, 대기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장은 일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만, 공기는 지역 주민 모두가 숨 쉬며 공유하는 자원입니다.

지하수의 경우, 생수 회사가 한정된 지하수를 뽑아 판매를 계속하다 보면 지역 주민들은 그 물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나중에는 다른 지역에서 물을 사다 먹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시장경제라도 공공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2009년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대 교수는 '공유지의 비극'의 해법을 제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공동체가 협력하면 공유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환경 파괴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과 경제학 이론을 '사회주의 경제'로 마음대로 바꾼 장 의원의 발언은 박원순 시장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무서움마저 느껴집니다.

'전국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사회적경제 정책' 

▲전국 지자체에서 주최했던 '사회적경제' 박람회 포스터
▲전국 지자체에서 주최했던 '사회적경제' 박람회 포스터


사회적경제 정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1996년 보건복지부에서 전국 5개 지역 자활센터를 시범 운영하며 시작됐습니다.

이후 1998년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인가, 2003년 노동부 '사회적기업' 육성 등 사회적경제 관련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2007년에는 본격적으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고, 2010년에는 마을기업 육성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2012년부터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돼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습니다.

농촌에서는 농가소득을 보완하는 마을기업이 생겨났고, 도시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공동육아, 미니 공동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공동체의 이익을 충족할 수 있는 협동조합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정책은 낙후된 지역이나 빈부격차, 불완전 고용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지자체마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합리적인 선택에 불과하다'

사회적경제는 이념과 사상의 개념이 아닌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에 불과합니다. 이마저도 시대별로 조금씩 방법이 바뀌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이생각하는 주요 경제 이슈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 ⓒ서울시
▲서울시민이생각하는 주요 경제 이슈와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 ⓒ서울시


처음 서울시와 시민사회는 사회적경제를 고용 창출의 수단으로 '양적 증가'에만 몰두했습니다. 당연히 사회적기업의 성과와 고용은 늘어났지만, 본래 의도인 '사람의 가치'가 퇴색되기도 했습니다.

2011년 말 '서울 시민의 행복도 제고와 경제민주화에 기여하는 사회적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사회주택'(공동체주택),'부모참여 어린이집',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공정무역', '시민햇빛발전'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가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면 '사회적경제'는 나 혼자 잘 되는 경제활동이 아니라 나도 잘 되고 사회에도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의미합니다.

영국은 사회적기업 매출 비중이 GDP 대비 2%이며, 스웨덴은 인구 9명 중 1명이 사회적경제 활동을 합니다. 캐나다 퀘벡은 주 전체 인구(821만)보다 협동조합 조합원 수(880만)가 더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이들도 아는 사회 문제의 해결과 보완을 위한 '사회적경제'를 '빨갱이 경제'라고 공격하는 60~70년대 사고방식을 가진 국회의원이 존재합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민 의식은 발전하고 있어도, 대한민국 국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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